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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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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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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표를 예매하셨다. 어떤 공연인데, 꽤나 비싼 공연인 듯 했다. 나는 공연 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러 버스를 잡아 탔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조금 다른 어린 시절의 동네였다. 나는 그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곤 했다. 8번, 아니 13번이었나. 가게들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길과 골목은 그대로인 것 같다. 하지만 내리자마자 나는 그곳이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란 걸 눈치챈다. ‘어쩌지, 시간에 늦어버리겠는데. 더 문제는 내가 지금 여기가 어딘지 몰라, 무엇을 타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몰라. 집에 가서 아빠랑 같이 공연에 가야하는데.’ 아빠가 화가 나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동분서주했다. 어떤 아저씨가 내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나쁜 사람 같지 않다. 그도 역시 자식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함께 어떤 숙박시설같은 곳으로 가서 거기 전화를 사용하기로 한다. 나는 아빠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가까스로 내 옛날 휴대폰 번호만 기억해낸다. 010- …. 이 번호가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전화기, 내 휴대폰은 안 쓴지 오래되었다. 왠지 아빠나 누군가 내 옛날 휴대폰을 충전해놨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까.  아저씨는 옆에서 자기 자식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나는 그 옆에서 숙박시설의 오래된 전화기를 사용해 떨리는 손으로 내 예전 휴대폰 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한번, 울리자마자 아빠가 전화를 받는다. ‘주원이니?’ 나는 안도한다. 그리고 서둘러 변명한다. ‘ 네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제가 버스에서 내렸는데..’ 하다가 나는 말을 멈춘다. 아빠는 아무말이 없다. 왜 내가 말을 멈췄을까 한참 생각하다 답을 알아낸다.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안 것이다. 왜냐면 아빠는 돌아가셨으니까. 그러므로 이것은 꿈이니까.



내 정신연령은 몇 세일까. 아빠가 돌아가신게 언젠데 지금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나는 아빠가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서 기뻤고,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받아서 기뻤다. 아빠가 주원이니?라고 묻는 목소리는 화가난듯 하면서도 따뜻했다. 아빠는 옛 동네에, 옛 번호에 붙잡혀 있다. 내 기억에 붙잡혀 있다. 마치 왜 이제야 전화를 하냐고 하는 듯하다. 아니, 전 보내드렸는데요, 아빠도 이젠 다음 생으로 가셨다 생각했어요. 아니 나는 여기에 거기에 그리고 기억속 먼 곳에 어디에나 있단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차분히 가라앉길 기다린다. 


나는 꿈 속에서 그것이 현실임을 의심없이 믿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깨어났을때 그것이 꿈인 걸 알았다. 이 현실을 깨고 나면 모든게 꿈이었단 걸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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