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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작은 평화

역시 명상을 하길 잘했다

by 김경리

모처럼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저녁을 뭘 먹을지 초조하지도 다음날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로 괴롭지도 않았다.

게란다 아사나2 자화상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가 명상을 못한 게 생각나서 도로 이불을 걷고 나와서 앉았다. 그냥 잘까 잠깐 고민했으나 역시 명상을 하길 잘했다.

밤에 살며시 눈이 내리는 소리처럼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오늘은 엊그제에 비해 기온이 조금 올라서 (그래도 영하였지만) 며칠 만에 동네 산에 올라가서 벤치에 잠시 앉았다. 잎을 다 떨군 키 큰 나무들 꼭대기 쪽으로 목 스트레칭을 할 겸 고개를 젖혀 눈을 감았다.

겨울이 되어 여름의 시끌벅적함과 가을의 바스락 거림이 모두 사라진 숲이 조용했다. 이따금씩 새들이 우는 소리가 허공에 깨끗하게 울리면 주변에 다른 잡음이 섞이지 않은 게 느껴져 더욱더 공기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턱과 뺨에 닿는 찬 기온이 머리를 맑게 했다.

모처럼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저녁을 뭘 먹을지 초조하지도 다음날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로 괴롭지도 않았다. 그 순간에 벤치에 앉아있는 그 자체로 참 좋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 순간에 거실에 앉아있는 그 자체로 참 좋다.


**9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6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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