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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이야기1

아이가 다시 초등 3학년으로 돌아간다면

by 꾸도키


저는 그렇게 드라마 세계에 푹 빠졌습니다.

그때도 참 바빴습니다.

얼른 밥을 차려주고 아이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면 저도 몰래 드라마를 봐야 되기 때문이었죠.

대신, 딱 한 사람, 남편은 저의 모든 만행을 알고 있었습니다.

새벽 4시 정도에 남편이 잠결에 깨서 눈이 초롱초롱한 저를 보며

"으악, 여보 뭐 해 얼른 자!"


혹시 저처럼 드라마를 보면서 밤을 새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새벽 2시~ 4시까지는 나만의 세상입니다. 세상이 고요하고 그리고 나밖에 없는 것 같고 자유로운 그 시간! 그러나 새벽 5시가 다가오면서 살짝 졸음이 옵니다. 이제 회사 갈 생각을 하니 잠을 일부러 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잠은 오지 않지만 눈을 감으면 그대로 곯아 떨어집니다. 부랴부랴 아침 6시 40분, 남편 출근 준비로 아침을 챙겨 주어야되지만,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잠을 못 자서 잠을 자야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쓰러져 잡니다. 아침 8시. 아이들이 엄마를 깨웁니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나름 정성껏 아침 식사를 만듭니다. 어제 밤에 내가 한 일을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죠.


SE-7386aac9-2e8e-4101-80de-5cd1769cb667.jpg?type=w773 며칠 밤을 새면서 보았던 그 때 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시간이 흘러 저는 이런 번아웃에서 벗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다시 초등 3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 3가지를 안 사줄 것입니다.

1. 스마트폰

2. 아이패드

3. 컴퓨터



1. 스마트폰

아이가 내성적인 걸 이끌어주려고 노력했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모습 그대로 받아줄텐데요.

그떄는 노력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못 어울릴 줄 알았죠. 인기 많은 동네 친구집 패턴에 맞춰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안겨 주었습니다.


2. 아이패드

IT 전문가로 살고 있는 친구 왈, 아이들은 마음껏 다른 세계를 접해야 된다고, 외국은 다 그렇다고 말하며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영어 학원을 갔습니다. 아이패드로 애니메이션을 쉐도잉하는 방법이었죠. 방법은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먼저 아이패드 사용법에 관해 잘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하루에 5시간은 기본, 12시간까지 미디어 세계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학원은 금방 그만두었지만, 아이패드는 우리 집 분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3. 컴퓨터

아, 컴퓨터는 차원이 다른 녀석입니다. 모든 것을 이깁니다. 이 녀석은 스토리도 많습니다. 친구 컴퓨터를 부러워하는 아이를 위해 최고급 사양을 맞추기 위해 모두 용산전자상가에 갔습니다. 나름 중학교 성적을 잘 받았기 때문이죠. 그 때부터 키보드가 바닥으로 다이빙을 자주 하게 되고, 급기야 컴퓨터는 거실로 이사했다가 여름에는 다시 PC방 모드로, 남편의 회사로 주소 이전을 했다가 저의 회사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컴퓨터도 주인을 닮아서 이사를 많이 했네요.



위 3가지 물품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러움'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다고, 아이패드가 없다고, 컴퓨터가 없다고 불행할까요? 시간이 지나서 그런건지, 책 읽는 권수가 늘어나서인지는 몰라도, 이제 저는 압니다. 진짜 우러나오는 즐거움은 물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런데 그 상황들을 이겨냈을 때의 그 감동과 뿌듯함을 느낄 때 저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때는 저도 어렸습니다. '나'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을 못했을 때였습니다.


이렇게 우리 큰 아이는 3가지 도구들과 함께 미디어 세계에 빠져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중앙대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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