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의 도시
다시 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 후에 아비뇽에 도착했다. 프랑스 남부 지역이어서 따뜻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무척 추웠다. 씁쓸했다. 열심히 왔는 데 비슷비슷한 건물들에 조금 지루해졌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동네를 구경하고 다녀서 기분은 좋았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동네 재래시장을 가서 오렌지 착즙 주스를 사서 먹었다. 친구 것에 벌레가 들어있어서 주인아저씨가 바로 바꿔주었다.
날은 조금 쌀쌀했지만, 유럽인들처럼 밖에서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간단한 음식이었는 데 먹을만했다. 빵도 신선하고 주먹 크기의 통통한 모짜렐라 치즈가 덩어리째 들어있었다. 유럽에서 먹은 빵은 다 평균이상이고, 본연의 재료에 충실해서 좋았다. 유럽은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요새 한국도 외식 물가가 많이 비싸지고 한국에서 이 정도 먹으려면 유럽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재료비는 저렴한 편이었는 데, 한 번도 직접 요리해먹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보라색 라벤더는 어디로 가고 주변엔 온통 가시나무밖에 없었지만 요새는 매우 크고 견고해 보였다. 요새를 한 바퀴 돌고 나서 골목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기념품 가게에서 라벤더 꿀을 샀다. 지역 특산품이고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좋았지만 결국 꿀은 한국까지 가지 못했다. 꿀을 너무 아낀 탓에, 공항 직원이 위탁수화물을 터프하게 운반할 경우, 유리병이 깨질 수도 있겠다 하며 기내 수화물에 챙긴 것이 화근이었다. 액체류는 위탁수화물이란 것을 깜빡하고 실수했다. 결국, 미개봉 상태의 꿀은 어이없게도 공항 검색대에서 걸려서 버려졌다. 슬프지만 다음에는 라벤더가 만개한 모습을 보며 양손 가득 꿀을 구해오리라.
프랑스 마르세유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