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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명상

백 년 만의 명상에 대한 첫 기록

by 김경리

그렇게 ‘살기 위해’ 다시 매일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후부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명상 중인 자화상

이것은 백 년 만의 명상에 대한 첫 기록이다. 매일 요가 수업에서 하는 ‘애피타이저’ 느낌의 5분 남짓한 호흡 명상을 제외하고, 제대로 앉아 명상을 위한 명상을 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서재 구석에서 잊혀가고 있던 방석을 주섬주섬 꺼냈다. 왠지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폭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방석에 무릎을 바깥으로 열고 발과 발이 겹치지 않게 치골 앞에 나란히 두고, 양손으로 앞 바닥을 짚어서 엉덩이를 들어 꼬리뼈를 살짝 뒤로 빼고 다시 앉았다. 그렇게 천골을 조금 앞으로 기울여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지 않도록 바르게 세우고 어깨를 넓게 열어 가슴 앞쪽 긴장을 풀었다. 양손 엄지와 검지 끝을 붙여 손등을 각각 무릎에 얹어 두고, 눈을 감아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코로 길게 내쉬었다.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코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지켜보았다.

굉장히 오랜만에 앉았지만 우려와 달리 명상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흘러갔다. 다행히 어깨가 아프거나 특정 감정이 부각되는 일은 없었다.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면 처음이라 결심을 담아 영상을 촬영 중이었기에 명상을 끝내고 어떤 식으로 간단히 몸을 풀어줄까-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전부였다.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방해 중에서도 아주 사소한 정도였다. (나중에 보니 촬영이 너무 오래간만이다 보니 마이크 버튼을 잘못 눌러서 그 영상은 결국 쓸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 다시 매일 명상을 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옮긴 후부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수업과 수업 사이 거리가 멀고 전반적으로 장거리에 장시간이 소모되는 스케줄이어서 요즘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날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아니, 그날을 포함한 한 주의 꽉 찬 일정이 다가오는 게 더는 이전만큼 숨 막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내일도 모레도, 또 그다음 날도 다른 아무것도 없이 가만히 숨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확장되면서 시시각각 몰려오던 긴장감이 물러갔다.

그리고 덕분인지 하루 일정이 반 이상 지난 지금도 평소의 같은 요일과는 조금 달랐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연속으로 진행해도 쉽게 호흡이 가빠지지 않았다. 물과 산소의 부족으로 자주 딸려 오던 두통이나, 미간 사이에 열이 오르면서 속이 갑갑하고 눈이 뻑뻑한 증상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불과 며칠 전, 같은 카페에서 이 노트에 글을 쓰며 토로했던 ‘에너지를 다 쓴 것만 같은 지친 상태의 나’는 지금 없다. 참 신기한 일이다. 단지 명상을 한 것만으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둥둥 사방팔방으로 떠돌던 마음 풍선들의 끈을 붙잡은 느낌이다. 나는 이 구원과도 같은 변화를, 이 체험을 기꺼이 이어 나가려 한다.


**30분 명상

#명상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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