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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Jun 13. 2023

43. 그릇에 금이 난 것을 붙이듯이

명상 후 달라진 몸을 대하는 자세

그릇을 살살 들어서 옮기고 금이 간 부분을 이어 붙이고 말려준다. 나는 이 그릇을 오래 쓸 것이다.

파리브르타 파르스바코나 변형 자세 자화상

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열여섯 번째 명상이다. 일기가 쌓이는 속도에 비해 그림은 그렇지 못해서 요즘 맹렬히 그림을 그렸더니 몸에 부담이 왔는지 어젯밤부터 목이랑 어깨에 담이 왔다. 자기 전에 플랭크를 하고 머리서기, 어깨서기, 브리지 자세 후에 우르드바 다누라를 하는데 오른쪽 어깨가 급 불편하더니 근육이나 인대가 꼬였는지 아니면 휴화산처럼 잠들어있던 경추 디스크가 잠시 위치를 벗어나면서 신경이 눌린 건지 좌우지간 담이 와버렸다. 누구나 각자 단골로 아픈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에는 체증을 동반한 두통, 그리고 목에 담이 종종 온다. 뭔가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잘못된 자세(그림 그리기, 스마트폰 오래 들고 보기 등등...)로 인해 오는 담이 좀더 횟수가 잦다.

그래, 머무르는 동안 불편함 없이 네 집처럼 있다가 가라며 승모근과 목 뒤쪽 기립근이 만나는 지점에 작은 파스를 붙이고 조심조심 목을 움직여가며 별수 없이 수업을 여러 개 하는 중이다.

예전엔 이 상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몰라 과격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더 꼬여서 풀리지 않는 이어폰 끈처럼 통증이 악화되곤 했다. 담이 심하게 걸리면 흉부 근육까지 굳어지면서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워진다. 그리고 아픈 감각에는 짝꿍처럼 '신경질'이 따라와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스스로를 암흑의 컨디션으로 몰아넣는데 기여하곤 했다. 마치 금이 간 그릇을 확 떨어트려 깨뜨려버리듯이. 아마 신경질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더 생성하는데 박차를 가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짬바(?)가 생겨서 통증이 더 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스케줄을 소화하는 법을 익혔다. 그릇을 살살 들어서 옮기고 금이 간 부분을 이어 붙이고 말려준다. 나는 이 그릇을 오래 쓸 것이다.

그동안 이 증세를 다뤄온 경험에 호흡 명상 습관으로 인한 침착함이 한 스푼 추가되면서 한결 그럭저럭 지낼만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아직 어깨가 뻐근하고 수업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15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10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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