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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Dec 27. 2019

불안이 밀려오는 이유

부족함을 점검하라는 신호


불안은 부족함을 점검하라는 신호


얼마 전 아들이 출국하기 위해 함께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남편이 운전을 하고, 나와 아이들이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이 땅을 떠나 타국에 있을 아들을 생각해서 심리적인 상태는 어떤지 궁금했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미국 땅에 발을 딛기만 하면 괜찮아요"라고 했다. 이 말을 듣자 뭔가 불안이 느껴졌다. 뭔가 명확하지 않은 말처럼 들렸다. 왜 그렇게 말을 하느냐고  아들에게 물었다. 비행기만 타면 가는 건 확실한데, 뭐가 불안하냐고 했다. 평소에 긍정적이고 여유로워 조급해하는 성격도 아닌  아들이었다. 뭔가 불안하다니 좀 달라 보였다.


잠시 후, 아들이 아무래도 아까 집에서 비자와 함께 챙긴 그 서류가 챙겨야 하는 서류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비자받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받아온 서류 중에 학생 비자를 증명하는 서류가 있는데 그것을 비행기 표 끊을 때 같이 보여줘야 한다. 그 서류가 없으면 출국을 할 수 없다. 왠지 불안하다는 아들.


인터뷰를 하기 전에 도움을 받았던 분에게 전화를 했다.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나올 때 받아오는 서류를 챙기면 된다고 했다. 그 서류는 아빠에게 다 드렸던 것 같다는 아들. 결국 남편은 우리를 인천 공항에 내려주고 돌아갔다. 다시 서류를 챙겨서 공항으로 왔다. 


비행기 표 체크인할 시간이 돼서 창구에서 나머지 수속을 밟고 서류가 오길 기다리고 있던 아들은 아빠가 나타나자 밝은 표정이 되었다. 수속을 하고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도 공항을 빠져나왔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무엇일까.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라고 네이버 사전에서 정의 내리고 있었다. 특정한 대상이 없지만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 안도감이나 확신이 없는 심리적 상태. 이런 것들이 불안이라고 했다. 


"불안"이라는 심리적 상태는 일상에서 아주 많이 경험하게 되는 정서 중 하나다. 나도 모르는 이유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그 결과가 잘못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 경험한다. 아들처럼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일 수도 있다. 불안, 긴장, 초조한 상태가 함께 오기도 한다.


서류를 챙기긴 챙겼는데 정확하게 챙겼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아들은 그것으로 인해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 올까 봐 불안했다. 웃으면서도 마음은 불편함은 비껴갈 수 없었다. 


과도한 불안증으로 삶을 망가뜨리는 사람도 있지만 불안이 찾아올 때 뭔가 내가 챙기고 확인해야 할 것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삶에서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부족한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불안한 감정이 밀려올 때 무언가 점검해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고 나를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불안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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