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아니, 뭔가를 하려고 하는 생각을 놓아야 한다. 명상에서도 그렇고 살아감에 있어서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생긴다.
파드마 부장가 아사나 자화상
수업 전에 카페에서 하는 다섯 번째 명상. 연말이라 그런지 대중교통에도 거리에도 사람이 많았다. 꽤 먼 거리로 수업을 하러 오는데 줄곧 인파에 꽉 끼어 서있었더니 평소보다 조금 더 피로했고 답답함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래도 문 앞에 서있는 통에 때마침 한강 위로 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오전에 눈이 와서 지친 할머니 머리칼처럼 희뿌연 도시의 풍경에 도장 인주를 찍어 놓은 듯 선명하게 붉은 해가 지고 있었다. 차가운 강에 붉은 그림자가 세로로 길게 늘어졌다. 만약 앉아서 졸고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멋진 풍경이었다.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시익-화가 식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늘은 카페에도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손바닥만 한 티테이블을 앞에 둔 아담한 의자에 앉아 명상을 했다. 이어폰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호흡을 보면 호흡이 고요해졌다. 그건 명상이 잘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힘차게 걸을 때에는 쓰고 있는 마스크가 들썩이도록 거칠던 숨이 채로 여러 번 걸러낸 밀가루처럼 미세해지는 과정을 똑바로 지켜본다.
다른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 아니, 뭔가를 하려고 하는 생각을 놓아야 한다. 명상에서도 그렇고 살아감에 있어서도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생긴다. 나의 별자리와 MBTI와 애니어그램과 띠와 기타 등등의 동서고금을 막론한 온갖 성격 유형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곧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감성적이다'도 함께 따라온다.
그런 성격 유형 테스트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잘 알고 있다. 다만 그뿐이다. 100퍼센트의 통계는 없다. 그저 나침반처럼 약간의 경향성을 가리킬 뿐이며 그 또한 어긋날 수 있고, 조건이 바뀐다면 반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나는 생각이 많다-는 식에 변수로 '명상'을 집어넣는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