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오 타입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독일어를 배우기 전엔 오히려 독일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독일은 축구와 맥주가 유명하고, 사람들은 진중하고 성실해 보이는 이미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독일어를 배우면서 독일은 시간 약속이 엄청 중요하다고 배웠던 것 같다.
테어민의 나라 (테어민을 직역하자면 예약)
비자, 병원 등등 뭐든 지 테어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 그런 진 모르겠지만, '독일 사람들은 시간을 잘 지키는구나'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던 것 같다.
그런데, 독일에 오고 나서는
이런 이미지는 싹 사라졌다.
일단 대중교통부터도 시간을 안 지킨다.
기차와 버스는 연착과 취소가 되기가 일쑤이고,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시간 맞춰 정류장으로 갔는데, 버스가 일찍 가버린다거나
일찍 나가면 연착된다거나 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다.
대학교들 수업도 전산상 14시 (오후 2시)에 시작한다고 공지가 되어 있지만,
15분 뒤에 시작하고 15분 일찍 끝나는 것도 매우 흔한 일이다.
(사실 이는 Akademiesche Viertel이라는 오랜 전통으로 이 시간에 예습과 복습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독일 사람들이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도
그냥 진리의 케바케 일뿐. (물론 대부분 늦게 되면 미리 연락을 한다.)
매사에 진중하고 성실한 FM 같은 독일 사람이 있는 반면,
더운 날 덥다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괴짜 같은 사람도 있다.
나에게 독일은 첫 번째 해외였다.
독일에서 정말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을 만났다.
독일엔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아시아 출신 사람들도 정말 많다.
터키는 특별히 우리나라처럼 70년대에 독일로 노동자를 많이 보냈기에
터키 교포들도 많다.
왜 그런 진 모르겠지만,
소매치기를 하거나 칭챙총을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
중동지역이나 터키 이민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의 지인들도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테러 관련 범죄들.
이슬람이나 중동지역 이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았고,
층간소음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다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늘 중동지역에서 온 사람이었다.
물론 착한 친구들도 분명 있다.
같은 기숙사에 살거나
지인이 사는 WG에 놀러 갔을 때 만났던 중동 출신 친구들.
나름 성실하게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자기들은 열심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이상한 애들이 사고 쳐서 자기네 나라 이미지를 망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
독일 대표로 나왔던 다니엘 린데만 분의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독일 사람들은 재미없다는 이미지가 생겨난 것 같다.
토론과 대화를 즐기지만, 독일식 개그는 아재 개그,
말장난식 개그들은 분명 많이 즐기는 것 같긴 하다.
한 번은 정말 특이한 독일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같은 기숙사 내 옆 방에 살던 독일 친구.
지금까지 만나 본 독일 친구 중 가장 자유분방한 친구였다.
기분 좋은 어느 날은 환호성을 지르며 집에 들어오기도 하고,
기분 안 좋은 어느 날은 혼자 방에서 기타를 치며 아주 슬픈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그런 친구였다.
독일인들은 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거 같았지만,
그 친구만큼은 가끔은 진중하지 못한 모습이 더 많았던 친구였다.
옆 동네 크리스마스 마켓에 구경 갔다가
와인 마시려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합석하게 된 적이 있다.
정말 아무런 편견 없이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시며,
타지 생활하는 우리의 삶에 열린 마음으로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
물론 호기심일 수도 있겠지만,
친절한 분들도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사와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데,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는 해외에서도 통하는 것 같다.
잘해주면 좋아하는 건 물론, 선을 넘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가끔 독일어 써야 되는 상황에 스트레스받는 것처럼
외국인으로 지내는 친구들도 독일어가 스트레스 될 때가 있다.
인맥을 활용해서 좋은 정보를 알아가고 싶어 하는 심리도
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