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순> 후기
최근에 책 모순을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안진진'이라는 여주인공에 대해, 그녀를 둘러싼 인물(가족, 애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책에는 여주인공(안진진)을 둘러싼 인물들(가족, 친척, 썸남 등)이 시간에 흐름에 따라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는데요.
안진진을 좋아하는 '김장우', '나영규'라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과연 둘 중 안진진은 어느 남자주인공과 잘될까요?)
나영규는 흡사 우리가 즐겨 말하는 MBTI의 J의 계획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녀를 아껴줄 수 있는 안정된 남자이죠.
그에 반해 김장우라는 인물은 어딘가 늘 불확실한, 자유로운 영혼이자 소심한 남자입니다.
누가 봐도 나영규를 고를 법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나 봅니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기보단 자신이 사랑을 주길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안진진을 보며,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의 화자로서 나영규가 안타깝고, 안진진이 조금은 밉지만 어쩌겠습니까.
주인공의 선택이 그러하다면 받아들일 수밖에요.
아직 책의 절반밖에 보지 않아 나영규를 응원하고 있지만 서브 남주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영규가 왠지 짠해집니다.
(중략)
소설에서 표현하는 묘사는 마치 호화스러운 뷔페 음식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물의 묘사와 관계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재미는 정말 문장을 여러 번 곱씹으며 느낄 수 있게 해 주더군요.
300페이지 내외의 짧다면 짧은 소설이나 그 안의 내용이 꽉 차있으며 페이지를 넘기기가 조금은 아쉬운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느낀 느낌은.. 참... 막장 아침드라마와도 같은 자극적인 맛을 본 느낌입니다.
소설이 언제 만들어졌나 살펴보니 1998년에 발간된 소설이더군요.
'그 당시에 이런 소설은 엄청 파격적이 아니었을까' 감히 상상해 봅니다.
요즘이야 뭐 자극적인 소재들이 너무 많아서 웬만한 자극에는 감흥도 없지만 말이죠.
책을 다 읽은 남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재미있다는 느낌보단 짜증 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단어를 소설로 묘사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여주인공 안진진을 둘러싼 인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소설 안에 쓰여있는 몇몇 대사들은 삶에 대한 태도를 꿰뚫기도,
때로는 사랑, 가족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두 번은 읽기 힘들 것 같지만 한 번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정소모가 조금 있긴 했습니다.)
호불호를 조금 탈지도 모르지만 세세한 묘사들과 인물들의 서사는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들었네요.
어머니와 이모의 극과 극의 삶 속에서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어쩐지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감정선이 세밀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살짝(?)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p303(작가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