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에 나의 가치를 담는 법
"종합여행업 등록 비용 문의드립니다"
2월 10일, 내 생일에 카카오채널로 들어온 첫 상담 문의였다. 업무신고와 사업자등록을 하고, 블로그 세팅 후 글을 몇 개 밖에 올리지 않았는데 바로 문의가 들어온 것이다.
당시 육아제도를 홍보하는 본업을 하면서 겸업으로 행정사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사로서 영업활동이나 홍보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이 유일했다. 보통 다른 선배들이나 일찍 시작한 동기들이 하는 말이 지인영업 외에 온전히 블로그를 통해서 문의가 바로 들어오기는 어렵다고 했었다. 그런데 나는 불과 며칠 만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의가 들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언가 일을 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먼저 행정사사무소 기연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종합여행업 등록의 경우~~"
의뢰인의 문의에 대해 온 마음을 담아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 의뢰인의 카톡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날도. 의뢰인들은 진행 비용에 대해서 묻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대답만 들은 뒤 사라졌다. 인사도, '생각해 볼게요'와 같은 그 어떤 반응도 없이.
처음에는 의뢰인들의 무반응에 마음이 요동쳤다. 무반응이 질문이 되어 돌아왔다. '내가 잘못 설명했나?', '비용이 너무 높았나?', '카카오톡으로 한 상담이라 신뢰를 주지 못했나?' 나는 분명 답변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 종일 다시 답을 찾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무언가를 사거나, 구할 때 여러 곳에 비용을 묻고 견적을 내서 저렴한 곳을 택한 경험이 많았다. 내가 살 것이, 구하는 것이 어느 기준만 충족한다면 크게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그다음 우선시 되는 것은 비용이었다. 어쩌면 나에게 문의를 준 분들도 행정사라면 모두가 그 업무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더 낮은 비용으로 일을 진행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하는 독서모임 클럽장이자 브랜드 컨설팅의 대표는 신규 브랜드일수록 '가격인하'로 경쟁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격으로만 이야기하려는 경우는 그만큼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가격을 듣고도 그만큼을 지불할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행정사 업계에서는 수임료 기준이 없다. 부르는 게 값인 세상이다. 어느 법인의 수임료 기준으로 적정 수임료를 가늠해 볼 수는 있으나 내 수임료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법인의 수임료에는 법인 브랜드, 업계 인지도, 각종 수임사례와 노하우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차나 업무에 대한 그 어떤 문의 없이 비용만 묻는 경우에 안내하는 그 비용에 내 가치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나만의 수임테이블이 필요했다.
우선 객관적으로 나는 처음부터 선배들이나 동종 업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분들과 동등하게 수임료를 책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업계 생태계를 위해 무리하게 낮게 책정하지는 않되, 일정 비율 이하로 수임료를 책정했다. 문의가 올 때마다 상황에 따라 내가 생각한 비율 내에서 수임료를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하며 고객의 반응을 테스트해 나갔다. 그렇게 나만의 적정 수임료를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는 비용에 내 가치를 담는 일이었다. 사실 수임료를 세분화해서 나의 가치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정성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비용 질문에 단순히 00만 원(VAT 포함) 이렇게 답변했던 것을 '서류 작성부터 현장실사 시 질의대응 등 전체 대행 포함 및 사후관리 지원'이라고 답변했다. 절차의 일부와 어떤 등록 업무 후에도 사후 안내한다고 먼저 비용에 담아 이야기를 전했다.
고객의 무반응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던 작은 시도들은 단순 비용문의로만 끝나지 않거나, 대면 상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카카오채널로 들어온 비용 문의들은 아직 제대로 된 상담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지나보고니 상담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고객의 무반응은 '내가 잘 상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점검하게 했다. 단답형의 수임료 안내가 아닌 작업과정의 맥락과 나라는 사람의 역량을 함께 담아내는 방법을 고민하게 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비용만을 묻는 문의들이 오더라도 이제는 여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나만의 수임료 기준을 안내하고 그에 대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다. 고객의 그러한 반응은 오히려 내 업무 기준을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 돌아오지 않는 답변은 어느새 내 안에서 먼저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