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 몰입하기
고마움을 통해 인생은 풍요해진다.
디트리히 본회퍼
또 한주가 흘러갔다. 어째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인생의 회전목마처럼 내 일상은 같은 자리를 돌고 있다.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밥먹고 옷입고 출근하는 것. 오전근무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 퇴근을 하고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먹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그리고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 그러니까 스트레칭, 유투브 시청을 하고나서 다시 똑같은 하루를 금요일까지 지속하면 그토록 바라던 주말이 온다.
처음에 회사, 집만 반복하는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렇지만 여러 시도 끝에 나는 깨달았다. 나는 어떠한 규칙과 목적이 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 것을. 회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자 온전히 8시간을 보냈으니 힘을 빼는 시간이 필요했다. 힘빼기는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생존 전략이다.
이번주도 회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벽이 없는 개방적인 회의실에서 발표 연습에 한창인 사람, 옆자리 목청 큰 사람의 통화소리는 여전했다. 환경이 바뀌지 않았지만, 나는 소음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기어코 찾아냈다. 클래식에 귀가 열린 것이다. 매일 방영하는 클래식 방송을 통해 들은 클래식 음악은 소음으로 날카로워진 신경을 부드럽게 다독여주었다.
클래식만 들었을 때는 지루해서 잘 안들었는 데 주변 소음은 놀랍게도 클래식 반주와 어우러져서 활력있는 백색소음으로 내 업무 집중도를 올려주었다. 게다가 회장의 서프라이즈 요청으로 업무가 쏟아졌다. 저번주에 새롭게 시작한 나만의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사실 내심 홀가분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로 인해 슬슬 골치가 아파지던 참에 새로 들어온 일이 마음에 들었다.
간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하게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벌써 3월이 지나가는 데 회사 실적과 사정이 급격히 안좋아지고 있었다. 추노를 해야할 지, 존버를 해야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처럼 답이 없을 때는 하나님께서 미래를 책임져주실 것을 믿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언젠가부터 간식을 우리팀만 챙기다가 사무실에 벽이 사라지는 바람에 옆팀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마침 맛있는 간식을 사서 옆팀도 하나씩 주었다. 평소에 옆팀에게 몇 번 얻어먹기도 했고, 진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옆팀 사람들은 예상 못한 나의 행동에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상대방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반대로 작은 거 주면서 생색낸다고 욕먹진 않을까. 내가 준 걸 좋아할 까 아니면 싫은 데 좋은 척 하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든다. 고심 끝에 내가 주는 초코바 하나쯤은 아무도 부담을 갖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그 팀에서 우리팀에게도 간식을 먹으라고 창고(?)를 개방해주었다. 나는 이미 준 것으로도 혼자 마음이 뿌듯하고 기뻤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도 하고, 마침 제안팀에서 간식을 주문한 타이밍이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무슨 사유로 간식창고를 개방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와 초코바가 책상에 놓인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번 주에 회사에서 소소하게 유독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웃음을 잃지 않고 일상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다.
이번주도 여전히 허리가 아팠다. 밤에는 살살 아프기 시작해서 잠에 든다. 그렇게 푹자고 나서는 다음날 허리가 아파서 아침 5~6시쯤 깬다. 생체 알람은 끌 수도 없다. 그나마 자리에서 일어나면 조금 낫는다. 그런데 업무시간에는 괜찮다. 나는 잘 수 있을 때까지 자고 일어나는 스타일인데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해졌다. 게다가 마침 이번주부터 교회에서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를 시작해서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출근 준비를 여유롭게 하게 되자, 출근 스트레스가 줄었다. 후다닥 밥먹고 옷을 입고 신경질을 부리면서 나갔던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느긋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먹고, 옷을 잘 차려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집을 나섰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을 하는 지는 하루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도 변화를 주었다.
다음주도 딱 이정도만 허리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약을 먹으면 극도로 몸이 쇠약해져서 일단은 이번 주처럼 꾸준히 스트레칭하고 기도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