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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Aug 29. 2021

분노를 조절 하려면 먼저 브레이크를 걸어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억울한 희생자로 만들지 않기


말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마음


뭔가 잘 안 되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무기력에 빠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짜증이 나거나 허무가 밀려올 때도 있다. 불안이 밀려 오면서 들어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기분이 가라앉거나 속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쓰레기 더미에 주저앉은 것 같은 나를 누군가 좀 건져주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건네오는 사람이 없다. 다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걸 바라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언젠가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 앞에서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시선은 티브이를 향하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다.


뭔가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은데 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능력이 안 되는 걸 자꾸 하려고 하는 욕심으로만 비쳤다. 이해와 위로 격려가 필요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갔다. 위로를 받기 위해 남편에게 갔지만 직접 말을 할 수는 없고 주변을 서성이며 들락거렸다.


한 숨을 쉬면서 뭐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암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묵묵히 자기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도대체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미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내가 안 좋아 보이면 위로 좀 해주고 위안이 되면 좋을 텐데, 정말 도움이 안 되네"


그러자 남편이 물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왜, 내가 뭘 어떻게 해줘?"


답답한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힘내"라고 한 마디만 해줘도 될 텐데. 한동안 조용하던 화가 올라오려고 했다. 순전히 이기적인 내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짜증 나는 내 속을 풀어내려고 억지를 부렸다. 죄 없는 남편만 이유도 모른 채 당하게 되는 순간이다.


가속도가 붙는 화에 브레이크 걸기


남편에게 조금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던 그 순간,  동시에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화를 내려고 하는 내가 거기 있었다.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가 오고 있었다. 호흡을 천천히 하고, 들숨 날숨을 느끼며, 내가 서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

'뭐 때문에 화가 나는 거지?'


나에게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보니 목소리가 더 이상 커지지는 않았다.  화간 난 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남편 때문에 일이 안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답답하다 보니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 위로나 격려를 받고 싶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훨씬 원하는 것을 얻는 빠른 방법이다. 그런데도 저절로 알아서 도와주기를 바라는지... 정말 이기적이다. 


그 이후 나는 한 가지를 찾아냈다. 화날 때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효과적인 것들 중 하나가 그림 그리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해진다. 화나던 감정도 사그라들고 편안함이 찾아온다. 그림을 다 그리고 일어설 때쯤이면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을 다 갈아치우고 새로운 내가 태어난 느낌이다.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여러 가지를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만큼 완전히 몰입해서 화의 감정을 스펀지로 빨아들여 나에게서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없다. 사는 게 별 것도 아닌데, 이기적인 화에 가속도가 붙을 때는 브레이크를 걸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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