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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Oct 07.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

9월 셋째 주 금, 토, 일요일 3일간 " Osho Pulsation : Opening to Feeling( 몸을 통한 감정 열기)"Workshop에 참가하였다. 이 Workshop은 이미 유럽,  브라질, 러시아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를 잡고 있는 Aneesha Dillon(아니샤 딜런)의 지도로 열렸다. 내 정신과 마음수련의 Mentor로 삼고 있는 Subahn(수반)으로부터 이 워크숍에 대한 안내 이메일을 받고 나서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신청을 하였다.

아니샤의 워크숍이 시애틀에서 열리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또 언제 그녀를 내 생애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판단하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Pulsation은 "맥박", "박동"의 의미로 우리가 살아 있음의 시작,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오쇼(Osho)가 윌헴 레이(Wilhelm  Reich)의 이론을 접목하여 치료와 상담기법으로 창안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니샤는 1930년부터 1950 년까지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Wilhelm  Reich(윌헴 레이)의 이론에 심취했고, 인도로 건너가 오쇼 (Osho) 그룹에서 상담가로 일하면서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에 담긴 모든 부정적 에너지, 예를 들면 두려움(Fear), 분노(Anger), 고통(Pain), 당혹감(Embarrassment), 수치(Shame)그리고 때로는 기쁨(Joy), 사랑(Love)까지도 표현하고 몸 밖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일들을 수십 년 동안 해오고 있는 치료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살고 성장하면서 좋은 경험도 하지만 또 때로는 불쾌하고 슬프고 수치심을 느끼고 배신감을 느끼는 등 여러 경험을 하고 산다. 그런 부정적 경험들을 통해 우리의 성격과 정신 상태, 몸의 반응은 고통을 피하려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 고통을 피하려는 노력 자체로 인해 우리는 더욱 고통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남들에게 거절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욱 집착하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억제되어 있고 (Repressed,) 숨겨지고(Hidden),  끝나지 않은(Unfinished) 채 내 몸, 마음, 두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한 번 들어 보자.

어렸을 때부터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고,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배웠고 어떻게 화를 풀어야 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않았기에  화가 나는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결국은 더 많은 화를 생성해내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 화를 내는 자신을 미워하고 남들의 눈치를 살피고 외부로 향한 내 의식은 내가 먹는 음식, 옷차림, 말하는 방식, 심지어 삶의 형태까지도 영향을 미쳐 바꿔놓는다. 많은 감정들이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내 몸, 마음에 근육이라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숨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큰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우리의 의식은 당연히 사건의 전후 사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생활에서 일어나는 좀 더 감지하기 힘든 미세한 부분들을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는 마음이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몸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몸은 우리에게 항상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 메시지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면 내 몸의 메시지가 몸의 어디에서 오는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몸은 분명한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그 언어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마치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몸이 하는 말을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의 경험들은 몸속에 숨어 있다가 어른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몸,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Unfinished feeling)들이 많이 있을 것이므로 기대감을 가지고 19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나를 찾아가는 3일간의 여정에 몸을 담았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 Empty your cup to fill your mind)는 말대로 내 컵을 비운 후에야 새 물이 들어올 수 있고, 이 신선한 새 물이 넘쳐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갈 수 있음을 알기에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닌 실제 이 워크숍을 통해  내 마음을 알고 내 몸을 앎으로써 더 많이 채우고자 열심히 배우고 참여하였다. 이 workshop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십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명상과 Spiritual growth journey(영적성장)를 해오고 있는 사람들로 pure하고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모든 세션(Session)이 호흡(Breathing), 움직임(Movement), 그리고 소리(Sound)를 이용하여  그동안 내 가 끌어안고 있던 몸과 마음의 감정들을 그대로 느끼고, 쏟아내는 과정들로 이루어진 powerful 한 practice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울고, 소리 지르면서 묵은 감정을 쏟아냈던  Highlight 세션 한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과정은 3시간 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파트너와 함께(pair work)하는 세션이지만, 세세한 과정은 생략하고 간단하게 소개한다.)

아니샤는 우리에게 눈을 감고 내 생애 중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 상처를 많이 줬던 한 사람, 혹은 내가 상처를 심하게 줬던 한 사람을 기억해 내라고 했다. 한참 동안 깊은 호흡을 하였다. 깊은 호흡을 하면서 누군가를 떠올리려고 했을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하늘에 계신 엄마가 떠 올랐다.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돌아가신 뒤로 엄마를 떠올리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나 자신도 놀랐다. 이번에는 떠올린 그 사람이 자신 앞에 있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하였다. 19명 중에는 나와 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7명 섞여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모국어로 얘기해도 된다고 하였다. 엄마의 생전 모습이 내 얼굴 앞에 그려지고 엄마가 작은 미소를 띠며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눈물이 귓볼을 따라 베개를 적셨다. 그러다  엉엉 울었다. 저절로 용서를 비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얼마나 나쁜 딸이었는가를 고백했다. 엄마를 미워했고 못났다고 생각했고 무능하다고 생각했었음을, 어려운 환경에 잘 키워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줄 모르고 늘 불평을 했고, 누구보다 가깝고 이해해줘야 할 딸이 오히려 가시를 찔러대며 엄마 맘에  눈물 나게 상처 줬던 옛날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가슴이 미어져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 이제야 이런 고백을 하게 됨을 용서해달라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엄마 살아 계실 때 생전 한 번도 표현해보지 못한 "엄마 사랑해요"를 말하고 있을 때  아니샤가 나에게 다가와 내 몸을 만져 주었다. 더욱 더 눈물이 나왔다. 수십 년 동안 묵었던 거짓과 오만과 방종의 냄새나는 하수가 검은색을 띠고 눈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내 몸의 근육 속에 감춰져서 억압되고(Repressed) 표현되지 않았던(Unexpressive) 감정들 즉, 막힘과 (Blockage) 긴장(Tension)들이 표출되며 용암처럼 몸 전체에서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엄마가 나를 추운 겨울 차가운 시골 방에서 의사도 없이 고통과 두려움에 떨면서 분만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몸이 차갑게 굳어지는 경험도 하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흑흑흑...흐느끼기도하고, 뱃속에서부터 쏟아내는 야생동물의 포효소리를 내며 울부짖기도 했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unfinished  feeling들이 가득차 있다니....

시간이 지나자 이제 내가 엄마의 위치로 가고 엄마가 내 자리로 오면서 내가 엄마 입장이 되어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차례가 되었다. 엄마가 나에게 말하였다. "딸아, 엄마도 미안했구나.. 너도 잘 알다시피 사는 게 힘들어서 너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고, 쑥스러워서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해 주지 못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네가 혼자서도 네 일을 척척 잘 해내서 엄마는 늘 네가 자랑스러웠고 든든한 딸이었단다. 모든 것은 용서되었고 부정적인 모든 과거의 기억은 이제 지워버리렴...  이제 너를 꼭 안아 줄테니 나에게 가까이 오너라. 그리고 엄마가 나를 꼭 안아주셨다. 엄마의 숨소리가 들리고 향기가 느껴졌다.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나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이제부터 너는 그저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란다."

한참을 엄마품에 안겨 있자 Angel이 날개를 달고 나타났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다시 가야 한단다. 내가 엄마를 꼭 안았던 팔을 풀자 엄마가 환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며 하늘로 올라가셨다...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 안녕!! 잘 가세요!! 사랑해요!!



3일간의 모든 세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온 지 이주일이 지났다. 계속 요가 수업을 하고, Face Yoga 워크숍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다. 양파껍질처럼 쌓여 있던 마음의 두꺼운 껍데기가 몇 개 벗겨나가 좀 더 속살이 드러나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세상은 바뀐 것이 없는데 내 마음에 평화가 있으니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지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여유가 생긴 것도 큰 소득이다. 고통을 피하지 않았고, 고통과 싸우지도 않았고, 고통이 지나가도록 지켜보았기에 마침내 나는 자유를 경험하였던 것이다. 고통이 나를 침범할 때 명상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며  고통받고 있는, 아파하고 있는 나를 의식하며 좀 더 자유로운 "리다"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수련을 한다.


실버 색의 윤기 나는 긴 머리를 내려뜨린 70대의 아니샤 선생님,

3일 동안 열정을 다해 지도해주신 당신의 가르침과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아침이슬에 젖은듯한 가라앉고 편안한 목소리가 아직도 눈에, 귀에 선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시애틀에 한번 더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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