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랙홀 May 17. 2024

너를 두고 오던 날, 비는 내리고.

열차로 두 정거장에 있는 널

5년 만에야 비로소 만났네.

 미안하고 짠하기만 해.


30분 거리에 있었지만

왜 이리 먼 길이 되었을까.

바보 같은 내가 밉기만 해.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자리는 깨끗한지,

청소는 제대로 했는지,

옷은 제 철에 맞게 입었는지.


지난 시간들만큼

빛바랜 흔적들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속상함이겠.


세 시간 만에 돌아와야 하는 길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너도 울었어.


빗 속을 뚫고 오는 열차는

뭐가 그리 급한지

목청껏 기적소리를 내며

굽이굽이 잘도 달려왔지만.



차창밖으로 빗 물 따라

어둠 속에

열차는 울고 말았어.

널 두고 오는 내 맘처럼.





(해설)


아이는 어릴 적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엄마는 직장으로

아빠는 외지로

흩어진 가족.


터울이 큰 형과 누나는

위협적이고 무섭기만 해서

달팽이처럼 안으로만 숨었다고 했다.


그렇게 아픈 손가락인 막내를

가까이 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함께 한 시간을 계산해 보니

아이의 삶 중

6% 밖에 되지 못했다.


한 번의 잘못된 내 판단으로

우린 10년째 떨어져 있다.

아이를 위해 직장을 관뒀다는 말이 무색하게.


한동안은 병원에 계신 친정엄마에게

한동안은 벌려놓은 일을 정리하지 못해

한동안은 코로나를 핑계로 왕래조차 못 했다.


그동안 아이는 마음이 병들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찾아가기 전엔 만날 수 없는 그런 상황.


24시간 운영하는 업장을 하는

못난 에미라서.

5년 만에 만났지만

3시간밖에 같이 있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빗 속을 뚫고 달려오는 열차를 보며

내 가슴엔 피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저 업장이 정리되어

아이에게 돌아갈 그날이 빨리 오길

천지신명께 빌며.


신이 있다면

간절한 내 기도를 들어주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