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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변화는 그렇게 천천히 서정적으로 온다

명상이 주는 힘

by 김경리

한 걸음 두 걸음 숲길을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주변 풍경이 바뀌어있는 것처럼, 변화는 그렇게 천천히 서정적으로 온다.

바라 드바자 아사나2 자화상

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열 번째 명상이다. 이제 이 장소에서 명상을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늘은 조금 더 오래 호흡을 보았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모인 명상 일기 중에 상당수의 쓸만한 글들이 바로 여기 시내의 카페에서 쓰였다. 늘 시끌벅적하고 겨울답지 않게 공기가 후덥지근하며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의 한가운데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쓴 것이다.

어쩌면 이 시간들이 다소 힘에 부치는 스케줄이 무수히 반복되는 동안에 지친 나를 살게 하는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새롭게 자리 잡은 루틴과 함께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이제 끝이 머지않은 시점에서 보니 그 예감은 옳았다.

분명 명상 이전에 비해 같은 하루를 보냈을 때 척추나 근육의 통증이 줄어들었고 일상에서 자잘하게 느껴지던 마음의 불편함이나 예민함이 줄었다. 당연히 갑자기 영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바뀌지는 않지만 한 걸음 두 걸음 숲길을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주변 풍경이 바뀌어 있는 것처럼, 변화는 그렇게 천천히 서정적으로 온다.

긴장감에 털을 뾰족하게 도사리고 있던 길고양이 같은 나의 마음을 따스한 손으로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그 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손이다.


**17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79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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