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마법약은 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나만의 마법약을 찾는 법
"자, 우리 수프가 맛있게 되려면 특별한 마법약이 필요해요."
나는 물감이 섞인 페트병의 물을 작은 유리병에 조금씩 부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건 너희만의 마법약이야. 이 마법약을 저 냄비에 부어주면 수프가 더 맛있게 변할 거야."
아이들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마법약을 소중히 움켜쥐었다. 한 명씩 차례로 나와 냄비에 마법약을 부었다. 조심스럽게 병을 기울이는 아이의 눈빛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마법사 같았다.
마지막 아이까지 마법약을 모두 부어준 후, 나는 요술봉(막대)으로 냄비를 다시 휘휘 저었다. 거품이 보글보글 일었지만, 냄비 속 짙은 파란색 물에는 아이들이 주워온 나뭇잎과 돌멩이, 나뭇가지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제 마법약은 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나는 아이의 눈을 보며 웃어주었다.
“마법약의 힘은 색깔을 바꾸는 데 있는 게 아니야. 너의 마법약이 냄비 속으로 들어가서, 이 수프에 너만의 맛과 향을 더해준 거야. 이제 이 수프는 세상에 하나뿐인, 너의 마법이 담긴 수프가 된 거지. “
아이는 자기 만의 수프가 탄생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변화시키려 애쓴다. 나의 존재가, 나의 노력이, 세상을, 혹은 누군가를 극적으로 바꾸어 놓으려 애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의 노력은 무력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숲은, 모든 노력은 헛되지 않다고 말해준다. 아이들이 부은 작은 마법약 한 병이 냄비의 색깔을 바꾸거나 수프를 바꾸게 하지는 못했지만, 궁금증과 상상력을 동원하는 데는 최고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냄비를 휘젓는 기회를 주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막대를 잡고 냄비 속을 저었다. 짙은 파란색에 돌멩이와 나뭇잎, 나뭇가지들이 뒤섞였다.
아이들의 마법약은 뭔가를 변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진지한 시도는 돌멩이 수프에 담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빛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