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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해지는 건, 치유의 다른 이름

여사님의 질문

by 춤추는나뭇가지

‘유치하다’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의 ‘유치(幼稚)’에서 파생된 형용사로, 행동이나 생각이 어른스럽지 못하고 미숙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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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아숲체험원에서 군무하는 유아숲지도사는 모두 다섯 명이다. 우리는 큰 갈등 없이 늘 깔깔대고 웃으며 잘 지낸다.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는 사춘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아이들처럼 밝은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우리를 보며, 휴양림 건물과 숙박동을 관리하는 여사님들이 말을 건넨다.


“아이들이랑 매일 같이 지내니까 어때요?”

우리는 웃으며 대답한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유아스러워지네요. 유치해져요.”

그 말을 들은 여사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이들이랑 매일 같이 지내니 얼마나 즐겁겠어요.”


여사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하루를 즐겁게 지낸다. 하지만 우리가 ‘유치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즐겁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아이들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웃을 때 입을 가리고, 슬플 때 울음을 참게 되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미숙함인 줄 알았고, 무언가에 순수하게 열광하는 것을 어리석음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절제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연습을 하는 일이라고 믿어왔다. 그렇게 우리는 겉모습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의 진짜 ‘나’는 점점 사라졌다.


하지만 숲의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놀이 하나에 온몸을 흔들며 웃었고, 넘어지면 크게 울다가도 금세 흙을 털고 일어나 언제 울었느냐는 듯 웃으며 뛰어다녔다.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 표현과 찰나의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였다.


우리가 ‘유치해진다’는 것은, 감정을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되찾고 있다는 뜻이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웃어줄 수 있는 마음을 되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숲과 아이들은 우리를 겉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유아스러워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숲과 아이들이 우리를 치유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때로는 가장 유치한 모습 속에, 삶의 가장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숲에서 배우고 있다.


숲에서 아이들에게 들었던 질문들을 모아 보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하지 않는 아이들만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하는 대답이 맞는지 틀린 지 판단하기 전에 아이들도 나도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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