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행정사가 되기로 했는가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및 제출 대행을 적법하게 할 수 있는 국가전문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행정기관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을 차리거나, 제품을 만드는 등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행정청에 허가를 받고 신고하는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때 각각의 법적 기준에 맞춰 행정기관에 등록하고 승인,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 그 일을 대신해주고, 상황에 따라 복잡한 행정절차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 즉 행정청을 상대로하여 의뢰인의 업무를 대행해주게 된다.
우리가 아는 문서에 기입하고 처리하면 되는 그 행정일이네? 맞다. 그 행정일이다. 내가 행정사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반복되는 행정업무는 사라질거라고들 했다. 문서, 이미지, 코딩 등 업무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반'을 AI로 작성하고 검토하는 시대에 사양산업과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사업을 하는 20대~40대 대부분은 행정사 또는 다른 전문가의 도움이 아닌 셀프로 등기하고, 허가와 인증을 받는다. 이러한 면을 들여다보면 행정사로서 업역을 쌓는 것이 위태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보는 부분들이 있다. 지금의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현하는데까지 20년 가까이 흘렀고 서비스화, 시스템화할 수 있는 부분 외에 반드시 사람이거쳐야 하는 행정이 존재한다. 단순 서류 대행 정도라면 당연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맞지만, 생활 전반에 걸친 각종 인허가, 권리구제 등은 최종 결론은 사람이 진행한다. 그렇기에 줄어드는 수요 외에 늘어나는 수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AI를 통해 각종 문서의 '기반'은 마련할 수 있어도, 결국 그 완성은 사람에게 있다.
그리고 셀프행정을 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에, 자신의 시간을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행정을 외주화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여기에 주목했다.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사업가들이 전문분야가 아닌 절차를 알아보는 시간 대신에,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을 택할 것이라 판단했다.
대학교 졸업 후에 IT대학을 나왔는데 어쩌다 홍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공공기관, 행정안전부, 일자리위원회, 서울시 위탁기관까지 내 직장은 분야만 달라졌지 계속 행정기관이었다. 이직을 하는데 있어서 관련 경력을 연결지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잘 하는 분야라는 걸 알고 이어갔을 뿐이었다.
행정사라는 직업은 달랐다.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며 수천가지의 행정문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면서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과 함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정확하게는 행정사라는 직업을 통해 나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었다. 평생 직업은 이제 더 이상 없는 시대에 행정사로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그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내 성향과도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복적인 업무보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좋아하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상황들과 생각들이 행정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행정사가 되었다.
내가 행정사에 합격했다고 하면 축하인사와 동시에 위와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합격'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축하는 일단 하는데, 그게 무슨 직업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변호사, 세무사, 법무사' 라고 하면 다들 "아~ 네"라고 말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설명이 된다는 무언의 합의 하에 자연스럽게 다른 대화로 넘어간다. 하지만 "행정사에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음~ 처음 들어봐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심지어 협업 업무가 많은 세무사님 중에서도 행정사에 대해 모르는 분이 아직까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행정사라는 직업을 설명하는데만 5분이 걸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내 직업을 장황하게 설명할 때는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이건 본인의 내향적인 성격이 내포되어어 있어서다) 지금은 웃으면서 설명한다.
"잘 모르시는 분들 많아요. 그래서 설명할 기회가 많은 직업이에요"
나의 대답 안에는 불확실한 행정사의 영역을 향해 던졌던 질문과 그 안에서 나만의 확신을 쌓아온 과정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질문이 초반에는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점차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행정사는 아직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브랜딩할 수 있는 직업이다. 모두가 아는 길이 아니라는 건 그만큼 내가 길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현재 그 길을 만들어가며 완성형 전문가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다. 행정사로 개업한 이후 매번 거절당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온라인 문의를 전화로, 전화에서 대면으로, 대면을 계약으로 한 발자국씩 꾹꾹 디디며 나아가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문의가 계약으로는 연결되지 못하더라도 그 문의 한 통이 나를 나아가게 한다. 오늘도 계약서에 도장 대신에 성장을 찍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정제되어가고 있는 나를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