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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 오빠 11화

늑대파

by 꾸니왕

우리는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왜? 아배 아줌마가 자기 새끼들을 죽였는가’에 대해 동네 사람들은 말이 많았다.

사람들은 늑대파도 모르고, 토끼몰이도 모른다.

‘처음부터 죽은 새끼가 태어난 것이 아니냐?’

‘밤새 너구리나 족제비가 내려와서 죽인 것이 아니냐?’

별별 말들이 많다.

주인아저씨의 말이 어찌 보면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새끼를 낳았는데 주인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자기를 버리고 어디로 간 것 같고, 아배 자기는 다리 한쪽을 못 쓰니, 새끼들은 잘 키우지도 못할 것 같고, 주인이 돌아와도 전에 트롬프처럼 어딘가 보낼 것 같으니 차라리 물어 죽인 것 같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알 수가 없다.

아배 아줌마만 알 것이다.

나는 아직 달코 오빠의 말이 제일 맞는 거 같다.

달코 오빠는 모든 게 늑대파놈들의 잘못이다고 한다.

혼자 “늑대파 개새끼들”이라고 욕인지 모를 말만 한다.

아배 아줌마 집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내가 몇 번이고 다시 부르니 달코 오빠가 말린다.

“그만 불러라. 아배 누나도 힘들다.”

그렇게 한마디 던지고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머리를 벽 쪽으로 하고는 엎드린다.

조용하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보다.


달코 오빠 11화


“달코야~~멍멍”

누군가가 달코 오빠를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달코야~자나? 내다. 야키다.”

야키놈이 내려왔다.

그 옆에는 피부가 뽀얀 오빠가 서 있다.



달코 오빠는 야키 놈이 내려온 것을 확인하고는 나에게 눈을 깔면서 턱을 테라스 문 쪽으로 향한다.

‘문 열어라’라는 뜻이다.

주인아저씨는 테라스 문을 조금 열어놓고 외출을 한다.

달코 오빠 때문이다.


몇 달 전 달코 오빠가 오줌을 못 참고 테라스에 쌌다.

그것도 엄청 많이 쌌다.

오줌이 마르기도 전에 주인아저씨가 외출하고 돌아와서는 아무 때나 오줌 쌌다고 나를 혼냈다.

달코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방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저씨는 오줌의 양만 보고는 내가 싼 거로 생각한 거다.

그날 이후 주인아저씨는 외출할 때 테라스 문을 조금 열어놓는다.

내가 힘으로 당기면 열린다.

달코 오빠는 다리도 짧고 해서 못 연다.


나는 앞다리를 테라스 문에 걸치고 힘껏 당긴다.

'슈우’하고 테라스 문이 바람에 날릴 듯 열린다.

“달코야~ 인사해라. 전에 말했던 늑대파 친구 통키다.”

“통키? 야키 친구 통키 하하하 둘이 형제 같다.”


“뭐가 웃기노? 니 뭔데? 쪼끔 한 게~~”

뽀얀 통키 오빠는 달코 오빠에게 덤벼들려고 하는 걸 야키 놈이 말린다.

통키 오빠는 전혀 늑대파 같아 보이지 않았다.

부잣집 개 같아 보였다.

“아~ 미안하다. 이름이 비슷해서 말한 거뿐인데. 화났다면 미안하다.”

달코 오빠는 미안한지 급하게 사과한다.

저렇게 생각 없이 맨날 말부터 하는 거 고치라 해도 말을 안 듣는다.


분위기가 또 금세 좋아졌다.

수컷들은 이상하다.


“이제 이야기해 봐라. 나도 대충은 들었는데. 뭐가 궁금해서 내 보자고 했노?”

“그게 니가 늑대파에 있다고 해서 니 아배 누나 알제? 우리 집 바로 밑에 사는 누나 알제?”


“안다. 저기 저 집 아니가?”

“그거 때문에 뭐 좀 물어보려고?”


통키 오빠는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쪽저쪽을 꼼꼼히 보며 코를 킁킁대며 냄새까지 맡고 있다.


“여기는 좀 불안한데? 안전한 곳으로 가자.”

“그래? 그러면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 주인아저씨 없다.”

우리는 다 같이 우리 집 테라스에 둘러앉았다.

나는 다시 앞다리에 힘을 줘서 테라스 문을 닫았다.


“여기는 내 동생 엠버다.”

“엠버~ 안녕~ 나는 통키야.”

통키 오빠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하는데 심장이 멈추는 것 같다.


“네... 안녕하세요.”

달코 오빠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엠버야~~ 그만 좋아하고 저기 숨겨놓은 개껌이나 몇 개 들고 온나.”

나는 아껴둔 개껌을 들고 왔다.

그런데 달코 오빠는 내가 개껌 숨겨놓은 걸 어찌 알았지?

하여튼 밉상이다.


“개껌 씹으면서 이야기하자. 여기는 안전하다.”

“맛있네. 엠버야 고마워~”

통키 오빠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늑대파가 맞는지 모르겠다.

야키 놈은 개껌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니까 왜? 아배 누나를 토끼몰이해서 다리를 빙신으로 만들어놨는데?”

통키 오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니~ 그거 어떻게 알았노? 토끼몰이?”

“내가 다 안다. 나도 정보통이 있다.”

‘정보통은 무슨 저기 개껌 물어뜯고 있는 야키 놈이 뭣도 모르고 던진 말이 걸린 거지.’ 나는 속으로 웃었다.

통키 오빠는 자꾸만 불안한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어디 가서 토끼몰이 이야기하지 마래이. 다친다.”

“그거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근데 아배 누나 토끼몰이 한 거는 맞네?”

“맞다.”

달코 오빠는 화가 났는지 콧바람을 쌩쌩 분다.

“휴~~ 미친 새끼들~ 그래서 니도 같이 했나?”

“아이다. 나는 안 했다. 간부급 5마리만 했다.”


“간부급? 왜? 간부급이 직접 하는데.”

“그게 아배 누나가 싸움을 억수로 잘하는 거 아나? 잘못하면 우리 같은 애들은 역으로 당하니깐 간부급이 직접 한 거지. 그래도 아배 누나 대단했다. 간부 두 마리가 다치고, 서열 6위는 아예 일어나지 못한 채 죽었다.

다리에 덫을 달고도 얼마나 잘 싸우는지 내가 반했다 아이가.”

나는 아배 아줌마 싸움 실력을 안다.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멋진데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눈물이 또 흐른다.


“그래. 아배 누나 싸움 실력하고, 똑똑한 거는 동네 애들 다 안다.”

“맞다. 나도 안다.”

한참 개껌만 씹던 야키 놈이 대답한다.

오늘 야키 놈을 다시 보니깐 엄청 멍청한 것 같다.

달코 오빠는 화가 났는지? 테라스를 빙빙 돌고 온다.

화가 좀 가라앉은 달코 오빠는 다시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배 누나 임신한 거는 알았나?”

“너그들 그것도 아나? 그거는 늑대파에서도 몇 놈밖에 모르는데?”


“그래? 왜? 임신해서 아배 누나가 탈퇴한다고 말 안 했나?”

“그런 말은 안 했다. 그리고 그런 말 했으면 아마도 교육대장도 같이 토끼몰이 당했을 거?”

“교육대장은 또 누군데? 그리고 왜? 아~ 복잡하네! 무슨 깡패 놈들이 교육대장이 있고 그렇노?”


“달코야~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자.”

개껌을 다 먹은 야키 놈이 달코 오빠를 진정시킨다.

“그러니깐 교육대장은 신입들 교육하는 역할을 하는 무리 중 대장이다. 나도 교육부에 있고 나는 교육대장이랑도 친하고 아배 누나도 야키를 안다고 하니깐 친해졌다. 교육대장이랑 아배 누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사랑은 무슨..... 깡패 새끼들이 사랑은 무슨... 사랑하는 개도 못 지켜주는 게 무슨 사랑이고.”

달코 오빠는 혼자 구시렁거린다..

갑자기 달코 오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배 누나는 임신한 거를 알게 된 순간부터 탈출하거나 탈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 교육대장인가? 뭣인가 그놈하고 같이 탈출하지 왜? 혼자 탈출도 아니고 탈퇴한다고 했는데?”


“늑대파는 서열 1위부터 서열 3위까지만 암컷을 품을 수 있어.”

“무슨 개똥 같은 소리고? 그러면 교육대장은 서열이 몇인데?”


“교육대장은 서열 11위야~ 서열 10위까지 간부라 부른다.”

“그래서 교육대장이라는 놈은 지만 살겠다고 빠진 거네.”


“그게 아배 누나가 부탁을 한 거지. 혼자 탈퇴한다고 말하고 토끼몰이해서 살아남겠다고, 그래도 토끼몰이해서 살아남아서 탈출하면 그 이후로는 안 건드린다는 게 법칙이야. 탈출하면 끝까지 잡으러 다니거든 아마 탈출했으면 아배 누나는 지금쯤 여기 없을 거야.”

“지랄~ 쳐들어 와보라고 해라. 내가 다 죽여 버릴 거니깐.”

저런 허세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나오고 싶어. 거기는 너무 무서워.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미행했을 수도 있어.

너무 무서워. 으흑~”

통키 오빠는 울먹거리면서 말을 하는데 너무 슬프다.

너무 무서울 것 같다.

불쌍하다.

한참을 아무도 말을 안 했다.


달코 오빠가 다시 코에서 바람을 내가면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도대체 늑대파는 몇 놈인데? 무슨 100마리 되나?”

“100마리는 안되고? 저쪽 강 건너 있는 애들까지 합치면 80마리는 될 거?”

우리는 다 같이 “우와~” 하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통키 오빠는 우리 집을 둘러보고 내 방도 들어가 보고, 달코 오빠 방도 들어가 본다.

“내 이제 가야 한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부럽다. 내 갈게. 엠버야~ 개껌 잘 씹고 간다.”

통키 오빠는 내가 문을 닫는 거를 봤는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뒤늦게 야키 놈도 같이 가자며 뛰어나갔다.

나는 속으로 말을 해본다.

“저기 통키 오빠~ 탈출해서 우리집에서 살아요.”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는 감자 아저씨 집으로 갔다.

“감자야~ 내 좀 보자.”

“왜? 무슨 일인데. 여기서 이야기해라.”


“따라와 봐라. 조용히 이야기할 게 있다.”

감자 아저씨는 달코 오빠를 따라 조용히 구석진 곳으로 갔다.

나는 양파 아줌마랑 아배 아줌마 이야기를 하면서 달코 오빠 쪽을 쳐다봤다.

한참을 무슨 이야기하는지 달코 오빠랑 감자 아저씨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하는지는 안 들린다.

갑자기 감자 아저씨가 목소리가 커졌다.

“미친 거 아니가? 나는 못 한다. 미쳤나.”

“조용히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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