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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Mar 01. 2018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4) 마이애미와 서북미 요가 콘퍼런스를 다녀와서

2월 22일부터 25일 일요일까지 시애틀 콘퍼런스 센터에서 '서북미 요가 콘퍼런스(NW Yoga Conference)'가 열렸다. 그러나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주에 여행 계획이 있었으므로 전체를 다 참가하지는 못하고 토요일, 일요일에만 열공하기로 결정하고 등록을 마쳤다. 2월의 시애틀 날씨가 예전 같지 않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까지 내리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과감히 5일간의 휴가를 내고 따뜻한 플로리다의 마이애미(Miami)로 휘리릭 날라 갈 계획이었다. 작년, 그러니까 2017년 1년을 꼬박 책을 쓰느라 너무 몰두했고 매일 눈을 뜨면 요가원으로 달려가 요가를 가르치느라 수고한 내 몸과 마음에게 감사의 휴가와 휴식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2월 18일 일요일 눈이 올 것처럼 잔뜩 흐린 시애틀을 뒤로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마이애미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시애틀에서 마이애미까지 직접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시카고에서 갈아타고 마이애미에 도착하여 3시간이 앞서가는 동부시간으로 보니 꼬박 12시간이 걸렸다. 한국 가는 것보다 더 걸린 셈이다. 그런데 12시간의 지친 여행을 보상해주듯이 마이애미의 날씨는 따뜻한 봄 날씨 마냥 너무 아름다웠다.

 숙소 옆에 있는 방갈로. 대서양과 멕시코만에 둘러싸인 마이애미는 어딜가도 물이 있다.

마이애미 여행 중 학창 시절 책과 영화들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았기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살았던 아름다운 섬, 특히 석양이 너무 아름다워 숨을 멈추게 하는 키웨스트(Key West)를 방문하였다. 이렇게 구석지고 작은 섬에서 열심히 글을 쓴 그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무기여 잘 있거라>, <킬리만자로의 눈>, <있는 이 없는 이>, <노인과 바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61세의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는데, 아름다운 부인이 4명이나 (3명과는 이혼, 마지막 부인과는 죽을 때까지 쿠바에서 살았다 함.) 있었고, 모두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었다. 그 당시에 극히 드문 형태의 현대식 욕실과 화장실 그리고 거대한 수영장, 아름다운 정원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12시까지 글을 쓰고 오후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았다 한다. 헤밍웨이가 키웠던 발가락 6개의 고양이(six-toed cats)들이 계속 번식을 하여 수십 마리가 집 전체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헤밍웨이를 중심으로 4명의 아내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날씨, 반팔 반바지에 샌들의 편안함, 기름진 라틴 음식들, 흥겨운 뮤직, 그리고 쿠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관계로 여기저기 널린 큐반(Cuban) 음식을 맘껏 즐기고 금요일에 시애틀로 돌아왔다. 몸과 마음이 리프레쉬(Refresh)된 느낌, 리차지(Recharge)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행복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사지 말고 경험을 사라."했던 말에 100% 공감하는 바이다. 물건이 주는 행복감은 잠시이나 경험이 주는 행복감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또한 돈이 주는 행복감은 두 가지가 있는데 버는데서 느끼는 1차적 만족감과 쓰는데서 느끼는 2차적 만족감이 그것이다. 그런데  버는데서 느끼는 1차적 행복감보다는 돈을 쓰는데서 느끼는 2차적 행복감, 만족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여행을 할 때마다 아주 절실히 느끼곤 한다. 나 자신을 지극히 돌보고 사랑하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진 내 생애 가장 이기적인 여행이었다.

저녁 노을이 지는 마이애미 비치.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토요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휴식모드에서 공부 모드로 급히 몸과 마음을 바꿔야 했다. 아침 7시 15분부터 저녁 7시까지 6개의 강의실에서 강의가 하루 종일 계속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점심, 저녁에 먹을 샌드위치를 싸서 가방에 넣고, 요가 옷을 입고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콘퍼런스 센터에 도착하였다. 7시 15분부터 명상을 시작으로 토요일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같은 시간대에 6개의 강좌가 동시에 개최되기 때문에 너무도 듣고 싶은 강좌가 2,3개 겹칠 때는 그중에 한 개를 선택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다. 그동안 책으로만 보고 사진으로만 봐서 진정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들이 뉴욕, 멕시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레건 주 등에서 날아와서 각종 주제를 가지고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그중에서 아쉬탕가 요가의 창시자인 파타비 조이스(K. Pattabhi Jois)의 첫 번째 여성 요가 제자로서 고급 수련 과정을 마쳤을 뿐 아니라, 숙련된 아이엥가 요가 선생들과도 수련을 같이 한 마티 에즈라티(Maty Ezraty)의  강의와   "The Art and Business of Teaching Yoga"의 저자이자 요가 저널에 요가포즈 표지모델( Allure의 한국판 잡지의 표지모델로도 나옴), 그리고 여기저기 잡지에 요가 기사도 많이 쓴  현시대의 최고 요가 전문가인 에이미 이폴리티 (Amy Ippoliti) 강의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또한  나이키 회사(Nike)에서 침술사와 요가 선생 (Acupuncturist & Yoga Teacher)으로 일하면서 음양이론과 동, 서양의 의학을 접목하여 요가 메디신(Yoga Medicine)을 창립한 유명한 요가선생 티파니 크룩 샹크(Tiffany Cruikshank)의 강의도 필수 과정이었다.


 수 백명의 요가선생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미국 각 주에서 몰려들어 엄청나게 큰 강의실이 요가매트로 빽빽하게 채워졌다. 마티 에즈라티(Maty Ezraty)는 열정적인 강의를 통해 "수련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보다 질( the quality of yoga practice)이 더 중요하다면서 정확하게 배우고 가르칠 것"을 강조하였다. 2년 전 콘퍼런스에  참가했을 때보다 2-3배가 더 많은 참가자들을 보며 미국 요가 시장이 엄청나게 커가고 있으며  따라서 요가 선생의 숫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수업은 대체로 이론과 실기가 병행되어 진행이 되었는데 강사들의 말 한마디,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학생들은 최대한 집중을 하였고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수 백명의 요가선생들 앞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들을 보며 감탄하며 정말 느끼는 게 많았다. 그동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시간과 노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박한 요가 지식, 해부학 지식, 임상실험 등이 자신감으로 뿜어져 나왔다. 갖가지 다른 몸의 구조와 통증을 가지고 찾아오는 요가 학생들에게 웰빙(Well-being)을 되찾아주기 위해 자기만의 노하우들을 개발해 내서 가르치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요가 선생으로서의 사명감을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70이 다 된 선생님들이 3시간 수업을 잠시도 쉬지 않고 열강 하는 모습을 보며 요가인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점점 더 완숙하고 노련미 넘치는 열정으로 정년 없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오레건 주에서 온 Julie(줄리) 선생님은 70이 다 된 나이에 탄탄한 몸매로 30년의 요가경험과 의사로서의 해박한 지식으로< yoga for lowback pain>을 강의했다



 콜로라도 주에서 온 에이미 이폴리티(Amy Ippoliti)는  <HIP OPENING> 강의에서 무릎이 아파 비둘기 자세(Pigeon pose)를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골반을 여는 비둘기 자세(Pigeon pose)를 통해 무릎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한 요가 선생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실시되었다. 두 개의 블록에 손을 놓아 상체를 최대한 높인 다음 왼쪽 발가락에 힘을 주어 바닥을 누른 상태에서 무릎을 요가 매트 바깥쪽으로 벌린다. 오른 다리를 뒤로 길게 뻗으라고 하자 수련자가 무릎 통증을 알렸다. 그러자 상체를 더 들어 올리고 몸의 체중을 오른쪽으로 살짝 옮기고 오른 다리를 좀 더 몸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겼다. 수련자가 비둘기 자세를 하기 위해 통증을 살피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  간다. 이때 발가락에 힘을 주며 바닥을 누르는 이유는 포즈에서 오는 무릎의 통증을 줄이고 다리의 근육톤을 좋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처럼 골반이 열리는 운동을 무릎 통증 없이 할 수 있다면 계속되는 <Hip- opening> 수련으로 서서히 골반이 열리고 따라서 무릎 통증도 더불어 사라질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온 말리(Molly) 선생님은 < Yoga for Chronic pain, 만성통증을 위한 요가> 강의에서 "요가 선생의 역할은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Change) 교육(Educate)시키는 것이다.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몫이고 선택이다".라고 강조하며 요가 선생은 늘 자신을 뒤돌아보고 점검하며  Compassion(연민)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라고 하였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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