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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법

선생님, 이 옷 가져가도 돼요?

by 춤추는나뭇가지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법

냄비에 모든 재료를 잘 섞어지도록 휘휘 저어준 후, 나는 아이들에게 마지막 마법을 걸어달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아브라카타브라, 얍!" 아이들의 목소리가 숲에 쩌렁쩌렁 퍼졌다. 작은 아이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내가 냄비를 들여다보며 "스프가 정말 잘 끓여졌네!"하고 감탄하자, 아이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냄비 가까이로 몰려들었다. 냄비 안에는 아까 넣었던 하얀 나무 조각이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도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아이들은 고개를 냄비에 바싹 가져가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에게 밀려 뒤쪽에 서있는 한 아이는 "나는 못 봤어!"라며 울먹였다. 나는 슬퍼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냄비 가까이 다가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스프를 떠주는 시늉을 하자, 아이들은 음식을 받아먹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는 쩝쩝거리며 "냠냠, 맛있어요!"라고 했다.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내 말에 맞춰 놀이를 이어가는 아이들이 있어 나는 정말 행복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마법을 가지고 싶어?"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법, 순간이동 마법,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는 마법 등 각자의 소원을 이야기했다. 나는 각 마법에는 그 마법에 맞는 특별한 주문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주문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길링길링 부리리~", "싱싱싱 치르칭~" 같은 이상하지만 즐거운 주문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주문을 외우며 깔깔 웃었다.

나는 아이들을 향해 "아브라카타브라, 모두 모두 예뻐져라, 얍!"하고 외치고는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들여다보며 "와, 진짜 예뻐졌네!"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금세 환해졌고, 정말로 믿는 듯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나에게 주문을 걸 차례였다. 아이들은 작은 손을 모으고 "선생님이 아주 아주 더 많이 예뻐져라, 얍!"하고 외쳤다. 나는 "와, 정말 내 얼굴이 예뻐졌네, 그치?"라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웃으며 "대답을 안 하네? 마법이 안 통했나봐"라고 말하자 갑자기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때, 빨간색 마법사 옷을 입고 있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선생님, 이 옷 가져가도 돼요?“


아이에게 마법사 옷은 그날의 즐거운 기억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방법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의 눈도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죽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선생님이 가지고 가도 된다고 하면 엄청 신이 나 소리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 옷은 숲에 두고 가야 해. 다른 아이들도 마법사가 되어야 하거든. 옷은 두고 가도, 너는 이제 숲에 오면 언제든지 마법사가 될 수 있어.“


아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옷을 벗어 깨끗이 개어놓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숲을 나섰다. 가지고 놀던 나뭇가지도 모두 숲에 내려 놓았다.


숲은 우리에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한 법을 가르쳐준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가져가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만든 마법과 즐거운 기억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빛난다. 진정한 마법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함께 나누는 그 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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