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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Feb 16. 2024

첫매듭 단편집1

부제: 김주영의 이상한 여행

암전 된 화면에서 점차 밝아지며

김주영의 시야가 밝아진다.


(지하철 내부)

김주영: (뭐지? 여긴 어디지? 난 분명 어딘가를 급하게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황하는 그의 모습을 지하철 내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

김주영이 놀라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는데, 지하철은 지하철인데

거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은 께름칙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김주영: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급히 갈 곳이 있는데!

(옆에 핸들바를 잡고 있던 승객을 바라보며) 여긴 어디입니까? 무슨 역이죠?


A: 예? 여긴..     


옆승객이 말을 하려던 도중 지하철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며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번 역은 ~~~ 역입니다, 환승하실 분들은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소 생소한 안내방송이었지만 그런 것도 눈치챌 수 없이 일단 김주영 다급 내릴 준비를 한다.     


A: (고개를 갸웃거리며) 근데 혹시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나요?     


김주영: 글쎄요, 전 지금 급히 가봐야 돼요.     


A가 한 손은 핸들바에 남은 손은 김주영의 손을 강하게 붙잡으며     


A: 잠시만요, 우리 분명 어디서 봤어요     


김주영: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이 손 놔요, 난 내려야 해요, 급하게 갈 곳이 있단 말입니다.     


하지만 승객 A는 쉽게 손을 놓지 고 오히려 더 강하게 잡았다.     

지하철의 양문이 열리며 주영이 있는 반대쪽에서 수많은 인파가 갑자기 타는 바람에 A는 사람들에게 밀쳐져 주영의 손을 놓쳐버리게 된다.


김주영은 아슬아슬하게 내리게 되고 타이밍 좋게 지하철의 문은 닫히며 이내 출발하게 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주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데..


지하철 지상역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구조가 어색한 곳이라고 느꼈을 때쯤 정신을 다잡고 출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캐리어를 끌고 가는 정장차림의 여성 B에게 길을 묻는다.     


김주영: 혹시 여기가 어디입니까? 전 여기를 나가야 합니다.     


B: 여기가 어딘지 모르세요?     


김주영: 네, 분명 어딘가를 급히 가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갑자기 눈을 떠보니 여기네요     


B: 여기는 환생을 하기 위해 거쳐가는 공간입니다.     


김주영: 말도 안 돼요! 난 죽지 않았어요, 난 분명...     


그때 기억이 갑자기 차를 운전하는 본인의 모습이, 그리고 어머니 부고소식을 듣고 급히 가다가 차량사고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주영: 난 분명 죽지 않았어요, 사고가 났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단 말입니다!     


B: 글쎄요. 제가 이 구역담당자가 아니고 저도 현재 휴가 중이라서요. 가이드로써 당신을 돕고 싶지만 영혼의 상태를 체크하는 물품(태블릿)을 놓고 와서 당신이 죽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어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김주영: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이) 그럼 여기가 환생하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라고 했는데 거기는 어디죠?     


B: 거긴 2층으로 올라가셔서 바로 출구 쪽으로 나가지 말고 출구 반대편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올 거예요.     


김주영: 감사합니다.     


그 말을 남기며 급하게 뛰어가며 환생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그곳을 도착하니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에 이곳이 맞나 둘러보던 중 역표기란에 ‘환생게이트’라는 문구를 보고 살짝 안심하며 지하철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중에 어떤 아줌마가 보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형체가 안개에 가려진 듯 뚜렷하지 못하였지만 그 사람은 이목구비가 유독 뚜렷하게 느껴졌고 알 수 없는 아우라에 김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물었다.


김주영: 혹시 여기가 환생하는 곳이 맞습니까?     


아줌마: 글 안 보여? 저기 저렇게 쓰여있잖아.     


김주영: 혹시 제가 죽지 않았는데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을까요?     


아줌마: (콧방귀를 뀌며) 아니 죽은 놈이 아니면 여기 있을 수 없을 텐데..


김주영이 자신이 겪었던 차사고를 설명하며     


김주영: 전 분명 죽지 않았습니다, 죽었어도 오늘은 안됩니다. 오늘은 어머니 장례식이라고요.


얘기를 듣던 아줌마가 곰곰이 듣다가      


아줌마: 만약 자네가 안 죽었다고 하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잘 들어. 이번환생역 지하철이 오면 내부로 들어가지 말고 지하철 외부위쪽으로 몰래 타.


저기 영혼들 보이지? 띄엄띄엄 서있는 영혼들은 다 자기 몫의 환생칸에 서있는 거야. 지하철이 오면 칸 앞에 아무도 안 서있고 칸 안에는 자네와 연이 있는 생명체가 있는 칸을 찾아야 돼. 그래야 그 생명이 환생하면서 너도 같이 꼽사리 껴서 영혼이 이승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만약 육신이 죽지 않았다면 영혼은 다시 육신을 자연스레 찾아갈 거야.


지하철이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조금 있으니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해. 만약 칸 앞에 아무도 없더라도 그 칸은 타면 안 돼, 보통은 칸 안에 아무것도 없어, 그래야 영혼들이 그 칸에서 다음환생준비를 하며 또 그에 맞는 환생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야.


다만 칸 앞에 아무도 없고 칸 내부에도 아무도 없는 경우 그곳으로 탔을 경우 인간으로 환생할지, 뭘로 환생할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절대 타면 안 돼. 아무리 모지리라도 이 말은 알아들을 거야.     


김주영: 감사합니다.     


아줌마: 지금 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느낌이 오는 데가 있을 거야. 그게 자네가 타야 할 칸일 확률이 높으니까 여기 있지 말고 어서 둘러보도록 해.     


아줌마의 말을 듣자마자 김주영은 뛰기 시작한다.

뛰다가 지치고 다시 뛰다 지치고 그렇게 시간이  꽤나 흘렀을 때쯤 지하철 도착을 알리는 굉음이 들렸다.

욱 급해진 마음에 무작정 뛰어다니다가 강렬한 느낌이 오는 한 칸을 발견하고 그 칸을 내부를 보니 ‘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울에서 사는 자신과 ‘소’는 연관성이 도저히 없었다. 그러나 지하철이 출발신호를 알리고 강렬한 느낌의 칸은 그 칸밖에 없기에 타려는 그 순간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A: 또 보네요! 분명 우린 인연이 네요.     


주영은 그 말을 무시한 채 지하철타러 가는데 A가 뒤쫓아 오는 게 느껴졌다.

급히 지하철 외부위쪽으로 이동하여 도착하여 김주영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지하철이 무사히 출발하길 기다리는데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A가 다시 팔을 붙잡으려고 손을 뻗은 그때!


지하철이 덜컹거리며 A가 주영손이 아닌 소매부분을 잡고 엉거주춤하게 매달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옷이 찢어져 떨어지려 하는 그 순간 A가 다급히 외쳤다.     


A: 제발 살려주세요, 다신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가 잠시 미쳤나 봐요.     


김주영은 그 말을 듣고 잠시 흔들렸으나 A를 구해준다면 분명 A는 자신을 다시 쫓아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이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하지만 지하철 속도가 느린 지금 A가 떨어다면 A가 쫓아올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한 가지 꾀를 내었다.


김주영: 알겠어요. 을 잡아요. 제가 지금 힘이 잘 안 들어가서 잠시 숨좀 고를게요, 그리고 제 신호에 맞춰 셋을 세면 팔을 당길 테니 그때 손을잡아요. 조금만 기다려요.


지하철이 점차 속도가 나기 시작하고 사람의 달리기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가 되었을 때쯤     


김주영: 자! 준비하세요, 하나 둘! (하며 팔을 밀친다)     


A: ㅇ ㅓ?     


이내 A의 추락을 뒤로하며 김주영은 이내 다시 자세를 고쳐 잡는다.     

그 순간 가속도가 붙은 지하철이 칸마다 분리되어 여러 방향으로 하늘로 치솟기 시작한다.

엄청난 압력감에 손을 놓치고 떨어질 뻔했지만 죽기 살기로 붙잡는 데 성공한 주영.

순간 하늘에서 엄청난 빛으로 빨려 들어가며 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갑자기 보이는 상공에서 점차 서울 쪽, 장례식장으로 클로즈업되는 화면)     

관 안에 김주영이 눈을 번뜩 뜨며 상체를 일으키자 주변 모두 놀라는 상황.

눈물을 흘리는 부인과 아들이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기만 하는데,

관을 둘러보니 자신과 어머니가 같이 누워있었고, 옆의 관에는 ‘소’가 한 마리 누워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옛날 어렸을 적 부모님이 시골에서 말씀해 주셨던 일이 떠오른다.     


(부모님이 소 농장에서 여러 소중 한 마리를 보며)

부모: 아들! 여기 좀 봐, 이 소가 나중에 클 때쯤에는 우리 주영이랑 다시 보러 오자.

이 소랑 주영이랑 형동생하면 어때? 소가 더 크니까 주영이가 동생이겠네?     


알고 보니 그 농장은 주영이 유년기였던 시절 할아버지가 예전에 운영하시던 농장이었고, 가업을 물려주려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사이가 틀어졌기에 후에는 가지 않게 되었던 것이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잊어버기억이었던 것이다.


이내 회상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아줌마의 말(자네가 만약 죽지 않고 깨어난다면 이 일은 절대 주변에 말하지 말고 잊어버리게) 떠올며 주영은 그 말을 기억하며 가족을 껴안으며 끝이 난다.



등장인물

김주영(48세)-극  주인공으로 서울에서 가정을 흔하디 흔한 아빠. 이름뜻은 '소'라는 뜻. 순우리말. (작중설정)


A- 죽음의 경계선에서 당황하는 김주영을 보고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여 주영의 몸을 차지하려 했던 기회주의자


B- 타 지역 영혼가이드로서 현재 휴가 중이었으나 우연히 주인공과 마주치는 인물.


아줌마-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용한 점쟁이로서 죽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한을 풀어주는 이승 영혼가이드. 작중 주인공을 살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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