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어딘가에든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감정의 널뛰기를 타는 날이다. 수면유도제를 한 알 먹고 계속 음악을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꼭 이런 날이면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잠에서 살짝 깼을 때 내가 없으면 그 사람이 불안해하기에 PC를 잡고 본격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냥 침대에 누워있던 채로 휴대폰으로 쓰기로 한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상처 받았고 얼룩져버렸나 보다. 그 사실을 인정은 했음에도 왜 이렇게 마주하는 것이 힘든 것일까. 왜 자꾸만 우울한 다크한 면을 즐기려고 하느냐 하지만 그건 그냥 내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두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은 이렇게 내버려 두다가 갑자기 뭔가 다 망쳐버릴 것 같다는 것이다. 글 쓰다가 졸려지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꼴딱 샐 것만 같다. 자,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쁜 인간 아버지에, 가해자로도 피해자로도 만들 수 없는 엄마에, 이미 엎질러져버린 동생까지도 이 모든 입장들 사이에서 차라리 나한테도 너도 많이 잘못한 게 있다고 말해준다면 덜 힘들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그 속을 들여다봐야 내가 괜찮아질 수 있을까... 이번 한국에 다녀온 것은 왜인지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나의 집과 일상은 이제 태국이 되었구나 태국에 다시 오니까 좋다고 믿었는 데 괜찮아지지 않은 것 같다. 샤워를 할 때도 음악은 켜져 있다. 엊그제는 샤워를 하면서 춤을 추더니 또 오늘은 별안간 눈물이 났다. 이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엉엉 울었고 이렇게 글을 써야만 했다. 괜찮다 싶었더니 흩어져있던 기억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또 슬프고 공허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혼자 해결해야만 하는 것을 왜 주위엔 온통 관계들 속에서 살 수밖에 없도록, 사회활동에서 정체성을 찾게 만드신 건가.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얼룩질까 놓아주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과 결혼을 결정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매우 즐거운 사람이어서 나를 항상 웃겨줬다. 돌이켜보니 나는 이 사람을 만나고 나서 밝아졌고 많이 웃었다. 이 사람을 만나기 전의 내 삶은 웃을 일이 없던 것 같다. 친구한테 쌍꺼풀 수술했냐고 물어봤던 그 발칙함에 친구는 당황했지만 나는 첫 눈에 반했다. 함께한 17년 동안 우리는 전기 중기 말기 결혼 후기까지 다 다르고 죽도록 싸우고 사랑했다. 나는 마음을 정직하게 다 쏟았다. 그런데 이제와 서보니 이 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런 위험에 노출이 되어야 하느냔 말이다. 이유 없이 어둠에 깔려 정신을 못 차릴 때면 함께 불안에 떠는 걸...... 나는 그래서 감정이 어떤 상태가 되었을 때 말을 못 하겠다. 그러니 나는 풀 데가 없게 된다. 이건 이 사람이 의지가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사랑하니까 상처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문제로 인해 그 어떤 피해를 조금도 주고 싶지 않은 그런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반복되는 긴 밤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린이_작은 피카소 이두열. 두 살 때 자폐 판정을 받고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