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은 자격만을 가진 것일뿐

진짜 여정은 지금부터!

by 구행


12월 4일, 오전 9시 10분

합격자 발표가 카톡으로 올 걸 알면서도 나는 신문을 보며 애써 외면했다.


9시 15분,

분명 눈으로 새벽에 일어났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내용을 보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핸드폰을 향해 있었다.


"카톡"

"일반행정사 2차 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합격 문자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고, 공부한다고 알렸던 몇몇 지인에게 소식을 전했다. 축하한다는 인사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조용히 스스로 양 어깨를 감싸안았다.


'기특하다 정말'

류마티스로 왼손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순간을 견디어 끝까지 행정사 시험을 치르고 얻은 결과라서 의미가 남달랐다. 고진감래의 정석을 보여준 한 해 같았다. 합격한 그 순간부터 앞으로는 무엇이든지 잘될 것 같고,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의지만이 가득 차올랐다.


합격한 다음날부터 수강했던 학원, 시험행정사회, 대한행정사회 등 각종 신입생 환영회 일정이 가득했다. 같은 꿈을 품고 지난한 1년을 잘 이겨낸 사람들과의 만남은 설렘 그 자체였다. 우리는 서로의 합격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그려나갔고, 그 자리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희망과 기대로 가득찼다.


의지가 희미해지는 건 불과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합격의 달콤한 기분은 이번주까지만 즐기세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합격자 모임에서 선배들이 해준 공통된 이야기였다.


행정사 업무는 하루에 1개씩 소개해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하고, 가짓수로 세면 약 3,000가지의 분야가 나온다고 말한다. 행정사에 대해서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해 파고들 수 있는 업무는 많다. 그 정도로 분야가 다양하기에 블루오션이면서도, 특정 분야(접근이 비교적 쉬워 많은 행정사들이 몰리는 분야)의 경우는 레드오션이 된다. 블루오션에서 먹거리를 발굴하는 행정사의 경우 행정사의 가능성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정사도 자영업자이기에 하루하루 수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배들의 업무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의 바다 앞에서 나는 작은 배 한 척처럼 계속 흔들렸다.








자격증은 단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티켓


행정사 업무신고를 위해서는 대한행정사회에 가입 후 실무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실무교육을 들으며 나의 지난 희망과 기대는 점점 더 현실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쏟아지는 행정사 업무와 관련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차오르는 것은 막막함이었다.


실무교육이 끝난 후 무엇이라도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에 선배들이 진행하는 무료 특강에 참석했다. 전문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망설임 없이 등록했다. 이렇게 다니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조언 중 하나는 업무 영역이 많은 만큼 두루두루 업무를 해보되, 자기만의 '특화분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업무를 다 소화하기에는 전문성과 에너지가 분산되기 때문에, 한 두가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나에게 그 '한 두 가지'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근무했던 회사와 직무를 쭉 적어놓고 계속 고민했다. 기존의 내 삶과 연결되어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내가 열정을 느끼는 분야는 무엇일까. 역시나 한 번에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고민이 계속되는 그 시간에, 동기들은 하나둘씩 개업을 준비했다. 독립된 사무실을 갖춘 동기, 선배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한 동기, 법인에 들어간 동기 등 나와는 다르게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하면서도 다양했다. 나는 아직 시작점 근처도 못간 것 같은데, 다들 스타트라인에 서서 수임의 총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빠르게 스스로를 알고 자리잡는 동기들을 보며 막막함은 이내 불안함으로 바껴있었다.



"착각하지마. 하고 싶은 일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아. 어느 날 갑자기 꿈이 펑 하고 땅에서 솟아 오르지도 않아. 하고 싶은 일이나 목표가 생기는 건 언제나 ‘작은 결과’로부터야. 행동으로 옮겨서 작은 결과가 나왔을 때 좀 더 큰 결과를 내서 좀 더 큰 기쁨을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 되고 결국에는 꿈으로 빚어지는 거야."


니시노 아키히로의 '꿈과 돈'에서도 모르겠으면 일단 움직이라고 했다. 하루의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움직이는 것 밖에 없었다. 모르겠더라도 모임이나 특강에 참여해서 머릿속에 흩어져있는 행정사 업무를 카테고리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제경영, 자기계발, 브랜딩, 영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나라는 사람의 차별화 요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차츰 깨달았다. 자격증은 단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티켓일 뿐, 진짜 여정은 그 후에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 티켓을 갖었다고 해서 바로 여행이 시작되지 않는다. 어디를 어떻게 떠나고 어떤 시간을 보낼지 '나'를 알고 그에 맞게 계획한다. 더 많은 정보와 에너지, 시간이 투입된다.


이처럼 행정사 시험에 합격한 것은 단지 나에게 '당신은 이제 행정사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진짜 행정사가 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번 불안하다. 첫 의뢰가 언제 들어올지, 의뢰가 들어와도 내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레드오션 속에서 허덕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블루오션을 발굴해나가며 성장하는 행정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불안을 인정하고 함께 걸어가려고 한다. 자격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은 지금부터가 진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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