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친절하게 안내해주셨어요.

나의 최선을 알아봐 준 의뢰인

by 구행


"개인 사업자이자 신규 사업자인데 외국인환자유치업 등록이 가능할까요? 절차와 비용을 알 수 있을까요?"

카톡으로 문의가 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상담비용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내뱉지 못한 채 상담에 응하고 있었다.


몇 가지 요건을 확인해 보니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신규사업자이지만 부모님께서 동종업계에 계셨었고 자본금에 대한 이슈도 수월하게 풀 수 있을 거 같아서 가능하다고 안내드렸다. 그랬더니 "아 감사합니다. 내일 연락드릴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역시나구나 싶었다. '내일 연락드릴게요'는 대부분 '잘 알아봤습니다'의 정중한 표현이라는 걸 이미 수십 차례 학습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이번에도 그냥 끝난 상담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정확히 10일 후에 휴대폰이 울렸다. 지난번에 카톡으로 외국인환자유치업 등록에 대해 묻던 그 의뢰인이었다. 이번에는 절차와 처리기간,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했다. 나는 다시 등록절차부터 필요서류, 처리 기간, 서류 준비 주의사항까지 세세하게 안내해 드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상담시간이 30분을 넘고 있었다. 내 안내 끝으로 돌아온 답변은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였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상담일지를 쓰며 스스로 반성했다. 의뢰인이 궁금한 사항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건 좋지만, 그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남을 다 떠먹여 주고 정작 내 밥은 못 떠먹는 상황이 아닌가. 나도 밥을 먹어야 더 좋은 에너지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아니겠나. 내 상담방식에 대해 스스로를 책망하며, 이번 의뢰인 분도 '역시나 정보만 얻어가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최선을 알아본 의뢰인


다음 날, 어제 의뢰인에게 또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제 상담받았던 사람인데요. 외국인환자유치업 등록 대행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 끝을 흐렸다.

"아 네 결정하셨어요? 어떻게..."


"사실 몇 곳에 더 문의를 해봤는데 행정사님이 제일 친절히 안내해 주고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카톡이랑 전화로만 상담했지만 잘해주실 거라고 생각돼서 결정했습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친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분에게 특별히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소처럼 상담 문의가 왔고, 그것에 대해 내 방식대로 답변드렸을 뿐이다. 궁금해하는 걸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고, 이해하기 쉽게 예시도 들어드리고, 추가 질문이 있으면 또 답변해 드렸다.


상담할 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다 알려주면 안 돼. 이런 영업 방식은 안돼'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려드리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끝나고 후회할지언정 상담하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현재 사업 상황이 어렵다고 말하는 의뢰인에게 내가 가진 행정역량으로 문제해결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기분 좋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5화에서 언급했듯이 무료 상담에 대해 나조차 이중적인 잣대로 행하고 있어서 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5화에 이러한 고민은 의뢰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었다. 어떤 의뢰인에게는 그렇게 상담만 해줘도 뿌듯하고 기분 나쁘지 않은데, 어떤 의뢰인은 괘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이번 의뢰인은 전자에 해당했다. 10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개인사업을 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신 거였다. 그리고 그 결정의 기준에는 비용과 절차도 있었겠지만 '친절함'도 포함되었다.



문득 최근에 읽은 <사업가를 만드는 작은 책>의 문장이 생각났다.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려면 그들이 구매하고 싶도록 ‘제안’을 해야 하는데, 제안의 가장 좋은 방법이 무료 제공을 통해 내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처럼 말이죠 … 그러니 팔고 싶다면, 고객에게 신뢰부터 얻으세요.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냐고요?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무료로 주면 됩니다.


처음 고객을 대할 때는 무언가를 팔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 것처럼 하는 게 좋습니다. 고객이 불편을 느끼고 있을 만한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 무엇인지 등 이와 관련된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세일즈가 아닌 컨설팅을 해주는 겁니다


처음에 무료 상담만 하고 끝났다고 반성했던 일이 의뢰인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곧 내 경쟁력으로 비쳤다. 상담하는 모든 분이 '정보만 얻어가려는 사람'은 아니다. 의뢰인처럼 진짜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분들도 있다. 전문성과 대행비용만큼이나 친절함에서 나오는 신뢰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당장의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나의 최선을 알아보고 찾아올 수 있는 분들이다.


계약을 한 후에 의뢰인 분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선택을 만족감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업무에 착수한다. 이번 의뢰인에게는 한 마디 덧붙였다. "저를 알아봐 주시고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최선을 알아봐 준 의뢰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무료상담에도 양면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한 동안은 무료상담의 적정한 선에 대해 계속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전처럼 무료상담이 무의미하지 않고 결코 부정적이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전문성을 진정성에 담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신뢰의 첫걸음일 수 있다. 앞으로는 무료상담의 '무료'에 집중하기보다는 '먼저 고객을 도와주는' 상담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번 의뢰인과의 관계를 통해 처음 상담을 할 때 보인 고객의 반응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신뢰의 시작일 수 있으니 항상 최선을 다해 상담을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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