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무밴드를 많이 쓸 일이 있어서
2년 전인가 어느 행사에서 몇 개 쓰고 안 쓰는 고무밴드 한 봉다리를 받아놓은 것을 꺼냈어요.
근데 이걸로 뭘 묶으려고 늘리니까 그중 반은 툭툭 끊어지는 거예요!
끊어진 고무 밴드들고무밴드라는 것은
10센치 늘려도 안 끊어지더라는 기억이 있어서
이렇게 한 5센치도 안 늘렸는데 툭 끊기니
고무장갑으로 만든 밴드가 생각났어요.
고무장갑 밴드...
고무밴드 쓸 일이 있으면 대부분 저는
이래저래 모아놓은 고무밴드 통에서 한두 개씩 꺼내 쓰거나
못 쓰게 된 고무장갑 잘라 놓은 걸 쓰거든요.
근데 이건 탄성이 약해서 좀 많이 늘리면 툭툭 끊어져요.
설거지할 때에 고무장갑 끼우고 벗기기가 불편해서, 손이 좀 상하더라도 고무장갑을 잘 못 쓰는데
그래도 하나씩 구비해 놓고는 살아요.
근데
사용하다 보면 몇 달 정도 후에는 구멍이 나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못쓰게 되더라고요.
고무장갑은 재활용도 안되고 종량제봉투에 넣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되도록 다른 방법으로라도 써 주고 버리는 방법 중 하나로
가로로 잘라서 밴드로 써요. 손가락 부분도 작은 밴드로 쓰고요.
근데 고무장갑으로 만든 밴드는 조금 길게 잡아당기면 일반 고무밴드보다 쉽게 끊어지고
묶었다가 좀 오래 두었다가 다시 풀면 또한 쉽게 끊어져서
고무장갑 잘라 만든 밴드는 탄성을 신뢰하지 않고 단지 한 두 번 더 써 주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었어요.
그치만
장점이 있어서 계속 쓰는데~
색깔
- 색이 눈에 띈다. 묶어놓으면 나중에 그 물건을 찾을 때에 쉽게 찾을 수 있음.
- 요즈음은 좀 다양한 색의 고무장갑이 있어서 색깔별로 골라 쓰는 재미.
크기
- 밴드 폭을 다양하게 잘라놓을 수 있음 -> 넓은 폭의 밴드는 거기에 네임펜 같은 걸로 이게 뭔지 써 놓을 수 있어서 네임택 역할도 함.
근데 제가 고무장갑을 못 쓰게 되는 이유 중 대부분의 이유는
장갑이
...
녹아요!!!
장갑 녹는 첫 경험은
싱크대에 걸어놓은 고무장갑을 며칠 만에 써 보려고 보니 녹아있어서
못 쓰게 된 때였고
여름엔 더 잘 녹더라고요
2년 전 샀던 장갑도 녹아서 청소용으로 쓰려고 화장실에 걸어놓았는데
그 후 작년 여름에 이게 더 녹더라고요. 그래서 쓰지 않고 계속 걸어두었어요.
여름 좀 어느 정도 녹다가 겨울엔 녹기가 멈추더니
천연라텍스도 녹음...올해.. 지금 또 열심히 녹고 있네요
작년에 녹은 것이 바닥에 떨어진 자국을 그대로 두었었는데
(화장실 갈 때마다 봄)
올해에 그 자국 위에 또 녹은 것이 떨어지고 있어요.
저는 이걸 왜 매일 볼까...요? ... 생각해보니 화장실에는 아무 변화꺼리가 없는데 무언가 변화하는 것을 보는 재미나 설레임이 생겨서인 것 같아요.
저 고무밴드는 그저 태어나자마자 쓰이지 않아서 버려졌고
저 고무장갑은 조금 쓰이다가 못쓰게 됐는데
둘 다 고쳐쓸 방법은 없는 물건들이고
그렇게
고쳐쓸 수 없는 물건들은 세상에 많고
이렇게 세상엔
생산되자마자 써 주는 것이 좋은 것들,
즉, 오래 쓸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들,
단기간용으로 생산된 것들이
또 여러가지 떠올랐어요.
인간관계에서도 인연의 기간이 다양한데
서로 알게 된 초반에 굵고 짧게 무언가 함께하도록 이루어진 인연도 저렇게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에 최선을 다하자.
그들의 수명이 얼마나 갈지 모르므로.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고무밴드가 끊기고
이번주에 날씨가 특히 더워져서 고무장갑이 더욱 심하게 눈에띄게 흘러내려
결국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신기한 한 주.
게다가
세상에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참 많아서 나 부자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
이번 6월 2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