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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명상 일지 과제3

by 김경리

명상을 하려고 앉아 있는 동안 정말로 명상을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매일 자기 전에 좌선을 하고 있지만 눈을 감았을 때 온전히 숨에만 집중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예전에 본 심리학 관련 글에서 사람의 뇌는 기본적으로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일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없으면 조금 전에 감각이 받아들인 정보, 아니면 어제 보고 들은 것, 더 먼 과거의 기억이나 혹은 무의식을 뒤져서라도 머릿속을 가득 채워놓는 것이다.

갑자기 떠오른 뇌의 이러한 특성을 고찰해 보니 조바심이 줄어들면서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방안에 저절로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라면 그에 대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단지 생각의 흐름들이 나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휩쓸어가지 않도록 명상을 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일으킨다. 그다음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호흡인지 아니면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 중 한 조각인지 또는 몸에 느껴지는 감각인지를 알아차려 본다.

명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거센 물살을 헤치며 다른 물고기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일이다. 익숙하고 보편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길 역시 먼저 간 사람들이 있다. 길을 잃을 것 같을 때 그들이 남긴 실마리를 찾아본다. 물 위로 고개를 들어 귀중한 숨을 쉬며 나아가듯 들숨 하나, 날숨 하나를 온전히 쉬어본다.


**12분 명상 in 파드마 아사나

#명상15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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