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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Jul 24.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명상과 함께하는 House Music Concert

어제 일요일에 명상지도자이자 카운슬러이고 마음수련 지도자인(Certified Facilitator and Counselor) 수반(Suban)의 집에서 여름 음악회 + 명상이 열렸다. 수반은 현재 대학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일 찾기, 당신이 살고 싶은 삶 찾기"( Finding the work you love, Finding the life you love)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흰머리 성성한 70대 나이의 남자 교수이자 명상가이다. 이 음악회는 수년 전부터 매년 몇 차례 그의 집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 음악회와 명상에 대한 공고가 그의 웹사이트에 나면 여기에 오기 위해 그의 명상 친구들과 제자 그리고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날짜를 기다린다고 한다.


나는 지난봄에 수반의 워크숍에 참여했던 게 인연이 되어 이 음악회를 알게 되었고, 나 역시 이 날짜를 캘린더에 기록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은 음악회와 명상 후에 베지테리언(Vegitarian) 음식으로 포트럭 파티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Potluck party) 아침에 일어나 그린티(Green Tea) 호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을 선 보일 때 잡채, 누드 김밥, 떡볶이, 호떡 등을 가져가 보면 언제나 호떡이 가장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설탕에 여러 넛트와 마른 과일 종류, 가끔은 파인애플 잘게 썰은 것이나 바나나 등을 섞어 만들어 주면 아주 좋아하였다. 오늘도 역시 호떡에 여러 재료를 넣고 코코넛 기름을 둘러서 한 쟁반 가득히 만들고, 퀴노아 샐러드(Quinoa Salad)를 만들어 챙겨 들고 11시부터 시작하는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였다.


수반은 이 음악회를 Satsang(삿상이라 발음함)이라 칭하고 삿상의 뜻은" 깨우침을 주는 메시지" 혹은" 신성한 모임"등을 뜻한다고 알려 주었다.(a spiritual discourse or sacred gathering) 그의 집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였는데 멕시코에서 또 뉴욕에서 친구도 만날 겸해서 찾아온 오랜 명상 친구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들 흰머리 성성한 노인들이었지만 표정이 아주 밝고, 건강한 신체의 매력적인 모습들이었다. 각 개인에게서 풍겨오는 이미지가 너무나 개성적이고 유니크(Unique)해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수반이 나를 그들에게 소개해줬으므로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악수를 하며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하자 그중 한 사람이 자기 여자 친구랑 지난 4월에 일본을 갔다 한국을 들러왔다면서 더욱 반갑다고 손을 꼭 잡았다. 한국의 인상이 어땠냐고 묻자 아주 좋았다면서 벚꽃이 매우 아름다웠고 제주도가 인상에 많이 남는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일본과 한국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다른 이미지였다고 말을 덧붙였다.


수반의 집은 지하가 있는 이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일층에 있는 세 개의 방은 Air BnB로 활용하고 있고, 지하에는 큰 홀로 구성되어 있어서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으로 대여하고 있으므로 일 년 내내 이곳에서  마음과 정신세계를 다루는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일층의  Air BnB의 방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시애틀 관광객들이 항상 머물고 있는데 이번에도 여름 천국이라 불리는 시애틀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그날 관광을 하는 대신 이 콘서트와 명상에 같이 합류하기를 원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시간이 되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하에 있는 홀에 각자 방석을 깔고 앉았다.


이윽고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수반의 아내가 처음 온 사람들을 위해 순서를 소개하였다. 다섯 곡의 음악이 연주될 것이며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명상의 시간을 갖고 다음 곡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음악은 처음에 가볍게 시작하지만 점점 우리의 깊은 내면을 건드리게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점점 깊은 명상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처음에 통통 튀는 발랄한 음악이 기타와 함께 연주되었다. 수반이 피아노를 치며 조용히 노래를 시작했다. 음악은 가볍고 밝아서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이미지였지만 70 넘은 흰머리 성성한 노인 목에서 낮고 길게 뽑아져 나오는 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애절하고 슬퍼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나를 그려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 가족과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으로 인해 서운한 소리가 오갔고 그때 억눌러 놨던 슬픔과 서운함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스멀스멀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음악이 끝나자 명상이 시작되었다. 홀 안에 사람이 가득하지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나 혼자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며 지나가고 또 떠오르며 지나갔다. 그러자 또 다른 음악이 시작되었다. 점점 음악이 느려지고 수반의 목소리가 더욱 애절해졌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왔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리다니.... 수반의 목소리와 그가 부른 가사들이 이렇게 내 마음을 터치할 수가...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음악이 끝나고 또 명상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음악이 나오고 명상이 진행되자 내 마음속에서 별안간 "미안해, 고마워, 용서해줘, 사랑해!"라는 말들이 계속 터져 나왔다. 나의 옹졸함에 나의 나약함에 외부 공격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를 한없이 책망하고 미워했던 나에게서 벗어나 왜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미안함과 용서를 바라는 마음 ,  그리고 내가 이렇게 있음에 고마워, 사랑해를 중얼중얼거렸다.


오쇼는 "The book of Understanding"에서 말한다.

문제가 나에게 속하지 않았을 때는 우리는 좋은 카운슬러가 될 수 있고 훌륭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다고.. 그러나 문제가 나에게 있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댄다. 왜냐하면 그것은 거리감(Distance)의 차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거리감이 있을 때 우리는 문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나에게 있을 때는 바보 같은 태도로 징징대며 우왕좌왕 해결을 못한다. 예를 들어 유명한 외과 수술의가 자신의 아내나 자식을 수술하지 못하며, 프로이트(Freud) 가 자신의 두려움을 (Fear), 칼 융(Carl Jung)이 자신의 불안감(Anxiety)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모두 거리감이 없기 때문이다.  명상은 (Meditation)은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거리감을 갖게 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게 한다. 명상을 통해 의식(Consciousness)을 개발하고 최대화시키면 문제(Problems)는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문제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명상은 사람에게 집중하지 절대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 붓다가 문제에 집중하던가? 깨달은 자들은 모두 사람에게 집중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러나 서양 심리학에서는 문제에 집중한다. 그러므로 해결점이 없다. 문젯거리는 무한한데(Infinite) 어떻게 그 문제를 하나하나 다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문득 명상을 통해 거리감을 두고 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마침내 며칠간 겪었던 부정적 감정의 감옥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비로소 내 얼굴에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하였다.


다섯번 째 곡이 시작되자 멕시코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가 일어서더니 눈을 감고 몸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홀가분해 보이고 "자유" 그 자체였다. '그래, 저 모습이 자유야!' 하나도 거리낌이 없는, 끄달림이 없는 그녀의 움직임에 고무되어 하나, 둘 방석을 치우고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자리에서 선 채로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춤에 대한 개념도, 남의 시선도 필요 없는,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남을 볼 필요도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자유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자 모두들 얼굴이 더욱 밝아지고 서로가 이미 많이 알고 있었던 사람들 마냥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껴안고 다시 인사를 나누었다. 나무가 우거진 수반의 집 뒤뜰에 각자 가져온 음식들로 차려진 식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천국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이 천국이었다. 모두들 신나게 떠들고 웃으며 맛난 점심을 즐겼다. 내가 가져간 호떡은 금방 동이났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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