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색이랑 빨간색은 다 어디 갔어요?
마법 : 특별한 힘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키는 술법.
마력(魔力)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법 #네이버
7세 아이들과 숲 체험을 하는 날이었다. 특별히 마법사 옷과 모자를 착용한 아이들은 숲의 마법사가 되었다. 아이들은 제각기 작은 그릇을 들고 숲길을 바삐 오갔다.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마른 나뭇잎을 줍고, 푹신한 이끼가 덮인 돌멩이와 매끈한 나무열매를 신중하게 골라 담았다. 열매 한 개, 돌멩이 한 개, 노란 나뭇잎 두 장. 아이들의 그릇에는 숲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우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여, 나무줄에 걸어둔 냄비에 아이들이 주워온 재료들을 하나씩 부었다. 냄비 속은 금세 숲에서 주워온 재료들로 가득 찼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이 담긴 투명한 페트병에 노란색 물감 물을 살짝 부어 보여주었다. 맑았던 물이 천천히 노랗게 번져나갔다. 아이들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다시 빨간색 물감 물을 부어주니, 노란색과 섞이면서 분홍색으로 변해갔다. 아이들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마지막으로 진한 파란색 물감 물을 부어주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모든 노랑과 빨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냄비 속은 오직 짙은 파란색만 남았다.
그때 한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노란색이랑 빨간색은 다 어디 갔어요?”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사라진 게 아니야. 노란색과 빨간색은 파란색 안으로 들어가서 더 큰 색깔이 된 거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짙은 파란색 안에는 노란색과 빨간색이 여전히 함께 있어." 아이는 신기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페트병 속을 들여다보았다. 파란색 속에 섞여든 노랑과 빨강을 찾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순수했던 마음, 뜨거웠던 열정, 어릴 적의 꿈. 그것들은 마치 냄비 속에서 사라져 버린 노란색과 빨간색처럼 보인다.
숲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나온 모든 순간,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경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금의 내가 가진 짙은 파란색은, 한때 빛났던 노란색과 뜨거웠던 빨간색이 모두 스며들어 완성된 색깔이라고.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더 넓고 깊은 존재가 되기 위해 우리 안에 녹아든 것일 뿐이다.
나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준비했던 물감놀이에서 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나의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숲은 모든 것을 섞어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