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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물 Oct 27. 2019

가을은 감정의 품을 많이 먹는다

나랑 그렇게 장난치고 놀다가 이렇게 빨리 철들어 뒤돌아버리는 게 어딨어


가을은 감정의 품을 많이 먹는다.

한껏 달아올라 귀찮게 굴던 날씨가 어느덧 차갑게 식어 농익어버리면 낯설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 

나랑 그렇게 장난치고 뜨겁게 놀다가 이렇게 빨리 철들어 뒤돌아버리는 게 어딨어.

 


인생의 계절은 꼭 여름부터인 것만 같다.

뜨거운 줄 모르고 푸릇하게 달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차갑고 풍성하게 식는다.

살이 에는 온도를 견디며 따뜻함을 배우고 만물이 싹트는 다정한 때를 미소 지으며 여유롭게 맞이한다.

나의 스물다섯은 지금과 꼭 닮았다. 9월의 혼란스러운 찬바람은 정신없고 어색하지만 응달진 구석이 밉지만은 않다.   


           

추위가 싫어서, 혼자만의 온도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가을이 되면 마음을 먹어야 한다. 

홀로 주저앉아 여름을 다시 데려오라 떼쓸 수 없으니 뒤늦게 터벅터벅 따라가 본다.

10월과 11월을, 떨어지는 온도와 따뜻함의 소중함을 배우기 위해

덤덤한 가을의 매력도 조금씩 익히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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