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클랑 Dec 06. 2022

K-초등학생들의 콩쿠르 정복기

콩쿠르에 나가는 이유


한국에 온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조급한 마음도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 

고정 수입은 필요하겠다 싶어서 비교적 다른 곳보다 시급이 높은 곳에서 

파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체르니 30번 이상인 친구들이 8명이 넘어 

다른 곳과는 달리 기초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내가 많이 만날 필요가 없는 학원이다. 


몇 명 고학년 친구들은 2월을 목표로 콩쿠르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손에 많이 익은 친구들도 있고,

이제 막 악보 보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요즘 한국 초등학생들은 이런 친구들이구나' 배우는 것들이 있다. 


10년 전, 내가 독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콩쿠르가 이 정도로 많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일했던 학원은 급수 위주라서 더 그리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음악 신문사 콩쿠르를 제외하고도 정말 많은 것 같다.

아마도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해외 콩쿠르 성과가 영향이 없진 않은 것 같다. 




 콩쿠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콩쿠르는 연주회와 다르게 짧은 2-3분 만에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줘야 하는 무대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효과가 높은 테크닉이 많이 들어가는 곡을 선곡하게 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음악은 테크닉이 전부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테크닉은 물론이고, 음악성을 충분히 보여줘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좋은 결과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분명 테크닉과 음악성을 갈고닦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평소보다 집중해서 연습하게 되니, 콩쿠르가 끝나면 실력이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2-3분 안에 이제까지 연습해왔던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그 부담감은 학교에서 시험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내면적인 힘을 기르게 한다.  




콩쿠르를 통해 배울 수 없는 것 


콩쿠르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콩쿠르에만 목매달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부모님과 선생님들에 따라서 많이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엔 콩쿠르가 끝나고 나서 

'이제 그만하면 충분히 피아노를 배운 거 같으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더라.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는 차분하고, 아름다운 곡들보단 

짧으면서도 효과적인 곡들만 찾고 연습하게 되니, 음악적인 성향이 치우쳐지게 된다. 

선생님들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곡들만 선곡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음악의 다양한 재료들을 맛보는 게 아니라 자극적인 맛만 찾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방 질리고 물리게 될지도 모른다. 




독일에도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콩쿠르가 있을까? 


독일에서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유명한 콩쿠르는 

Jugend musiziert라는 대회가 있다. 

지역 예선부터 시작해서 전국 결선 대회까지 있는데,  내년이면 60주년을 맞이한다. 





이 대회에서 입상하면 '음악 좀 하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대회의 특징 하나를 꼽자면, 다양한 악기들이 다양한 부문으로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악기, 관악기뿐만 아니라 하프와 타악기도 있고, 

피아노도 솔로를 제외하고 피아노 두 명, 그리고 피아노 트리오로도 참가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쳤던 곡 목록이 인터넷에 게재되어 있는데,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참가자 일 수록 3곡 이상, 15분 이상 연주해야 한다. 


그러니까 소나티네나 하이든 소나타로 참가하게 되면 전악장을 다 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우리나라의 콩쿠르는 이야기의 예고편, 그래서 더 듣고 싶게 만들다가 끝나는 그런 연주라고 한다면,

독일의 콩쿠르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려줘야 하는 셈이다.


동화를 구연하는 사람은 당연히 후자가 부담이 많을 거다. 

어떻게 하면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점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은 본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작은 손으로 어려운 옥타브나 어려운 아르페지오 연습하느라 

여기저기 경직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지금 하고 있는 곡도 아름답고, 어려운 곡인데,

동생이 치는 곡처럼 어딘가 강렬하고 거친 곡을 치고 싶다는 친구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고학년, 사춘기 시절은 화려하고, 강렬하고 어딘가 멋져 보이는 곡이 끌리는 게 당연한 거 같기도 하다. 



그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부디 긴 호흡으로 음악을 대할 수 있기를 

지루하고 더뎌보이는 연습과정을 거쳐야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기를 

어른들은 아이들이 작고 어리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격려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피아노를 그만두고 나서도 오래오래 클래식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