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에라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의 은혜와 노력의 시간이 있기에 내가 안락하게 지내고 이 추운 겨울을, 사계절을 날 수 있는 것이다.
아르다 파당구쉬타 다누라 아사나 자화상
수업 전 카페에서의 세 번째 명상. 오늘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하 5도로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이곳은 따뜻하다 못해 덥다. 나는 뚜벅이라서 밖에서 얼지 않기 위해 옷을 단단히 입는 편이다. 외투를 비롯해서 옷을 몇 겹 벗어 가지런히 쌓아두고 명상을 했는데도 더웠다. 긴팔 위에 입은 얇은 집업마저 부담스러울 정도로 히터가 빵빵했다. 그래서 도중에 이걸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던 것이 이번 명상의 최대 방해였다. 그 외에는 퍽 순탄했다. 아까 연이은 수업 후에 집에서 간식으로 빵을 곁들여 보이차를 마시고 나온 덕분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제철이 된 딸기 생크림 크루아상을 먹었다. 바깥 찬바람 같은 건 바로 잊게 해주는 포근하고 달콤한 맛이었다. 몸을 안에서부터 따뜻하게 데워주는 진한 보이차를 마시면 늦은 시각까지 꽉 찬 오늘의 일정에 대한 부담감이 쓸려 내려갔다. 마무리로 역시 제철을 맞이한 제주산 감귤을 몇 개 까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빵, 보이차, 귤에 감사하며, 그리고 그것들이 여기에 오기까지 거쳐 온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자연의 보살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명상 집중 수행을 가면 항상 식사 전에 함께 감사한 마음을 읊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형식적인 일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은 온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비록 홀로 일을 하는 프리랜서이지만 정말 세상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도움과 자연의 가피(축복) 없이 동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음을 새삼 깨달았다. 어느 순간에라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의 은혜와 노력의 시간이 있기에 내가 안락하게 지내고 이 추운 겨울을, 사계절을 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