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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18. 2024

성스러운 사랑 20화

1-20화 조용한 사랑

 “집에 가자~어찌 니는 보충 수업하러 와서까지 자노?”

 “니는 모른다. 미남은 잠꾸러기라.”

 쥐똥이 우리 반 교실까지 와서 나를 깨운다.

 여름방학이다.

 그런데 2학년부터 보충 수업한다.

 이게 무슨 방학이고 그래도 2학년이라 4교시만 한다.

 3학년은 7교시 한다.

 방학이 없는 거다.

 “똥우야! 우리 이래서 되겠나?”

 “뭔 소리고 마음잡고 공부하자는 말이가?”

 “그게 아니고, 생각해 봐라. 우리 고등학생 때의 마지막 여름방학이지 않겠나? 3학년 되면 방학도 없이 저렇게 공부하니.”

 “그래서? 어쩌자고?”

 “떠나자. 나는 바람 좀 쐬고 와야 공부가 잘될 거 같다.”

 “미친놈! 공부하고 말을 해라.”     

 

 “안녕하세요” 우리는 90도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당구장이다.

 “우와 시원하다. 여기가 천국이다.”

 둘 다 에어컨 앞에 서서 교복 단추를 푼다.

 “병팔이한테 삐삐 치라. 당구장 왔다고.”

 “니가 치라.”

 삐삐 치려니 두 놈이 들어온다.

 “충성”

 까불이 철수는 오늘도 까분다.

 “야! 너그 둘은 공부 안 하나? 대학 가야지. 공부 좀 해라. 어찌 당구장에만 박혀 있노?”

 나는 철수 보면 자동으로 미자 이름이 나온다.

 “철수야 오늘은 오~~ 미자 안 만나나?”

 큐대를 고르던 병팔이가 큐대를 들고 말한다.

 “하하 철수 이 새끼 미자랑 쫑 났다.”

 “왜 마산에서도 우리 미자가 얼마나 이쁜데 미자 보고 싶다. 미자야 하면서 질질 짜더만!”

 “질질 짜기는 누가 짜? 그라고 내가 찼다.”

 “뻥 치지 마라. 니가 차기는? 니가 뭘 잘못해서 차였지? 맞제? 병팔아!”

 “그게 이 등신이 마산 가서 나이트 간 게 뭐 자랑이다고 미자한테 말했단다.”

 “어이구! 등신아!”

 나는 철수 뒤통수를 한 대 쳤다.

 

 근데 찝찝하다.

 “잠깐만, 철수야?”

 “왜?”

 “마산에 나이트를 간 걸 이야기했다고? 왜? 얼마큼 이야기했는데?”

 “말 안 할란다. 됐다. 끝났다.”

 “아이 새끼야 그걸 미자가 선영이한테 이야기 안 했겠나? 어쩐지 며칠 동안 선영이가 조용하더라.”

 “맞네? 미안하다. 근데 별 이야기 안 했다. 그냥 우리 나이트에 가서 쥐똥이가 미자 니 못 생겼다고 지랄한 거랑.”

 “아! 이 새끼 또라이네!”

 가만히 듣고 있던 쥐똥이 욱하면서 욕을 한다.

 “조용해 봐라. 그라고? 또?”

 “그냥 뭐 나이트에서 쥐똥이가 추태 부려서 쫓겨나서 포차 가서 그 누나들 다시 만나서 내랑 병팔이랑은 민호 형님 집에서 잤고.”

 “나는?”

 “니는 다음 날 아침에 커피숍에서 만나서 집에 왔다 캤지.”

 “근데 그걸 왜 이야기하는데?”

 “그게 미자가 그날 뭐 했냐고 묻기에 너그들하고 그냥 술 먹고 잤다 캤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 준다 캐서.”

 “으이구! 등신아! 뒤져라!”

 나는 뒤통수 한 대 때린다.

 “사장님 삐삐 한 통만 칠게요.”

 나는 선영이한테 삐삐 친다.

 이상한 감정이 든다.

 항상 내 편이고 내만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휑한 느낌이 든다.

 1시간이 다 되어도 삐삐가 안 온다.

 “철수 이 새끼 때문에 선영이도 알게 됐나 보다.”

 “당연한 거 아니가?”

 병팔이랑 쥐똥이는 무슨 영화 관람하듯이 쳐다보면서 이야기한다.

 “아이씨! 모르겠다. 당구나 치자.”

 결국 2시간이 지나도 선영이는 연락이 없다.     

 

 “내일 2시에 우리 처음 만난 곳으로 나온나?”

 “응”

 저녁에 선영이랑 연락이 되었다.

 근데 처음 만난 곳이 생각이 안 난다.

 병원에 주로 있었고, 퇴원하고는 매번 선영이가 찾아왔고. 선영이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여보세요. 철수야?”

 “왜?”

 “내가 선영이를 어디서 소개받았노? 우리 어디서 미팅했노?”

 “그게. 니 사고 난 날 아니가? 남포동 ‘추억 만들기’인가? ‘친구 만들기’인가?”

 “아! 맞다. 오케이~ 뒤비자라.”     

 

 나는 약속 시각 30분 전에 도착했다.

 뭐라 변명하지. 누굴 또 팔지.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하다.

 그래도 내가 ‘미안’하면 ‘괜찮아’할 거 안다.

 선영이는 한 번도 내한테 화를 내거나 그런 적이 없다.

 “여기”

 선영이가 들어온다.

 표정이 안 좋다.

 나를 보고도 웃지를 않는다.

 “뭐 마실래?”

 “안 먹을란다. 먹고 싶지도 않고 빨리 갈 거다.”

 “왜? 무섭게 그라노?”

 “사실은 오늘 보자 한 거는 만나서 니 이야기 들어보고 그냥 한번 봐주고 그러려고 했는데? 어제 밤새도록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다.”

 “선영아 그게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아무 일 없었다.”

 “내가  말자라는 애는 이해가 갔는데 어릴 때부터 한집에서 같이 자라고 친하니깐. 근데 니가 무슨 여자에 환장한 놈도 아니고 왜 그렇게 하고 다니는데?”

 “그게 선영아 마산에서는 진짜 술 먹고 눈뜨니깐 아침이고 집에 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

 “마산은 무슨 이야기고? 마산까지도 여자 만나러 갔나?”

 '뭐지? 마산 이야기는 모르나? 미자가 이야기 안 했나?' 나는 짧은 생각 동안 다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마산 이야기 아니면 나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니! 아직도 첫사랑 못 잊어서 그때부터 그 애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그 애 학교도 찾아가서 만나고 했다면서 그리고 영화도 보고.”

 “누구? 영희?”

 나는 어이가 없다.

 물론 영화는 봤지만, 꽁무니 따라다닌 적도 없다.

 “변명하지 마라. 구차하다. 그리고 내 기분 더럽거든 니가 그라면 안 되지.”

 “선영아, 그게 그런 게 아니고?”

 “됐다. 내도 그만할란다. 니 좋아하는 거 이제 그만할란다.”

 “선영아. 그게 아니다니깐.”

 “됐다. 내 간다.”

 그러고는 나가 버린다.

 “선영아! 그게 아니고.”

 나는 선영이 따라 나가려는데

 “학생! 계산하고 가야지.”

 커피숍 주인아줌마가 나의 팔목을 잡는다.

 “아이~잠시만요.”

 나는 뒷주머니에 지갑을 꺼낸다.

 ‘이런 돈이 없다. 분명 용돈 받은 거 챙겼는데 왜 천 원짜리 두 장만 있지’ 주인아줌마가 째려본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만 원짜리 한 장을 책상 위에 놓고는 안 들고 온 것 같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빨간 전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말자야 집에 있네?”

 “덥다. 왜? 빨리 말해라.”

 “사실은 내가 책상 위에 돈을 안 가지고 와서. 니가 좀 들고 오면 안 되나?”

 “니 어딘데?”

 “남포동!”

 “죽을래. 내가 거기 갈 시간 있음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운다. 끊어!”

 말은 저렇게 해도 온다.

 말자는 그런 애다.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생각해 본다.

 선영이가 영희를 만난 거는 어떻게 알고 그렇다고 저렇게 가버리노?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헤어져야 하나? 창가를 쳐다본다.

 2층이라 아래가 훤히 잘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억울하고 분하다.

 선영이한테 삐삐를 쳐볼까 하다가도 괜한 자존심 세운다.

 정말 마산 간 거로 저렇게 했다면 아마 싹싹 빌었는지 모른다.

 근데 영희 만난 거를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저렇게 하는 거는 나는 억울하다.

 ‘가시나 이야기는 들어보고 가야지’ 혼자 구시렁거린다.

 몇 번이고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도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으니 참 좋은 것 같다.

 괜히 애들한테도 삐삐를 치고 해 본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간다.

 ‘가시나 안 올라나? 전화해 볼까?’ 전화기를 들려는데 빨간 소파에 누가 앉는다.

 

 “어? 선영아?”

 선영이가 다시 온 거다.

 “니가 어떻게? 왜? 다시?”

 나는 말까지 더듬는다.

 “니 계산 못해서 나오지도 못하고 말자한테 전화했다며?”

 “그걸 니가 어떻게 아노?”

 “내 집에 안 가고 커피숍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금방 말자 애 만났다. 이야기 듣더니만 내한테 니 그런 애 아니라고, 그리고 영희랑은 아무 사이도 아닐 거라고 이야기 좀 들어보고 집에 가든가 말든가 하라데? 그리고 1만 원 주면서 밥도 사 묵으라카데?”

 나는 창문 밖을 쳐다본다.

 멀리 걸어가고 있는 말자 뒷모습이 보인다.

 ‘가시나 그렇게 짧은 거 입지 마라 캤는데’ 미안해서인지 쪽팔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코끝이 찡해온다.

 “너 우나?”

 “울기는 내가 왜 우노?”

 쪽팔리게 뭣 때문인지 모르지만 말자 뒷모습 보다가 눈물이 흐르는 거다.

 “내 니가 눈물까지 흘리니깐 이야기 들어줄게. 영희라는 니 첫사랑 이야기해 봐라.”

 “선영아. 그런 거 아니다. 내를 믿어라.”

 나는 내가 생각해도 남자답게 말한 것 같다.

 선영이는 한참을 아무 말 안 하더니

 “알았다. 니 한 번만 더 그라면 진짜 안 본다.”

 “넵! 근데 선영 님 어찌 영희 만난 거를 아는데?”

 “죽을래? 그게 중요해? 며칠 전에 미자가 몇 년 만에 영희라는 애를 동네에서 우연히 만났다 카더라.”

 ‘미자 가시나가 원인이군’ 나는 오미자를 죽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선영이 데려다주고 집으로 간다.

 골목길 들어서는데 골목 끝에 누가 봐도 양아치 같은 세 놈이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있다.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간다.

 골목 끝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저 양아치 새끼들이 나한테 안 오면 마주치지 않는다.

 무서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사실은 애들이 무섭긴 하다.

 그리고 세 놈이다.

 나는 조용히 집으로 향한다.

 “야~한 번만 만져보자. 아까 오빠가 1000원 줬잖아.”

 아직도 저런 양아치 새끼들이 있나?

 누군가가 나오겠지 하고 신경을 안 쓴다.

 그리고 괜히 싸워봐야 세 놈한테 얻어터질 것 같다.

 “야 바보 같은 x이 돈 받을 때는 언제고 이제 지랄이고.”

 “내 바보, 바보 아니다. 싫다. 싫다. 만지지 마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일단 주변에 손에 꼭 들어가는 짱돌 하나를 줍는다.

 “야! 너그들 그만해.”

 “뭐! 우리? 죽을래 이 새끼가?”

 순간 세 놈이 날 쳐다본다.

 “오빠다! 오빠!”

 “어디 갈라고?”

 말숙이다.

 말숙이는 말자 동생이다.

 말숙이는 바보가 아니고, 아픈 아이다.

 말숙이가 나를 보고 올라고 하는데 한 놈이 말숙이를 못 가게 잡고 막는다.

 일단 말로 조져 본다.

 짱돌을 꽉 쥔다.

 자세히 보니 어리다.

 “야! 이 새끼들 너그 몇 살이고? 어느 학교고? 말숙아 이리 와.”

 “고1이다. 왜? 학교는 알아서 뭐 하게, 이 새끼 지가 뭐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네!”

 “이리 와. 말숙아.”

 “오빠. 오빠 집에 가자. 가자. 말숙이 무섭다. 무섭다.”

 다행히 말숙이는 빠져나와 내 쪽으로 왔다.

 집에 가려고 등을 돌리는데

 “이 새끼! 안 오나?”

 고함과 동시에 뒤통수가 ‘퍽’ 한다.

 한 놈이 내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린 거다.

 주머니에 넣은 짱돌을 다시 꽉 손에 쥔다.

 나는 일단 내 뒤통수 때린 놈 면상에 주먹을 그대로 날린다.

 일단 짱돌을 쥐고 면상을 맞은 놈은 그 자리에서 바로 코피가 터진다.

 안 터지면 그게 이상한 거다.

 일단 이 새끼부터 죽이자.

 나는 코피가 터진 놈을 멱살 잡고 벽으로 밀고 가서 벽에 붙이고 얼굴에 몇 대 더 날리고 넘어트린다.

 이러면 끝이다.

 나는 말 그대로 죽으라고 밟는다.

 세 놈이 있어도 한 놈이 저렇게 맞으면 잘 안 움직인다.

 “야! 이 새끼들 죽을라고! 다 덤벼!”

 “오빠! 오빠 하지마! 무섭다! 무섭다!”

 말숙이는 똑같은 말만 하면서 손뼉을 친다.

 나는 안다.

 말숙이 저 행동은 극도로 이제 흥분되어 간다는 거다.

 “알았다. 말숙아 집에 가자.”     

 


 “니는 요즘 공부 안 하나?”

 막내 누나가 저녁밥 먹는데 잔소리 시작한다.

 “한다. 내 알아서 하고 있다.”

 “하고 있다 안카나? 아 밥 먹는데 자꾸 그라노?”

 엄마가 김치를 손으로 찢으며 말한다.

 “띵동~띵동~”

 “이 시간에 누꼬?”

 나는 인터폰을 든다.

 “누구십니까?”

 “경찰입니다.”     

부레옥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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