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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Apr 28.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지난주 토요일에 내 요가 스승인 트레이시(Tracy)가 주최한 비니 요가 플로 워크숍(ViniYoga Flow Workshop)에 다녀왔다. 비니 요가가 호흡을 중시하고 각 개인에게 맞는 폼을 제시하면서 과학적인 시퀀스에 따라 수련이 진행되다 보니 에너자이징(Energizing)한 플로(Flow)가 없지 않나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 이 워크숍을 준비했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요가를 운동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여 심박수가 올라가고 땀을 흘리는 요가를 좋아하는 추세라서 비니 요가도 계속 발전에 발전을 더해가며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층에게 호감 가는 요가가 되기 위해 시퀀스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빠르고 안전하며, 몸의 에너지를 활기차게 돌리는 비니 요가 빈야사 플로(Vinyasa Flow)를 스스로 연구 개발해서 요가 선생을 하고 있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해 주는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3년 만에 트레이시의 요가원을 찾아간 것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스승을 만나게 되니 그동안 가르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트레이시에게 물어야겠다 하고 질문거리를 잔뜩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벌써 많은 요가 선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앞에서 뭔가를 지시하고 있던 트레이시가 날 보더니 갑자기 말을 멈추고 활짝 함박웃음을 지으며 팔을 벌리고 나에게 다가와서 "리다야, 너무 반갑다." 하며 꼬옥 껴안아 주었다. 여기 온 학생들이 모두 그녀의 사랑스러운 제자 일터인데 유독 나만을 껴안아 주어 스승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뿌듯한 자랑스러움이 느껴져 어깨가 으쓱했다. 베지테리언(Vegetarian)인 트레이시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한국 마켓에서 산 고구마를 찌고, 옥수수를 삶고, 과일을 넣은 호떡을 만들어 가방에 넣어가서 트레이시에게 주니 벌어진 입이 더 벌어지며 너무 행복한 웃음을 핫핫핫... 하고 웃는다. 스승이 행복해하니 이 제자 또한 너무 즐겁기만 하구료....


처음 요가 강사 자격증반을 등록하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내가 "트레이시 당신을 내 삶의 롤 모델(Role Model)로 삼고 닮아 가겠다."라고 하자 트레이시가 "리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그러나 너는 나보다 더 능력 있고 더 잘 해낼 수 있어."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때 내가 한 말이 씨가 되어 그녀가 존경받는 요가선생이듯 나 역시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녀가 책 네 권을 출판했듯이 나 역시 작년에 책을 출간하고 지금 제 2권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요가 강사 자격증반을 다닐 때(고급과정 포함) 유일한 동양인이었고 특히 한국인은 처음이라 했다. 나이도 많은 데다 영어도 유창(fluent) 하지 않아 졸업이나 하려나 했던 학생이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내자 기특하기도 하고 자랑스럽다고 졸업식 때 날 앞으로 불러내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라고 칭찬을 해주고 꼭 껴안아줘서 엄마품에 안긴 듯이 편안하게 맘껏 울게 했던 트레이시다.  


거의 3년 정도를 트레이시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중에서도 매 강의마다 학생들의 쏟아지는 많은 질문 중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I don't know.)라고 말하는 것을 배운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녀는 시애틀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비니 요가((ViniYoga) 선생이고 요가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을 것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자신이 모르는 질문에  적당히 아는 체를 해서 잘나보인다거나 대충 이것저것 얼버무려서 답을 하지 않고 일단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확실히 답을 하였다. 나는 그녀의 겸손함(Humility)과 솔직함(Honest)이 좋았다. 그녀는 요가의 바운더리(Boundary)를 잘 지켰으며 진단을 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등의 의사의 권한을 절대 침범하지 않았다.


요가 선생을 하다 보면 학생들로부터 가끔 자신의 불편함이나 질병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들을 받곤 한다. 예를 들면 오래전에 한 학생이 다가와 자신의 왼쪽 어깨가 오랫동안 계속 아프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의견을 물었다. 그녀의 질문 속에는 그녀의 팔이 온전한 각도로 편안히 잘 움직이지 않을까 봐,  이 만성통증이 오랫동안 계속될까 봐, 혹은 관절에 염증이 생겨 큰 문제로 전환될까 봐하는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들어있었다. 그 질문을 받으며 내가 자신의 어깨 통증의 문제점을 확연히 알아내서 어깨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고, 그녀의 심적 불안감과 걱정거리를 모두 해결해줬음 하는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그녀의 통증과 불안이 안타까워 확실한 답을 줘서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의사가 아니기에 그녀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신체 운동학(Kinesiology)의 교육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말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한 싫음, 두려움이 있는 거 같다. 나 역시 질문에 정확한 답을 줄 수 없을 때 상대방을 실망시키는 거 같아 그래서 날 안 좋아하게 될까 봐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 싫어 전전긍긍했던 경험들이 있다. 그러나 트레이시에게서 배운 대로  난 상대방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모른다(I have no idea.)라고 일단 답하고 요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설루션(Solution)을 제시할 뿐이다.


첫째, 깊은 호흡과 함께 아사나 수련을 통해 어깨 근육의 아픈 부분을 가볍게 스트레치 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양쪽 어깨의 대칭적인 구조를 회복한다.

둘째, 깊은 호흡이 신체적 고통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우리 몸의 긴장이 있는 곳에 좀 더 아픔과 불편함이 존재하므로 깊은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릴랙스(Relax)시켜 통증을 줄인다.  또한 호흡은 몸과 마음의 자연치유력을 돕고 높여주므로 깊은 호흡수련을 통해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편안함과 공간을 만들어 준다.

셋째, 어깨 통증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인지 재구성(Cognitive Reframing)을 통해 나는 통증이 아니다(I'm not Pain.)라는 개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아픈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면 아픈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나는 단지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다라고 관념을 바꾸고 아픈 부위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보다는 즐겁고 재미난 일을 찾아 시간을 보내도록 조언을 한다.


이미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모르는 경우에  내가 사용하는 세 가지 옵션(Option)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질문자에게 다시 되묻는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되물음으로써 오랫동안 자신의 문제를 생각해 왔던 본인이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스스로 재확인하게 한다. 때때로 본인이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둘째, 나중에 알아내서 알려준다고 얘길 한다.  이런 경우엔 어딘가에 노트 해 놓은 게 있는데 당장 잘 생각이 나지 않거나 답을 알고 있는 누군가나 해답의 내용이 들어있는 책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도 당신의 질문에 관심을 갖고 있고 도와주는 것이 즐거운 경우다. 잊지 않고 약속한 날짜에 답을 알려준다.


셋째, 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사람을 만나길 권유하고 답을 들으면 나에게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신체적 질환이 있는 경우 좋은 의사를 추천하거나 만나길 권유하고 그 결과를 들음으로써 요가 수련에 참고한다.


그렇다!! 우리는 모를 때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계속 배울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 I'm learning something new everyday.)는 말을 자주 하길래 무슨  뜻인가 했더니 정말 살아보니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살고 있다. 때론 내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일처리를 했다가 실패를 하기도 하고, 때론 잘 해내기도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제리 &에스더 힉스(Jerry & Esther Hicks) 부부와 채널링(Channeling)된 아브라함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이 기쁨(Joy) 안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성장하며 계속 확장(Expansion)해 가는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언젠가 같은 요가원에서 일하는 동료 강사 줄리아(Julia)의 수업에 들어가 학생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참 수업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머리가 프로즌(Frozen)되었다면서 줄리아가 말을 하였다. " Hey, Yogis I don't know what's next! But you do." (갑자기 다음 동작을 뭘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나!.. 그러나 너희들은 알 거야.) 하면서 어떤 포즈도 좋으니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단지 네 몸이 원하는 대로 동작을 취하라고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이 그룹의 인도자로서 길을 안내하던 그녀가 갑작스레 길을 잃었다고 선언하며 자유로운 포즈를 맘대로 취하라는 그녀의 솔직함에 우선 놀랐고, 로봇처럼 생각 없이 30여 분 동안 그녀의 지시대로 따라 하던 수련에서 벗어나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자세를 취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자유로운 경험에 놀랐다.


줄리아의 수업 경험을 통해 솔직할 수 있는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를 배웠고 요가 선생은 학생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거나 혹은 손을 붙잡고 가 주는 자가 아니라 우선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안내자, 도움을 주는 자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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