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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Oct 18. 2022

화요일, X회원의 날

 매주 화요일은 'X회원'의 날입니다. 

 

[X회원은 중국 온라인 마트 '허마(盒马)'의 VIP회원을 이르는 말로, 매주 화요일 혹은 목요일 이틀 중 하루를 정해 그날 하루 모든 상품을 15%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요일 아침 아이와 남편이 차례로 집을 나서 학교로 회사로 가고 나면, 커피 내려 마시면서 신중하고도 신중하게 일주일치 장을 봅니다. 그리고 작은 사치를 하죠.  허마(盒马)에는 꽃을 파는데, 이렇게 일주일마다 꽃을 삽니다.  

    몇 년 전에는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얼마간의 돈을 주고,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서 꽃을 받았는데, 그런 꽃들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미나, 백합 이런 것들로 미리 꽃다발이 만들어져 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았고, 배달 시간이 들쑥 날쑥이라 배달 시간에 집에 있지 않기라도 하면, 꽃이 시들어 반 이상은 버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 이년 전부터 허마에서 꽃배달이 되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싱싱한 제철(?) 꽃들을 받을 수 있답니다.  화요일은 할인까지 되니,  어느 날보다 배달 아저씨의 벨 소리가 반갑습니다. 

  양손 가득하게 무겁게 들고 오는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배달이 헷갈릴까 봐 얽기 설기 묶어놓은 봉지 매듭을 풀어봅니다.  신중하게 봉지를 하나하나 풀어서 채소는 채소 박스에, 잎 채소는 따로, 레몬 생강청 만들려고 산 레몬과 생강은 따로 내놓고, 드디어 꽃이 담긴 포장지를 뜯습니다. 일주일 동안 채워져 있던 꽃병에 든 시든 꽃은 버리고, 꽃병을 씻고, 엎어서 물기를 닦고, 한 다발 한 다발씩 꽃을 싱크대에 펼치고, 꽃병에 내 마음대로 꽃을 꽂아 봅니다. 

싱크대에 펼쳐진 일주일간 같이 지낼 꽃들

'아이가 커서 대학 가면 따라가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배워볼까? 그럼 남편이 싫어하겠지? 또 돈도 안되는 거 배운다고 투덜거리겠지? 하봉이는 어떡하나? 데리고 가야 하나? ' 꼬리에 꼬리에 무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집안 곳곳에 꽃을 놔둡니다. 


 이곳에 사는 것은 매일이 똑같고, 답답하지만 이렇게 일상을 살아갑니다. 매주 화요일 작은 할인에 기쁘고, 혼자 작은 사치를 하면서, 아무도 없는 집을 쓸고 닦고 정리하면서, 내 공간을 만들어 갑니다. 


' 그래도 20년 전보단 정말 많이 변했어. 그땐 마음에 드는 꽃병 하나 구하기도 힘들었고, 꽃이라고 해봤자, 장미나 뭐 그런 거였는데, 이젠 계절마다 꽃이 바뀌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집에 배달까지 해주고, 서비스 마인드라는 것도 생겨서 이제 할인 날 이런 것도 있고, 슈퍼에 꽃도 팔고'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또 지나갑니다.  6시쯤 현관문을 열며 " 엄마, 오늘은 무슨 꽃이야?" 라며 들어올 것이 분명한 아이를 생각하며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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