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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커피가 그리운 날
오후 4시
by
블랙홀
May 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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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후 4시가 싫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시작도 끝도 아닌
어정쩡한 그 시간이 싫다.
하지만 시계의 시침은
오늘도 거르지 않고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난 오후 4시가 좋다.
늦은 하루를 시작하려
진한 블랙커피 한잔으로
잠들어버린 뇌세포를 깨우면서
네온사인 불을 켜기에 좋은 시간이다.
시계의 시침은
오늘도 거르지 않고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해설)
본의 아니게 24시간을 운영하는 업장의 자영업자이다.
오후 4시가 되면 습관적으로 주변을 확인한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제대로
있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그러다 보니 오후 4시가 되면 항상 불안과 설렘이 함께 온다.
오늘은 괜찮을지,
오늘도 공 칠지,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쳐있지만
하릴없이 시간만, 하릴없이
축내는 것 같아
오후 4시가 되면 불안하다.
오늘도 그 불안감을 죽이기 위해 진한 블랙커피를 약처럼 마신다.
마무리도 아니고 시작도 아닌
어정쩡한 그 시간을
경계선으로 삼으면서.
진짜
집에 가고 싶다.
정말
가족들이 보고 싶다.
한 솥밥을 먹으며
그렇게
부대끼며 함께 살고 싶다.
keyword
마무리
커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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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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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저자
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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