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1201일째
*오랜만에 명상 일기를 올립니다. 참고로 제 명상 책은 1차 수정을 마쳤고 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할게요. 두근두근...!
날이 흐리다. 수업 두 개를 마치고 다음 수업 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산책을 하는데 모처럼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이 무색하게도, 해가 나오지 않아 스산했다. 그런 김에 걸으며 흐린 날씨에 관해 고찰했다. 해가 비추는 날은 그것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한결 좋아지곤 한다. 우리 센터 창으로 블라인드 결을 따라 곱게 비치는 햇살은, 설사 그게 어제도 그저께도 늘상 보는 풍경이어도 다시 한번 눈에 담으며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 맘대로 가설들을 몇 가지 떠올려보면, 아마도 해가 인류에게 이롭기 때문에 - 밝을 때 먹을 것을 구하러 갈 수 있고, 천적으로부터 피할 수 있고, 해가 열매나 곡식을 익게 하니까. 또 생리학적으로는 해를 봄으로써 밤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멜라토닌이 분비되고, 몸에 필요한 비타민 D 합성을 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내 맘대로 가설이라 틀릴 수도 있다.)
아무튼 사람이 해를 반기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흐린 날은 어떨까. 이 차분한 날씨는 나에게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해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 구름에 가려 노랗게 쏟아지는 햇볕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거기에 해가 있기에 내가 지금 앞을 보면서 걸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나의 일상은 흐린 날의 햇살처럼,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로 인해 지탱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공기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어린왕자> 속 구절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모노톤 하늘 아래 나뭇가지마다 겨울눈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구름이 있든 없든, 날이 춥든 덥든 나무는 조용히 그러나 부지런히 겨울 끝에서 봄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