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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Feb 12. 2024

임대업 14년 차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벌써 주택임대업 14년 차다.


처음엔 주거와 임대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다가구 주택이었다.


물론 그 한편엔 몇 평 안 되지만 내가 살 공간도 함께 집어넣어 설계를 하고 신축을 했다.


신혼 때 단독주택에 10여 년을 살고 이후 아파트로만 15년을 살다 보니 모두 장단 점은 있었다.


단독주택은 마당과 화단 그리고 집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과실수에서 계절마다 하나씩 따 먹는 맛도 쏠 쏠 했고, 집 뒤 텃밭에는 배추와 무, 케일, 상추, 호박, 풋고추, 옥수수 등 제철 작물을 심어, 먹는 게 지천이어서 좋았다.


단독에서 사는 동안 김장은 텃밭에 심었던 배추와 무로 모두 해결했고, 뒤 뜰에 파묻어둔 김장독에서 막 꺼낸 배추김치를 꼭지만 따고 쭉 쭉 찢어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정말 꿀맛이었다.


단 한 가지 불편하다면 눈이 오면 눈을 치워야 하고, 풀이 나면 풀을 뽑아야 하고, 비가 오면 어디서 나오는지 현관 앞에는 지렁이가 숱하게 기어 다니다 못해 신발 속에 숨어있기도 해서 혼비백산을 한 적도 있다.

그렇게 사 계절에 맞게 주변을 관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처럼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낙엽이 굴러다녀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소소히 손볼거리는 관리실에서 해결해 주니 세상 편하기만 했다. 가끔씩 제복을 입은 caps 대원이 순찰을 돌 때는 든든하기까지 했다.


단점이라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층간 소음, 단지 내 아이들 노는 소음, 밤이면 단지 내 가로등이 새벽까지 켜져 있어 커튼이 없으면 쉽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살다 보니 서로 주의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단독과 아파트는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서로 달랐다.


그다음 살게 된 것은 다가구 주택이었다. 


 멀 결혼에 이어 한창 미니멀이 유행하던 때라 있던 살림 모두 버리고, 옷 가지와 밥그릇 등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가지고 들어갔다.

tv도 냉동고도 흙침대도 소파와 장롱도 모두 이삿짐센터에 줘 버리고 새 출발을 한 것이다.


그전에는 이사를 하려면 5톤 차 3개를 부르고도 모자라,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을 싸서 모두 풀고 보면 새벽 2~3시가 되는 것은 흔했다. 뭐가 그리 바리바리 있었는지. 


다가구 주택은 1층 전체를 필로티 주차장으로 만들고, 3개 층을 원룸과 투룸 투베이로 구성해서 원룸 외는 개인데크로 나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안배를 했다.


일생 중 자신이 살 집을 한 채라도 지어봤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신경 쓰이는지, 보유하고 있는 자체가 고통스럽다는 걸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드고 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집안에 설계와 감리를 해줄 사람이 있어 쉽게 설렁거리며 완성했지만 지금은 발등을 찧고 싶다.


예전에는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의 로망이 건물주였는데, 몇 년 전부터 임대사업자는 사기꾼이 될  수 있고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내용이 매스컴을 타면서부터 외면하는 대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다가구 주택은 아파트도 아니고 공동생활주택(다세대)도 아닌 등기부에 단독(다가구)으로만 표시되어 가끔씩은 분류하기가 애매모호하기도 다.


하지만 집단이 모여 사는 건 분명했고, 살아오면서의 장단 점은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문 만 열면 여기저기 배달음식광고가 도배를 할까 봐 카드 키를 소지해야 출입을 할 수 있고, 복도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여름 철 금방 벌레가 생기고 부패하는 냄새가 를 찌를 뿐 아니라 바퀴벌레의 온상이 될 수도 있었다.


각 층에 cc-tv를 달아 몇 호 앞에 생활쓰레기가 나왔는지, 음식물 봉지가 나와 있는지 확인하고 협조 요청을 했으며, 복도와 계단. 바깥 쓰레기 장은 따로 청소업체를 불러 일주일에 한 번씩 관리를 하니 그나마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다음 편은 임대인의 서러움에 대해 씁니다. 매스컴의 영향으로 사기꾼 임대인 몇 명 때문에 모든 임대인들이 죄인으로 전락하는 거 같아 후회스럽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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