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직장인(職場人) 모씨(某氏)는 두어 자 글로써 의복(衣服)에게 고(告)하노니, 인간 남자의 모습에 종요로운 것이 입성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그러나, 흔한 것도 오래 함께하면 귀해지니 이제 여의는 사진 속 것들이라. 오호 통재라. 구두는 가죽을 엮은 실이 낡아 물이 새고, 수트는 재봉실이 삭아 속살이 보이고, 시계는 크라운이 떨어져 시간을 맞출 수 없구나. 나에게 붙어 같이 이룬 일들에 감사하며 이제 안녕을 고한다. R.I.P. 상향(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