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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ran Jan 12. 2023

그 남자의 사랑법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건 지방의 한 연수원에서였다.

새 직장에서 일하려면 그곳에서 일주일간 연수를 받아야만 취업이 가능했다.

일주일간 교육도 받고 팀도 짜서 레크리에이션도 하면서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한 남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것도 추억이니 같이 사진 찍자며 말을 건네길래 별수롭지 않게 그렇게 하자고 얘기하고 사진을 찍었다. 브이까지 해 가며 잔뜩 미소를 띠면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남자는 사진을 보내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의심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이 왔다. 그 남자였다.


사실은 자기 스타일이라서 일부러 사진 찍자고 한 거였다고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만나보지 않겠냐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사진이나 받을 요량이었지 뜬금없이 고백이라니. 그것도 이런 곳에서.


그리고 뭣보다 그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음날 교육을 받을 때나 식당에 밥을 먹으러 내려갔을 때 뭔가 뒤통수가 따갑다 싶으면 그 사람이 뒤에 있었다.

그는 카톡으로도 애정공세를 해댔다.

결국 한 번 만나보기로 마음을 먹고 연수원에서 헤어진 뒤 우리는 롱디 커플이 되었다.


나는 인천공항으로 그 남자는 지방의 근무지에서 일하면서 우리는 만남을 이어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번 그 사람이 인천으로 왔다.

한결같았다. 근무 끝나고 밥도 안 먹고 속도를 내며 인천까지 오기도 하고 야근을 하고 달려오기도 했다.

새우를 먹으러 가면 새우를 다 까서 내 접시로 옮겨주고 나서야 자기 밥을 먹기 시작한 남자였다.

똥지게를 져서라도 내 밥은 굶기지 않겠다며 제법 단단한 어조로 또렷하게 말하는 남자였다.


ssu출신의 이 남자는 정말이지 뱉은 말 그대로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특수부대 출신답게 남자다운 스타일의 외형이었지만 둘이 있을 땐 굉장히 귀여웠다.


나보다 20cm 넘게 큰 키에 복근도 있는 상남자이지만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움이 묻어있는 남자였다.

해마 모양의 목걸이를 선물해주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모양인 줄 알고 한 디자인을 찾고 찾아 그 반지를 내밀기도 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금세 닳아서 연락을 잘 못 받는 상황이 몇 번 발생하자 아예 나를 휴대폰대리점에 끌고 가서 휴대폰을 바꿔주는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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