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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Feb 19. 2024

하자 다툼은 감정의 씨앗이 됩니다.

대부분 사회초보로 처음 원룸을 얻는 경우,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관리 소홀로 인한 곰팡이다.


최근 하자문제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이 벌어졌었다.


만기가 끝나가는 전세입자인데 1년 차에는 괜찮다가 계약해지를 고지하길 래 부동산에 내놔도 되냐고 문의를 했더니 갑자기 복층에 곰팡이가 생겼으니 도배를 해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하긴 첫 해부터 생긴 거라면 건강문제도 있으니 득달같이 연락이 왔을 게 뻔하다.

2년 차에, 부동산에 내놓는다니 그제야 이실직고를 하니... 우짤거나.

복층을 거의 사용도 하지 않고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 곰팡이가 생겼단다.


보내준 사진을 보니... 하아!  이건 관리소홀이 아니라 완전 방치 수준이다. 이런 우라질...

곰팡이는 한 번 생 포자 숨어있다 다시 나오기 쉬워 임대인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먼저 약품을 이용해서 제거한 후 충분히 말려준 다음 도배를 해야 말썽이 없다. 

때로는 보름이상 반복해서 약품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임대인 입장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임대인은 한동안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어 손실이 있지만, 임차인은 도배비를 물어내는 것만 속상해하니 참으로 이기적이다.


원룸이나 투룸일 경우 아파트보다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겨울철 샤워온수를 하고, 취사 가스를 사용하거나, 바깥과의 온도차가 심하면 창문에 물방울이 생기기도 한다.


또 실내에 빨래를 널어두니 그 물방울 역시 결로(물방울 뭉침)가 되어 곰팡이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그때그때 환기를 시키거나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물방울이나,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 시 빗물이 들어오는 경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임차인 책임이다.


사실 임대인은 세대의 비밀번호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주거침입이 되니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따라서 세대 내의 모든 시설물 관리는 임차인이 해야 한다.


연식에 의한 노후 시설물(보일러, 에어컨 컴프레서, TV, 냉장고 등) 옵션과 건물의 누수로 인한 문제, 공용 부분의 동파 등은 당연히 임대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


노후인지 아닌지는 다가구는 전체가 같은 시기에 지어졌으므로 다른 세대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난다든가, 아니면 AS신청 시 노후문제인지 사용자부주의 인지전문기사가 알려주기 때문에 그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세대 내에서의 간단한 전등이나 가스레인지 전구, 세대 문 건전지, 샤워기 머리 고장, 곰팡이 관리(같은 층이나 다른 세대의 같은 현상이 없으면), 왕 못을 박거나 벽지 훼손, 창문의 스티커, 바닥 훼손, 이물질로 인한 세면대나 변기, 하수구 막힘 등은 임차인이 해결해야 한다.  


처음 임차생활을 하는 이들은 그 부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임대인에게 요구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만약 아파트를 임차했다면 전등이 나가고, 하수구가 머리카락에 의해 막혔다고 일일이 전화를 하지 않는다.


요구사항은 유독 원룸에서 많이 일어난다.


그렇게 임차인이 도배를 해주는 걸로 마무리되었는데, 다음 날은 남자 친구에게 구구장장 부동산중개소에도 물어보고 자신의 부모님도 건물을 갖고 있는데.

임차인 혼자 하기는 애매하다는, 발뺌 전화와 장문의 문자가 날아왔다.(다행히 내 핸드폰은 자동 녹음이 됨)


아니 건물도 일반상가냐 주택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이상을 임대업을 하면서 그런 분쟁에 대해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건만, 정작 임차인은 도배견적을 내기 위한 도배사의 방문이나 도배가능 날짜를 알려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다.


전화는 근무 중이라며 안 받고 문자도 반응이 없는데... 방은 그 모양이니 부동산에 내놓을 수도 없고... 누가 통장에 그 많은 세금을 보관하고 있어 회전을 시킬 수 있을까.


어쩌면 나도 영락없는 악덕임대업자로 전락하는 게 아닐까 몇 날 며칠을 밤 잠을 설치고 있고 지금도 설치고 있다.



사실 임대인은 밤이든 아침이든 전화가 오거나 부재중이 뜨면 받아야 한다는 게 내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되어 가끔씩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의미는 임차인이 전화를 안 받고 문자를 씹어버리는 일이 되풀이되면 꼭지가 돌아간다. 


며칠 뒤엔 임차인의 부친이라는 분이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를 해서 무슨 임차인이 도배를 하냐고 역정을 내며 만나자고 한다. 머리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 아버님댁은 2년도 안 돼서, 아니 정확히 1년 10개월마다 도배하세요???"


사실 임차관계에서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계약자의 통장으로 보증금도 반환하고 모든 문제는 계약자의 소관인데, 뺑뺑이를 돌리듯 같은 내용을 돌아가며 도돌이표처럼 물어보니 나도 화가 치밀었다.


"계약자가 아니면 빠지시고요. 궁금한 건 계약자에게 물어보세요"


며칠을 밀당하다가 결국 곰팡이 사실을 알린 26일이 지나서 도배를 하기로 약속이 잡혔다.

임대 10여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원룸 단체방을 만들어 한파나 동파예방이나 태풍이 온다고 할 때, 그리고 겨울철 곰팡이 관련 문자를 보내도 이런 일은 벌어진다.


임대인으로 위험고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 임차인과의 관계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도 있지만, 고지를 했음에도 안 하는 것은 책임소재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주 출입구 앞 게시판에도 공지를 올리 곤 한다.

나름 공생관계의 동반자로 생각하지만 걔 중에는 선을 넘는 사람이 있다.


덕분에 하자 관련 경계에 대해 다시 한번 법령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임대인이 먼저 임대차나 그 밖의 법령을 알고 있어야 소송까지 가는 소모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 마 말보다 법령과 판례 캡처 하나가 훨씬 효과적인 건 임대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주택임대차법은 80%가 임차인을 위한 것이고, 악덕 임대인을 응징하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인 듯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80%를 반대로 들여다보면 임대인이 주장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구하려는 자여 두들겨 봐라. 보이는 게 있다' ㅡ 이건 내 말이다.ㅋ


임차인의 원상회복 범위는 (민법 제623조. 판례 서울중앙지법 2007.5.31. 선고 2005합 100279. 2006 가합 62053 참고)


전세든 월세든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면 초기. 발견즉시 임대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호미로 막을걸 괭이로 막아야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 후의 잘잘못은 가려내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임차 시 서로 사진으로 보관했다가 임대차 계약해지 시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게 좋다.


만약 도배를 하거나 옵션물을 교체했다면  새 임차인에게 문자로 고지를 하고,  나가는 임차인에게는 beforㅡafter 사진과 영수증을 깔끔하게 보내준다.


임차 전 이렇게 보수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미리 선의의 관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유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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