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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명상을 하는 일은 시간을 버는 일이다

명상을 영업 중

by 김경리

들떠 있고 피로한 몸과 마음이, 채로 거친 덩어리들을 한번 걸러낸 듯이 정제되고 맑아진다.

라자 카포타 변형 자세 자화상

이번 한 주 수업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하나 꺼내 읽었다. 그러다가 책에 언젠가 친구가 언급했던 내용이 있어서 ‘아 이게 바로 그 책이구나’하며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각자 가정이 생긴 후, 특히 언니가 육아로 바빠서 자주 못 만나다 보니 연락을 할 때마다 서로의 근황을 길게 함께 적어 보내곤 한다. 디지털 방식이지만 아날로그처럼 각자 삶에서 어떤 페이지에 있는지 책갈피를 실어 보내는 것이다. 마치 비둘기 다리에 편지를 달아 날리듯이 글을 적어 보내고 바쁜 삶 중에 그걸 들여다보고 답이 실려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이번 나의 근황에는 요즘 새로 추가된 루틴(?)인 ‘명상’을 적었다. 얼마 전부터 매일 명상을 하고 일기를 써보고 있다고, 늘 하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드디어 시작했다고. 명상을 시작한 이후 까슬까슬했던 마음이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털이 곤두선 야생동물 같던 경계심이 조금 옅어진 그런 느낌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을 친구에게 이 평온을, 명상의 꿀맛 같은 효과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적극 ‘영업’을 했다.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했을 때는 한없이 멀고 번거롭게 느껴졌던 명상이 사실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것(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이었다. 그저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숨을 쉬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얼마나 되든 상관없다. 부모님 덕분에 초등학교 무렵 명상을 처음 접한 이후로 살면서 자주 하지는 못했으나, 퇴화된 꼬리뼈처럼 앉는 습관이 다행히 내 안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명상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은 오히려 시간을 버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뇌와 신경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문제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는 ‘이런 거면 어떡하지? 저런 거면 어떡하지?’ 하고 고뇌하는 날이 줄었다. 불쾌하거나 소모적인 일에 늪에 빠지듯 마음을 쏟는 일이 줄었다. 들떠 있고 피로한 몸과 마음이, 채로 거친 덩어리들을 한번 걸러낸 듯이 정제되고 맑아진다. 가벼워지고 밝아진다.


**5분 명상

#명상1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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