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남긴 것
내게 겨울은 특별하다.
모든 계절이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가 있지만 겨울은 무채색, 무취의 계절이다.
그래서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채울 수 있다.
내 겨울은 나만의 추억과 기억, 내가 쌓아온 온기와 상처로 가득하다.
기억나는 가장 먼 겨울은 아주 어릴 적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
루돌프 머리띠를 쓴 캐스트들, 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 어딘가 아련한 캐롤.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조명이 화려하게 밤을 밝히던 그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겨울은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수능이라는 인생의 큰 분기점을 넘기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던 시절.
그 길을 밝혀준 사람과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한 계절.
그 다음 해 겨울은 조금 쓸쓸했던 겨울, 첫 이별 후 병동에서 보낸 시간.
창문은 창살로, 입구는 도어락으로 막혀 있던 6인실 폐쇄병동.
날카로운 펜도, 기다란 충전기도 반입이 불가능한 곳.
평화롭진 않았지만 바깥 세상과 동떨어져 흘러가는 병실만의 시간이 안락했던 곳.
퇴원과 동시에 겨울은 끝이 났다.
그 다음 겨울은 바로 작년 겨울. 가장 외로웠던 겨울.
사랑도, 사람도, 친구도, 가족도, 세상도 날 버린 것 같았던 그때.
이렇게는 끝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마구 삼켰던 그 날.
꼴사납게 눈물을 흘리며 약을 토해내던 비참했던 그 해의 크리스마스.
차가운 바람이 아물지 못한 손목의 상처에 날카롭게 스치던 그날의 옥상을 기억한다.
올해는 어떤 겨울이 나를 기다릴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겨울은 늘 그랬다. 나를 부수기도 했고, 그럼에도 다시 숨을 쉬게 만들었다.
겨울은 이 세상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한없이 차가운 냉기 속 어딘가에 따듯함이 숨겨져 있다.
추위 속에서 잠깐 스쳐 가는 이 온기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한 번 겨울을 건너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