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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Jun 26.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YES, NO 명상을 하다

지난 주말 금, 토, 일을 이용해 Breaking the Patterns and Habits( 오래된 습관 깨부수기)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 참석하였다. 내가 아는데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  또 모르면서 하고 있는 습관들이 얼마나 많은가? 성경에 보면 로마서 7장 15절에 바울(Paul)이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함이라"라고 하였다. (The apostle Paul wrote, I don't really understand myself, for I want to do what is right, but I don't do it. Instead, I do what I hate.)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내가 원하는 것은 하지 않고,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니... 그러나 그게 우리의 습관이다.

또 듀크 대학(Duke University)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매일 결정하는 많은 일들이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습관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 역시 어쩌면 원치 않는 습관들의 노예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참에 알아차리고 고쳐야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두 명의 Organizer들은(주최자) 70대 부부로서 현재 대학에서 명상을 지도하고 있고, 인도에서 15년, 일본에서 6년을 살며 Spiritual Journey(영적 수행)를 하고 있는 Meditation Facilitator ( 명상 지도자) 자격을 가진 분들이다. 심하게 곱슬인 길고 흰 수염이 얼굴을 거의 다 가려서 파란색 눈동자만을 볼 수 있는 남자 리더와 70이 넘은 나이에도 애교 어린 목소리와 긴 흰머리를 풀어헤친 아내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지이자 친구이며 협력자로서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워크숍에는 나를 포함해서 8명이 참가신청을 했고, 3일 동안 각자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자신이 행하고 있는 습관들을 알아차리고 깨부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비롯 서로 다른 지역에서 모여들었다. 피부 색도 화이트에서 블랙까지 다양하였다.


먼저 습관과 패턴에 대해 각자 돌아가며 정의를 내렸고, 왜 이 워크숍에 참가하게 됐는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난 후에  자신이 알고 있는 각자의 불편한 습관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모두들 공통적으로 "습관이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이나 마음 등을 일컬으며 잠재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정의를 내렸다. 또한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가 어렵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러나 지속적인 반복으로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라는데 모두 동의하였다. 각자 한 사람이 쏟아내는 고치고 싶고 불편한 습관들이 한 보따리 이상이었다.


그중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습관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서핑 오래 하기, 매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 체크하고 글 올리고 사진 올리기, 핸드폰, 이메일 수시로 체크하기, 스낵 먹으면서 TV보기, 정크푸드(Junk Food) 먹기, 명상 꾸준히 못하기, 스스로에게 한 약속 안 지키기, 운동 안 하기, 흡연하기, 다른 사람 말하는 중에 끼어들기, 과속 운전하기, 밤늦게까지 깨어 있고 늦게 일어나기,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기, 싫은 일에 No하지 못하기(거절 못하기), 의존하기, 거짓말하기, 너무 많이 떠들기, 판단하기, 비교하기, 미루고 꾸물거리기(Procrastination), 결정 못 내리기(Indecision), 질투하기(Jelousy), 과장하기(Show off), 가정하기(Assumption), 사람 못 믿기, 너무 잘 믿기, 시간 관리 못하기, 돈 관리 못하기 등등이 거론되었다.  


토요일부터 본격적으로 강의, 토론, 그리고 다양한 명상법이 진행되었다. 습관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것이고 , 특히 평화(Peace)와 즐거움(Joy)등을 빼앗아가는 나쁜 습관들로 인해 일을 저지르고 후회를 하지만 왜 우리가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 행동을 경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내기, 원망하기, 심한 말, 욕설하기, 짜증내기, 집어던지기, 참을성 없이 대처하기, 어린아이처럼 징징대기, 판단하기, 자기 방어하기, 비난하기  등이 가장 일반적인 패턴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깊게 들어가 보면 늘 반복하고 있는 습관의 내면에는 내가 굳게 믿고 있는 믿음, 두려움 그리고 그런 습관을 통해 얻어지는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 좋은 습관을 통해 얻어지는 보상에 대해 한 참가자가 자신의 얘기를 소개했다.

마이클은 일하다가 오후 3시가 되면 항상 달콤한 과자나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회사 휴게실에 가서 달디 단 예쁜 컵케익을 자주 먹곤 한다. 어느 날 이 습관을 알아차렸고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절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왜 오후 3시에 이렇게 단것에 심취되었는가를 생각해보니  그 시간에 휴게실에 가면 사람들이 스낵을 먹고 있고 케이크이나 과자를 매개로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이 나쁜 습관에서 얻어지는 보상은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3시가 되면 휴게실에 가지 않고 대신 옆자리나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15분 정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완전히 고쳐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보고 분명히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했다.       


 그래서 코치는 우리 참가자들에게 강조하며 말하였다.

" 자신의 습관을 바꾸려는 가장 중요한 과정은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에요!

(Be aware of my patterns and habits and the beliefs and fears behind them! )

그리고 이 패턴을 매 순간 의식하겠다는 고울(Goal)을 설정하세요.  이 모든 것이 당신이 만든 패턴이고 습관이니 더 이상 누구를 비난하지 마세요!  오직 당신만이 자신이 만든 스토리(Story)를 바꿀 수 있고, 필요한 사랑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해서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Good News)은 꾸준한 반복을 통해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이뤄나가는 과정 중에 이 워크숍에서 했던 Yes, No명상법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명상의 순서는 No가 먼저이고 Yes를 나중에 한다.  이 명상법의 목적은 우리가 No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Yes를 하고 Yes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No를 하는 상반된 마음과 감정 그리고 행동 패턴에서 오는 모순과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순수한 평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코치는 Yes를 낙타에 비유하여 설명하였고, No를 사자로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영어에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이라는 이디엄에(Idiom)이 있다면서 아주 가벼운 빨대를 낙타 등에 쌓기 시작할 때 낙타가 Yes 하였기에 계속 쌓아지다 보면 어느 순간 빨대 무게에 의해 낙타 등이 무너진다는 내용이다. No 해야 하는 상황에서 Yes를 하고 살다 보면 낙타와 같이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 우리 내면에는 사자와 같이 강하면서(Strength) 힘(Power), 맹렬함(Ferocity), 자부심(Pride)이 있어서 No 할 수 있는 엄청난 저력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자, 그럼 이제부터 No, Yes 명상 경험을 공유합니다.

처음 세션 45분 동안은 낮고, 우울하고 무거운 음악과 함께 No를 외쳐대고, 다시 밝고 경쾌하고 가벼운 음악과 함께 45분 동안 Yes를 외친 다음 45분 동안 명상을 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었다.

명상 코치가 이 명상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설명하였다.

 

(1) 그동안 억압된 감정들 이를테면, 스트레스, 걱정, 불안, 슬픔, 화, 두려움 등을 풀어낸다.

(2) 우울, 고통, 통증 등과 같은 에너지 막힘을 뚫는다.

(3) 자기 확신을 갖게 된다.

(4) 몸의 7개 차크라( Chakra, 에너지 센터 )를 연다.

(5) 건강한 자기 경계를(Healthy- Boundary) 회복한다.

(6) 세션이 끝난 후 내적 평화를 경험한다.


이윽고 첫 번째 세션이 시작되었다. 무겁고 슬프고 우울한, 정말 눈물 날 것 같은 암담한 느낌의 음악이 흐르고, 커튼이 내려지고  불의 조명이 아주 어둡게 낮아졌다. 그러자 두 분의 리더가 No를 외쳐대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No를 외치며 센터를 걷기도 하고 스티로폼 막대기로 벽을 때리기도 하고, 벽을 바라보고 앉아서 No를 외쳐대기도 하고, 거꾸로 서기나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하면서 No를 외쳐대기도 하면서 각자 열심히 No!! Never!! No more!! 를 소리소리 질러댔다. 나 역시 처음에는 뻘춤하여 어렵게 느껴졌으나 한 번 큰 소리로 No를 외치는 경험을 하자 그 뒤부터는 계속 No를 외칠 수 있었다. 이렇게 No를 외쳐대자 문득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기억들이 한 장면씩 떠 오르기 시작하였다. 5살쯤에 부모님이 나를 할머니 집에 보냈는데 처녀 고모 세명이 내 엄마가 날 버린 거라고 놀려대서 정말 버림받은 줄 알고 한 달을 울고 지냈던 일. 그때 그 고모들에게 느꼈던 서러움과 부모님이 날 버린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었던 그리움 등이 떠오르면서 계속 No를 외쳐 댈 때 그때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와 마구 눈물이 흘렀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채 계속 No를 외쳐대자 이번에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이유 없이 얻어맞은 일, 친구와 오해가 있어 싸우고 헤어진 일, 중학교 때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학여행을 못가 교실에 남아 풀이 죽어서는 오기로 영어책에 나온 단어들을 공책에 쓰고 또 쓰고 하면서 외우던 일, 고등학교 때, 대학 때, 대학원 때, 직장 다닐 때, 결혼생활, 미국 생활 등등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며 그때의 서러움, 슬픔, 외로움, 억울함, 두려움, 분노, 실패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No의 외침과 함께 튀어나왔다. 45분 동안을 그때 No라고 말 못 하였던 나의 못남이 싫어서 나를 향해 , 나의 나약함을 약점 삼아 힘으로 휘둘렀던 그 사람들을 향해, 이제 당당하게 No를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나이 많은 독일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흐느끼면서 No를 외쳐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45분이 지나고 경쾌하고 발랄하고 통통 튀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Yes세션으로 넘어갔다. 이제부터 45분간은 무조건 Yes를  외쳐야 한다. Yes, Yes, Yes.... 계속 Yes를 외쳐대다 보니 이번에는 내가 Yes 할 수 있었는데 내 옹졸함 때문에, 내 그릇이 작아서, 내 이해능력이 부족해서 , 참을성이 없어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해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음속에서 용서(Forgiveness)와 축복(Bliss), 허용, 이해(Understanding), 참을성(Patience)등의 긍정적인 감정들이 뭉실뭉실 떠오르며 마음이 나에게 말을 하였다.

'그래, 이제 용서해줄게... 그래, 이제 받아들일게.... 그래, 이제 난 할 수 있어... 그래 이제 난 두려움에 떨지 않을게... 그래, 이제 난 한걸음 더 앞으로 내 디뎌 볼 거야... 그래, 이제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 거야.. 그래, 이제 나는 자유야....'

정말 놀랍게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Yes, I can do it!! 을 외쳐대고 있었다. 한 참가자가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하자 다른 참가자들도 덩달아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Yes, Yes 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채로 모두들 흥겹게 춤을 춘다...


No, Yes 세션이 끝나고 45분 동안 명상을 하였다. 무념무상이 이런 것일까...? 정말 마음이 고요하고 아무 느낌 조차 없었다..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저 호흡만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명상법을 하는 동안 나는 엄청난 힘과 에너지가 내 몸에 흐르는 것을 느꼈다. 견딜 수 없는 비통함도 느꼈고, 희열에 넘치는 기쁨도 경험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만든 스토리 속에 갇혀서 힘들어하고 슬퍼하며 나 자신을 학대하고 남을 미워하며 지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명상법을 통해 그동안 나를 얽어매고 있던 끈(Bondage)들을 놓아 버리고 릴리스(Release)하며  몸밖으로 내 보냈다. 그동안 내가 만든 많은 스토리들이 사라지고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얼마나 많은 장점을 지녔으며, 가능성 많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70이 넘은 이 노부부의 열정어린 강의와 그들의 노하우를 풀어낸 다양한 명상법 그리고 한 사람씩 개인이 가진 문제를 일대일로 나누었던 개인 세션을 통해 예전보다 좀 더 성장한 기분으로, 좀 더 자유인이 되어 나는 현실로 복귀하였다.


우리가 지혜로운 사람으로, 걸림이 없는 자유인으로,  그리고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여정에서 필요한 게 세 가지 있다면 첫째, 지속적인 수행, 둘째, 수행을 끌어주는 마스터(스승), 그리고 셋째, 서로 격려해주는 수행자들일 것이다. 이제 좋은 스승과 동료 수행자들이 가까이 있으니 내가 할 일은 꾸준한 수행뿐이리라....

나도 이 분들처럼 70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살며 내가 가진 지식, 지혜, 사랑, 경험등을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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