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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Jan 31. 2024

수살귀

수살귀는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이라고 한다.


처녀귀신이네 몽달귀신이네 해도 수살귀처럼 끈질기고 무서운 귀신은 없다고 했다.


귀신들은 사고사로 죽거나 명이 다해서 죽었을 때 온갖 음식으로 죽은 넋을 달래면서 좋은 곳으로 가라고 천도제를 해주면 대부분의 영가(귀신)는 고맙게 생각하며 모든 걸 털어내고 이승을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수살귀는 자신이 죽은 곳에서 누군가를 죽여놓아야만 그곳을 떠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익사사고가 난 곳에서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거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천, 바다, 계곡 순으로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바다가 1순위가 아니란 건 의외였다. 

아무래도 방심한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사고가 많은 하천은 호수, 저수지, 강 등으로 바닥의 굴곡이 심한  w 형이라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계곡은 물이끼와 돌이 많아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칠 수도 있지만, 물길이 계곡을 따라 흐르다 굽이치는 곳에서는 급류로 변해 중심 잡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단다.


주로 강이나 저수지, 호수 등에서 살고 있는 물귀신은 자신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승에 미련과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에 끌어올 사람들을 호시탐탐 사람들을 자신이 빠진 곳에 유인하여 익사시키는 일을 한다고 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 혼자 있기 심심해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설과

- 다른 사람을 빠뜨려서 죽여야 자신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

- 그리고 사람을 빠뜨려 죽여 그 영혼을 예속시킴으로써 자신의 힘을 강화하려 한다는 설 등이 있다.


무속신앙에서는 물에 빠진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넋걸이'라는 의식이 이루어진다. 유기그릇에 햅쌀을 가득 담고 정결한 천에 돌돌 묶어 던진다.

나중에 건져내서 보면 신기하게도 밥그릇 안에 손톱이나 머리카락, 심지어는 이빨까지 생전 익사자의 체조직이 나오면 넋을 건져 올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라고 하며 곧바로 천도재를 진행하게 된다.

넋을 건질 때 귀신에 빙의된 무속인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익사하는 경우도 많단다.


무속인들은 귀신은 음의 기운을 타고나 음의 성질 그 자체인 물에서는 땅 위에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고 하며, 귀신의 시간이라는 밤 11시(23시)~새벽 3시(3시)까지는 절대 물속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권한다.


물은 음기가 너무 강력해서 물귀신 자체를 퇴마 할 수도 없어, 넋만 건져 올려 천도재를 지내주거나 위령제 정도나 지내주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귀신 중 제일 무섭고 악질인 것이 원한을 품고 죽은 원귀인데, 물귀신은 그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존재라고 했다.


수면 위로 검은 잡초나 머리카락 같은 것만 보여도 그게 바로 물귀신이라 하여 절대 건드리지도 말고 가까이 다가가서도 안 된다고 하는 얘기가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사람이 물에 빠져 익사사고를 당하면 대부분 남자는 엎드린 모습, 여자는 위를 향해 누워있는 모습이 많다고 하나 혹자는 서 있거나 웅크리고 앉아 있는 시체가 있다고 하며, 이런 수살귀를 가장 두렵고 위협적인 존재라고 했다.


대부분 서 있거나 앉아있는 시체는 두 눈을 뜬 채 죽는 게 특징이며, 구하러 갈 때는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마주 보고 건지지 않는 것은 그 바닥에서 금기사항이라고 한다.

그런 시신은 구조를 할 때 뒤에서 감싸 안고 나온다고 한다.


익사한 시신을 돈을 받고 인양해 주는 사람을 악어라고 부르는데, 이런 사람들에겐 세 가지 수칙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지 말 것,

두 번째는 밤이나 비가 오는 날 물에 들어가지 말 것,

세 번째는 물속에서 서 있는 익사체는 건드리지 말 것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소용돌이가 치는 곳에서는 시체가 서있거나 앉아 있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그곳이 소용돌이가 있어 그렇다는 썰도 있다.

물귀신이 산 사람을 끌어들여서 똑같이 죽이는 점에서 착안하여, ' 나 혼자 당하긴 억울하니, 너도 같이 가자'라는 심보로 자신이 처한 안 좋은 일이나 상황을, 다른 이들에게 같이 휘말리게 하는 행위. 통칭 '물귀신 작전'이라고도 한다..


수살귀를 건지려는 의식을 하려면 경력 있고 신빨이 잘 받는다는 무속인이 해야 한다고 한다.

무속인들의 말에 의하면 이 넋걸이 때문에 많은 자에게 빙의된 무속인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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