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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20. 2024

성스러운 사랑 21화

1-21화 전설

 “경찰 양반 우리 아가 뭐 잘못했는데요? 말은 하고 데리고 가야지예?”

 “아를 패서 병원에 입원시켰답니다. 자세한 거는 밑에 3 파출소로 와서 들을소. 가자.”

 경찰 아저씨는 나를 팔짱 낀다.

 무슨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장면을 내가 당한다.

 어리둥절하다.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말자랑 아줌마가 내려와 있다.

 골목에 한 집 한 집 대문이 열린다.

 “이게 무슨 일이고? 3파라 했는교?”

 “네 3 파출소로 오시면 됩니다. 일단 파출소에서 조사하고 경찰서로 갈 겁니다.”

 아버지는 흥분했는지 안절부절못하고 말을 더듬는다.

 “내 갈 때까지 파출소에 델꼬 있으소.”

 뭔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니깐 그 새끼가 내 뒤통수를 먼저 때렸어요.”

 “야! 이 새끼야 뒤통수 한 대 맞았다고 아를 병신으로 만들어놨나?”

 “그게요. 그 새끼들이 잘못을 했어요. 그 새끼들 양아치 새끼들입니다.”

 “내가 보니깐 니가 더 양아치 같다.”

 “아놔! 그게요 경찰 아저씨 제가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요? 그 새끼들이 먼저….”

 “어딨노? 저 있네.”

 아버지 하고 엄마가 왔다.

 “경찰 양반요. 맞은 아는 어디 있는교?”

 “지금 백병원에 있어요. 빨리 가셔서 일단 어떻게 되든 합의를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되겠지예? 아를 다치게 했으니 다 우리 애 잘못입니다. 한 번만 봐주이소. 경찰 양반요.”

 엄마는 울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윽박지른다.

 “무슨 합의 그 새끼들이 잘 못 했는데 그 새끼들을 잡아서 깜빵에 넣어야죠.”

 “조용히 안 하나?”

 엄마는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아! 그 새끼들이 말숙이 가슴 만지려 하고 세 놈이 말숙이 못 가게 하고 몸 더듬고 하는데 가만있는교, 그라면.”

 “뭔 소리고 누구를 더듬고 뭐 했다고?”

 “말숙이를 더듬었다고!”

 왜 때렸는지도 안 물어보던 경찰은 그제야 하나씩 묻는다.

 “말숙이가 누구야?”

 “우리 집 2층에 사는 애입니다. 우리랑은 가족이지예. 근데 애가 약간 아픕니다. 똑똑한데 말을 잘 못 하고 쪼끔 그런 애인데요.”

 엄마가 대신 대답한다.

 “어이 김순경 이리 와봐. 여기 말숙인가 애 집에 전화해서 좀 파출소로 오라고 해라.”

 “경찰 양반요 우리 아는 잘못 없는 거지예? 그런 짓 하는 놈들이 잘못 아닌교?”

 “그렇다고 해서 애를 팬 거는 잘못이라 빨리 합의는 봐야 할 겁니다. 대신 그놈들 잘못이 크니깐 그놈들도 죄가 있으니 일단 말숙이라는 애 만나보고 이야기드릴게요.”

 “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가신다.

 문밖에서 담배를 몇 모금 피시고는 끄고 꽁초를 호주머니에 넣으신다.

 나중에 또 피려고 그러는 거다.     

 

 “성님아~이게 무슨 말이고 우리 말숙이 챙기다가 애를 팼다 말이가?”

 전화한 지 10분 만에 아줌마는 말숙이하고 파출소로 내려왔다.

 그 뒤에 말자가 멀뚱멀뚱 따라 들어온다.

 “맞다. 맞다. 오빠가 그 오빠들 때렸다. 그 오빠들이 말숙이 여기도 만지고 그랬다. 말숙이! 말숙이! 집! 집에 못 갔다. 말숙이 화났다. 화났다.”

 “아이고 그랬나! 말숙이 무서워겠네.”

 엄마는 말숙이 등을 쓰다듬는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교? 그 놈들 어디 있는교? 내 오늘 그놈들 팍 죽이뿌고 내도 감방 갈란다.”

 아줌마는 흥분해서 당장 죽이러 갈 듯 말을 한다.

 “아줌마! 흥분 가라앉히고 있어 보세요.”

 경찰 아저씨는 이리저리 전화해 본다.

 내가 대충 들어보니 어찌할지 모르는 것 같다.

 한참을 통화하더니

 “일단 다들 집에 가 있으세요. 뭐 정당방위도 될 수 있고 그쪽 성추행도 했다 하니 다시 조사도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경찰 양반 내가 그 새끼들 고소할라요. 고소가 어딨노? 내가 그 새끼들 그냥 죽이뿌끼다. 어디 있는교?”

 아줌마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나는 안다.

 아줌마의 무서움을 안다.

 작년에 병원에서 선영이 엄마랑 싸울 때 봤다.

 “엄마~ 일단 가자. 죽여도 내일 죽이던가?”

 “그래. 동상아 내일 내랑 같이 가서 죽이자.”

 엄마가 아줌마 팔짱을 끼고 나간다.

 동네 아줌마들이 우리 집 대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다들 앉아 있다.

 “왔는교? 그 애들이 먼저 잘못했다면서 깡패 새끼들을 때려 패줬다면서.”

 무슨 소문이 어떻게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아는지 신기하다.

 

 뒤에서 누가 내 팔을 잡는다.

 쥐똥이다.

 쥐똥이랑 골목을 나가는데 말자가 뒤따라 온다.

 “가시나야 가라. 와 따라오노?”

 “너그 어디 가는데?”

 “어디 안 간다. 저기 가서 담배 하나 피고 갈기다.”

 “니 그라다가 아저씨한테 들키면 니 맞아 죽는디.”

 “니만 말 안 하면 된다. 가시나야. 들어가라.”

 “알았다.”

 말자는 돌아서 간다.

 “야!”

 나는 놀래서 돌아본다.

 “왜! 가시나야!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노? 왜? 왜?”

 “고맙다고. 고맙데이.”

 “됐다. 들어가라. 그라고 가시나야 짧은 바지 좀 입고 다니지 마라.”     

 “뭐라더노? 짭새들이?”

 “우와. 웃긴 게 처음에는 내를 완전히 양아치로 취급하더니만 막 바로 합의 안 보면 깜빵 보낼 거처럼 하더니 말숙이 이야기 듣고는 달라지데.”

 나는 어디 독립운동하다가 풀려온 것처럼 이야기한다.

 ‘윙윙윙’ 탱크가 울린다.

 탱크부터 바꾸고 싶다.

 아마 이 삐삐로 머리 찍었으면 더 죽었을지도 모른다.

 “병팔이네 우와 새끼들 빠르네.”

 “내가 말했다. 너 잡혀갔다고.”

 “와? 깜빵 갔다 하지?”

 “근데 니 아를 얼마나 팼는데? 어디 애들이던데?”

 “몰라. 한 놈은 안면이 있는데 둘은 모르겠더라. 그냥 짱돌로 찍어뿟다.”

 “이 새끼 또라이네.”     

 

 다음날 나는 당구장으로 출근한다.

 철수 놈이 먼저 와있다.

 나를 보고는 박수를 친다.

 “야! 니 10대 1로 싸워서 다 보내 뿌따면서?”

 “뭔 소리고? 누가 그러더노?”

 “소문 다 났다. 대단한데! 내가 현장에 같이 있어서 싸웠어야 하는데 아! 안타까비!”

 철수는 자기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 못 된 게 안타까워한다.

 나는 굳이 아니다 그런 거 아니다.

 말을 안 한다.

 “우리 마산 갈래?”

 “마산?”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나는 몰래 뒤에 서서 따라 한다.

 “안녕하세요.”

 “놀래라! 언제부터 있었노? 저기 분수대 옆에 시원하다. 거기 앉아서 조그만 기다리고 있어라. 내 끝날 때 다 됐다.”

 나는 내려오기 전에 누나한테 마산 간다는 말만 남기고 이렇게 백화점에 찾아온 거다.

 ‘안내 도우미’라는 명찰을 차고 빨간 짧은 치마를 입고 빨간 망토를 걸치고 같은 자세로 흐트럼없이 웃으며 백화점 출입문 앞에서 고객에게 인사하며 응대하는 누나 모습이 억수로 색다르게 보인다.

 매번 교복 입은 여자아이를 보다가 교복이 아닌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이쁘다.

 “이야! 저 누나 저렇게 입은 모습 보니깐 억수로 섹시하다.”

 “침 닦아라. 그라고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하는데 마산 온 거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라. 특히 미자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

 “알았다 새끼야! 내가 뭐 팔불출이가?”

 “거기서 팔불출이 왜 나오나? 아니다. 말을 말자.”

 “근데 니 그때 저 누나랑 잤나?”

 “이 새끼 왜 이라노? 잠만 잤다.”

 30분쯤 지났을까?

 누가 팔짱을 낀다.

 “가자.”

 

 청바지에 하얀 면티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누나는 또 다른 모습이다.

 누나는 철수와 내 팔짱을 끼고 중간에서 마냥 신난 애처럼 폴짝폴짝 뛰며 그네를 탄다.

 “어디 갈래? 뭐 먹을래? 이렇게 마산 왔으니 누나가 사줄게 가자.”

 “근데 누나 친구들은 안 오나요?”

 “왜 니 외롭나? 애기들이랑은 안 논다 하던데. 하하”

 “난 안 갈란다. 두 분이서 맛있게 드셔요.”

 “삐졌나? 알았다 우리 둘이 갈게 잘 가라.”

 “이 새끼 봐라 친구를 버리고 여자를 택하네! 내 오늘만 같이 먹어준다.”     

 “공부는 잘되나?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야지 이렇게 술 먹고 그래도 되나?”

 “당연히 안되죠! 근데 나는 됩니다. 저 새끼는 안됩니다. 저 새끼는 공부해서 대학가야 되는데 저렇게 술을 좋아하니 큰일입니다. 누나 내가 충성을 다해서 모실 테니 나랑 만나는 건 어때요?”

 철수가 까분다.

 “오늘 하는 거 봐서!”

 “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씨끄럽고 한잔해라.”

 “짠!”

 나는 오늘은 절대 술이 취하면 안 된다.

 최소한 필름은 끊기면 안 된다.

 괜히 혼자 술 먹다가 이상한 상상을 한다.

 선영이나 말자를 만날 때는 한 번도 먼저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중1이었나? 처음으로 빨간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집으로 갈 때 그 기분처럼 설레는 게 이상하다.

 술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저 술은 왜 이리 많이 남았는지? 시간은 또 왜 이렇게 안 가는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그렇게 술을 몇 병을 먹었는지 뭐를 안주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철수는 민호 형님이 마치면 한잔 더하자고 해서 민호 형님 집에 갔다.

 나는 자연스럽게 누나 손을 잡고 누나 집으로 걷는다.     

 

 나란히 누워 서로 마주 본다.   

병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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