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야 하는, 하고 싶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잠시 멈추는 일은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가장 필요한 행위인지 모른다.
숩타 파당구쉬타 아사나 자화상
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두 번째 명상이다. 이번에는 가장 구석 자리에 폭신한 의자라는 점이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 좀더 유리한 조건이었는데 역시나 그간 경험한 바와 같이 그런 특정 조건이 명상의 질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말을 앞두고 일 년 동안 개근을 하신 요가 회원분들께 나눠드릴 작은 선물을 고민하느라 하루 종일 온갖 사이트와 블로그를 넘나들며 검색을 했더니 눈이 뻑뻑했다. 눈을 감으니 웹 서핑을 하면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눈의 건조함이 비로소 느껴졌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대중교통을 비롯한 내가 거쳐가는 모든 건물에서 열심히 히터를 가동 중이어서 더욱 눈이 건조했다.
감은 눈 사이로 눈을 보호하려고 나온 물기가 느껴졌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느라 고생한 팔꿈치와 어깨의 감각이 느껴졌다. 지금 해야 하는, 하고 싶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잠시 멈추는 일은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나에게 가장 필요한 행위인지 모른다.
눈의 점막을 덮은 눈물 한 방울 같은 몸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등의 반을 덮은 넓은 승모근에 이르기까지 내가 더 잘 보였다.
미안한 마음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에서 밖까지, 마음에서 머리까지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우주와 같은 존재를 느낀다. 섬세하고 수많은 갈래로 펼쳐진 몸속 신경계와 같이 이 세상 속에 얽혀 있는 무수한 존재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