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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Aug 02.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수업 시간의 매직 넘버(Magic Number) 지키기

 초에 출간되었던 "내 몸과 마음을 여는 비니 요가의 비밀" 책에는 정년 없이 지치지 않고 요가 선생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 있다. 그중 한 가지 내용이 일주일에 할 수 있는 수업량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즉 일주일에 몇 시간을 즐겁게 일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요가를 가르치는 일은 일반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량의 약 3배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한다. 포즈를 취하면서 계속 말을 해야 하고, 각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수업 내내 학생들을 계속 관찰해야 하는 정신, 육체노동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에 5일 수업을 하고 금요일과 일요일에 수업이 없는 생활을 4년 동안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 즉,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는 많은 워크숍(Workshop)과 좋은 강연 참여를 위해 그동안 토요 수업을 다른 선생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였다. 또한 주 5일 근무를 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일 스케줄이 달라  똑같이 주 5일 근무를 하는데도 어울리기가 쉽지 않아 어쩐지 나에게는 주말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다.


그러다 최근에 두 군데서 화, 목, 금의 거절할 수 없는 좋은 조건의 수업 제안이 들어왔고 그것을 허락하고 나니 수업이 갑자기 늘어 매일 집에 오면 쓰러져 잠을 자야 했다. 갑자기 입안이 허는 증세가 나타났고 아침이 되면 빨간 눈이 토끼와 같았다. 새로운 수업이라 학생들 이름도 외워야 하고,  그들의 수업에 대한 제안이나 피드백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유대관계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기에 더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수업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정년 없이 즐겁게 요가 선생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량의 매직 넘버(Magic Number)를 지킨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 수업 스케줄 재조정이 절실히 필요했다. "지난 9년 동안 열정을 다해 가르쳤던 수업 중에서 어느 수업을 없앨 것인가?"가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시간표를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봐도 버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너무나 행복한 고민일까?



그래,  이참에 그동안 잃었던 주말을  되찾아 친구, 가족들과 주말을 같이 보내고자 하여 토요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웰빙 센터(Well- Being Center)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난 5년 동안 너무 즐겁게 수업을 해 왔지만 이제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기로 결정하여 아쉽지만 7월 28일을 마지막 수업으로 그만두겠다는 내용을 전하였다. 매니저로부터 바로 답이 왔다. "너무나 큰 충격이다. 리다 너는 우리 센터의 보물(Treasure)인데 너를 떠나보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네가 5년 동안 토요일에 일을 했으니 이제 가족들과 함께 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메일을 받고 동료 강사 모두에게  감사와 이별의 이메일을 보냈다. 깜짝 놀란 동료 강사들의 이메일과 texting이 이어졌다. "센터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니? 왜 그만두는지 이유를 알려줄 수 없겠니..?  혹시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니니..? etc"

7월 말까지 두 번의 수업을 남기고 지난 7월 14일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2주 후에 떠나게 됨을 알렸다. 큰 충격에 학생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혹시 센터와 무슨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정에 어려운 점이 있는 건 아닌지, 한국으로 영구히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계속 질문이 쏟아졌다.


그동안 5년을 일했다 하더라도 매 토요일만 그곳에 갔고 동료 강사들은 스태프 미팅(Staff Meeting)이나 워크숍(Workshop)이나 교육 등에서 얼굴을 보고, 여행을 가거나 아프거나 일이 생겼을 때 서로 수업을 도와주는 등의 유대관계였고, 또한 나 말고도 5명의 요가 선생이 더 있기에 학생들은 다른 선생의 수업에 가면 되고 토요 수업은 곧 새로운 선생이 맡게 될 것이기에 내가 그만둔다는 것이 이렇게 기대 이상으로 크게 반응을 보일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다.


지난 7월 21일 토요일에 수업을 들어가려 하자 학생들이 일찍 와서 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주에 내가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 한다. 마치 애인이 떠나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한다. 그들이 재차 물었다. "정말 네가 떠나는 이유가 단지 토요일이기 때문이니? 그럼, 우리가 주중에 네 수업을 open 해 달라고 매니저에게 부탁하려고 하는데, 주중에 수업이 open 되면 네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가르쳐 줄 수 있겠니?"


그러고 보니 매주 토요일 별일이 없는 한 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와줬던 학생들.. 이제는 누가 선생인지 학생인지 구분이 안 가고 언니 동생처럼,  먼 친척 아저씨처럼 수업 전, 후에 조잘조잘 온갖 얘기를 하며 웃고 수다를 떨던 학생들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토요 수업은 안 하기로 했으니 미련없이 밀고 나갈 수밖에....


7월 24일 매니저로부터 뜻밖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학생들이 웰빙센터  이사회에 이메일을 보내 내 수업을 주중에 오픈해주기를 청원했고, 요가 대사(Yoga Ambassador)라 불리는 내 수업 학생 자넷(Janet)은 모든 학생들에게 전체 이메일을 보낸 후 나를 떠나보내는 것은 웰빙센터의 큰 손실이므로 내 수업을 주중에 오픈해줄 것을 매니저 자신에게 요구하였다면서 학생들의 요청이 그러하니 어떤 가능성(Possibility)이 있는지 같이 찾아보자면서 나와 함께 7월 30일 월요일에 미팅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7월 29일 마지막 수업을 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수련을 하였고 아사나가 끝난 후 평소보다 길게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나마스떼를 하고 평온한 마음과 따뜻한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며 매니저와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였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니 요가 대사(Yoga Ambassador) 자넷(Janet) 이 붉은 장미 한 송이와 봉투 두 개를 들고 서 있었다. 갑자기 나를 와락 껴안으며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며 학생들이 모아서 이것을 마련했다고 전해주었다. 울컥 눈물이 나왔다. 감동이 밀려왔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넘치도록 사랑받고 있음을 잊고 있었구나.... 그러나 한편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 꾸준한 연습이 희생이 아니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투자였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비록 학생들은 한 시간의 수업을 받고 가지만 그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하고 웃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것들의 관심과 애정이 건강한 인간관계(Healty Relationship)를 형성하고, 좋은 요가 선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음에 대한 결과였다. 봉투에는 학생들의 정성 어린 감사의 메시지와 뜻밖의 돈이 들어 있었다. 봉투에는 " Treat yourself, Lida" (리다야 너 자신을 위해 사용하렴.)라고 적혀 있었다.

학생들이 카드에 쓴 메시지

7월 30일 매니저와 미팅을 하였는데 학생들의 불같은 요청으로 네 수업을 주중에 다시 Open 하기로 했으니 받아주기 바라며 주중에 어느 시간이 좋은 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아, 그만두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마음 약한 내가 끝내 No를 하지 못하고 금요일 오후에 다시 수업을 Open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단  8월 한 달간 휴식 기간을 갖고 9월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미팅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나가려 하자 매니저가 말을 덧붙였다. 자신이 여기에서 16년 일을 하였는데 요가 선생 떠나는데 봉투에 돈을 넣어주는 일은 처음이고, 학생들의 요청으로 인해 수업을 재오픈하는 경우도 내가 처음이란다.


수업을 줄이려고 했던 계획이 끝내 수포로 돌아가자 나는 이제 나는 또 다른 수업을 없애기 위해 스케줄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나 자신이 지치지 않고 에너지 넘친 상태에서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수업량을 고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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