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나무는 왜 밥을 안 해요?
숲 체험 시간, 아이들과 함께 나무 그늘 아래 모였다.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는 날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우리도 밥을 먹고, 동물들도 밥을 먹죠. 그럼 나무도 밥을 먹을까요?”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며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먹어요!”
“안 먹어요!”
의견이 엇갈리자 웃음이 터졌다.
“그럼, 나무가 밥을 먹는다면 밥은 어디서 만들까요?”
“나뭇잎!”
“나무줄기!”
“나무뿌리!”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 나무는 나뭇잎에서 밥을 만들어요.
엄마가 주방에서 밥을 만들듯, 나무의 주방은 바로 나뭇잎이거든.”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다시 물었다.
“엄마가 밥을 만드는 걸 본 적 있어요? 밥을 만들려면 뭐가 필요하죠?”
“쌀!”
“물!”
“밥솥이요!”
아이들의 대답이 쏟아졌다.
“맞아요. 쌀과 물, 그리고 밥솥에서 뜨겁게 해주는 열이 있어야 하죠. 나무는 쌀과 물과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있어야 해요. 이 세 가지가 모여야 나무가 밥을 지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지금도 밥을 만들고 있어요?”
“그럼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나뭇잎이 밥을 만들 때는 초록색을 띠거든요.”
“와, 그래서 나뭇잎이 다 초록색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런데 가을이 되면 나뭇잎 색이 바뀌죠. 어떤 색으로 변해요?”
“노란색이요!”
“빨간색이요!”
“갈색이요!”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나무는 나뭇잎을 다 떨궈요. 왜냐하면 겨울에는 나무가 밥을 만들지 않거든요.”
그때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왜 겨울에는 밥을 안 만들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무가 밥을 만들려면 물이 필요하다고 했죠? 그런데 냉동실에 물이 든 통을 넣어두면 어떻게 돼요?”
“꽁꽁 얼어요!”
“맞아요. 만약 나무줄기 속에 물이 그대로 있으면, 겨울에 얼어버리겠죠. 그래서 나무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밥 짓기를 멈춰요. 밥을 지으려면 줄기를 통해 계속 물을 잎으로 올려 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나무는 나뭇잎을 다 떨구고, 밥을 만들지 않고 쉬는 거지요.”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겨울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봄에 다시 밥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모으는 시간이랍니다. 겨울은 준비의 계절이에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휑한 겨울 숲을 걷던 생각이 났다. 쓸쓸하고 죽음을 연상케 했었다. 그렇게 휑한 것 같은 겨울 숲이 겉으로는 멈춘 것 같아도, 숲의 나무는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